중대재해처벌법 폐지하거나 보완 입법 필요
상태바
중대재해처벌법 폐지하거나 보완 입법 필요
  • 오세원 기자
  • 승인 2021.10.27 11: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과 건설산업의 대응 방안 전문가 대담 - 최민수 박사(씨앤이기술사사무소 소장, 공학박사, 시공기술사)

사업주 개인 처벌 아닌 법인 처벌로 변경해야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의 면책 요건 명확히 규정 필요
기업에서는 안전보건조직을 독립시키고, 하도급시 안전관리능력을 평가해야
중대 재해 줄이려면 ‘천천히’ ‘안전우선’ 여건 조성이 해법

[오마이건설뉴스]중대재해처벌법이 2022년 1월부터 시행된다. 우선, 사업장 규모가 50인 이상인 기업에 적용되고, 그 미만인 기업에는 2024년부터 시행된다. 동 법안의 시행을 앞두고 건설업계에서는 비상이 걸렸다. 전문가집단에서도 과도한 입법이라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본지에서는 건설산업정책 분야 전문가인 최민수 박사를 초대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건설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진단하고, 향후 대응 방안에 대하여 의견을 들어봤다.<편집자 주>

- 건설업계에서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법이 시행되면, 건설산업에 어떤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가?

최민수 박사 =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건설현장에서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 법인을 책임 대상으로 하고 있으나,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형사처벌을 도입한 것이 특징적이다.

그런데 제조업과 달리 건설공사는 야외 작업, 고층작업, 가설작업이 많은 특성이 있다. 또, 매번 현장이 이동하며, 새로운 부지에서 전혀 다른 설계도면의 공사를 시공해야 한다. 즉, 태생적으로 재난에 취약하다.

더구나 대형 건설사는 전국에 수십, 수백 개의 건설현장이 있다. 하루에 투입되는 근로자만 해도 1∼2만명에 달한다. 현실적으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사고를 통제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 결국, 건설사의 대표자는 잠재적인 범죄자가 될 수밖에 없다. 이는 정상적인 기업 경영을 어렵게 한다.

우리나라에는 종합건설업 1만4천개사, 전문건설업 5만개사, 기계설비 7천개사 등 7만개사가 넘는 건설기업이 존재한다. 또, 이외에도 전기, 정보통신, 소방, 인테리어업체 등 수많은 건설업체가 존재한다. 공사를 시작하면 대부분 5인이 넘는 사업장이 된다. 결국, 대부분의 건설사가 중대재해처벌법에서 자유롭지 않은 상태가 된다.

중대재해처벌법이 본격 시행되면, 유능한 사업주나 경영자, 기술자가 건설업을 기피할 우려가 있다. 결과적으로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인하여 건설산업의 기반이 크게 흔들릴 우려가 있다. 우수한 인력이 건설업 영위를 포기하거나 건설현장을 기피하는 상황에서 과연 중대재해가 줄어들 것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주나 경영자를 강하게 처벌하면 중대재해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는 것인데, 현실을 정확히 진단한 것인가?

최 박사 = 입법을 주도한 측에서는 중대 재해가 기업의 안전관리투자 부족이나 안전불감증과 같은 조직문화에 기인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또, 안전규제를 준수하는데 들어가는 비용보다 규제를 지키지 않았을 때 부과되는 처벌이나 벌금이 더 커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런데, 중대재해 발생 시 해당 건설업체는 과도한 손해배상과 더불어 공사 중단, 이미지 추락, 향후 공사입찰 제한 등으로 심각한 손해가 불가피하다. 따라서 고의로 안전관리를 등한히 하는 기업은 없다.

중대재해를 방지하겠다는 입법 목적은 정당성이 있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수단의 적절성은 인정하기 어렵다. 기업주를 처벌하는 것으로 중대재해가 줄어들 것으로 보는 것은 단편적 시각이다. 따라서 중대재해처벌법을 폐지하거나 보완하고, 건설현장의 현실에 부합하여 실질적으로 중대재해를 줄일 수 있는 새로운 입법이 구상되어야 한다.

- 중대재해처벌법은 기업가에 대한 과도한 처벌로서 위헌성에 대한 시비가 지속되고 있다. 어떤 문제점이 있는가?

최 박사 = 중대재해처벌법은 위헌요소가 있다는 의견이 많다. 만약, 2022년에 중대재해처벌법이 처음으로 적용되면, 해당 기업에서는 위헌소송부터 진행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우선, 헌법 제13조에 규정된 자기책임의 원리에 위배된다는 지적이다. 건설업은 사업장이 다수이며, 매번 이동된다. 이에 따라 건설기업의 본사는 공사 수주를 중심으로 조직이 최소화되어 있다. 이를 무시하고,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안전에 대한 책임을 과도하게 부여한다면, 권한과 책임이 불일치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또, 원도급자에게 국한하여 지나친 처벌을 규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부실 설계로 가설자재나 구조물이 붕괴되어 중대재해가 발생했다면 설계자의 책임도 간과할 수 없다. 또, 중대재해가 발주자나 감리자의 지시나 간섭에 기인할 수도 있다. 즉, 건설사가 직접 결정하지 않거나 결정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 책임을 부담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도 있다. 과실범임에도 불구하고 형법상 다른 범죄에 비교하여 처벌수준이 지나치게 높다. 현장에 근무하지 않은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고의범에 준하여 처벌하는 것은 과도하다. 벌금 이외에 징벌적 손해배상 등도 과잉처벌금지에 해당할 수 있다.

법에서는 유해위험요인을 확인하고 개선하는 업무절차를 마련하고, 정기적 점검후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적정한 업무절차나 필요한 조치는 재량적일 수밖에 없다. 안전보건관리책임자에게 필요한 권한과 예산을 줄 것을 규정하고 있으나, 이 또한 추상적이다. 이는 죄형법정주의를 구성하는 명확성의 원칙에 어긋난다.

- 중대재해처벌법을 존치하는 경우, 위헌성 시비를 없애려면 어떠한 보완입법이 필요한가?

최 박사 = 첫째, 개인 처벌보다는 법인 처벌로 변경해야 한다. 자기책임의 원리에 위배된다는 지적에 대응하고, 기업 전체의 안전불감증을 처벌하려는 취지라면 해당 법인에 속한 구성원 전체에 귀속하는 처벌이 합리적이다. 우리나라 중대재해처벌법의 벤치마킹 대상이 된 영국의 기업과실치사법을 보면, 개인 처벌이 아니라 법인이나 단체 처벌을 규정하고 있다. 처벌 내용은 벌금형이나 유죄 사실의 공표, 시정명령 등이다.

둘째, 처벌 방법으로서 징역이 아닌 벌금형이 합리적이다. 영국의 경우, 벌금 부과는 원칙적으로 상한이 없으나, 실무적으로는 연매출액의 10% 이하로 운용된다. 그러나 기업으로서는 감당할 수 없는 벌금이 부과되는 사례도 있으며, 실제 처벌받은 기업의 절반이상이 파산하거나 영업을 중단한 바 있다.

셋째, 만약 개인 처벌을 존치할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의 면책요건을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에서 규정하는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유해위험요인의 확인, 점검, 개선, 예산 확보 등 법적 의무를 성실히 준수하였다면,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 대하여 면책하는 규정을 두어야 한다.

넷째, 처벌요건을 단순한 ‘과실’에서 벗어나 고의나 중대과실로 국한하는 것이 요구된다. 단순 과실에 대하여 그리고 죄형법정주의를 벗어나 과도하게 처벌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다섯째, 징역 1년이상과 같이 ‘하한’을 규정하는 것은 매우 과도하다. 고의범이 아닌 이상 처벌 상한을 규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여섯째, 중대재해를 사망자 1인 이상 발생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건설업에서는 과도한 것으로 판단된다. 예를 들어 건설기술진흥법에서는 사망자가 3인 이상 발생한 경우를 중대재해로 규정하고 있다. 물론 사망재해의 중대성을 격하해서는 곤란하다. 그러나 건설업은 야외나 고층작업이 많아 재난에 취약하다. 이러한 상태에서 중대재해의 잣대를 제조업과 동일하게 규정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또, 6개월 이상 치료 2인 이상이 발생한 경우도 중대재해로 규정하고 있는데, 영국에서는 사망재해로 한정하고 있다.

- 중대재해처벌법이 실무적으로 건설사업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법령 적용시 예상되는 분쟁 요소는 무엇이 있는가?

최 박사 = 해외발주 공사의 경우, 발주처에서 요구하는 안전기준이나 기술자 배치기준 등이 다르며, 국내 법령이나 지침을 적용받지 않는다. 따라서 중대재해처벌법에서 요구하는 기업의 준수 의무를 강요하는 것이 불합리할 수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상시 근로자가 5명 이상인 사업장의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에게 적용되는데, 건설현장은 상시 근로자가 변동되는 사례가 많다. 또, 하도급공사를 담당하는 기업도 상시 근로자가 5인일 경우 해당되는지도 명확치않다.

또, 중대재해 발생시 원도급자와 하도급자간 의무나 책임 구분도 명확치 않다. 하도급자는 근로자나 기계·장비를 직접 고용하는 당사자로서 권한과 책임이 분산되어 있다. 하도급자의 근로자에 대하여 원도급자가 직접 교육하거나 통제하는 것도 사실상 곤란하다.

전기공사, 정보통신, 소방공사 등 분리발주된 공사나 주계약자 공동도급에서 종합건설사가 면책되는지, 그리고 여러 건설사가 공동도급한 경우, 손해배상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도 명확치않다.

중대재해처벌법에서는 발주자도 책임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세칙은 마련되어 있지 않다. 중대재해를 입은 근로자의 과실이 큰 경우, 어떻게 책임을 부과할 것인지도 명확치않다.

- 중대재해처벌법이 각종 논란에도 불구하고, 당장 내년부터 시행될 전망이다. 건설업계에서는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필요한가?

최 박사 = 건설업체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에서 규정하는 조직과 인력, 예산 등 안전관리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요구된다. 또, 산업안전보건법이나 건설기술진흥법 등 건설안전과 관련된 법령을 숙지하고, 이에 부합하는 업무처리절차 등도 갖추어야 한다.

특히 중소기업에서는 안전관리체계가 현행 법령에 부합하는가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에 대응하려면, 안전보건관련 조직을 독립시키고, 안전보건대표이사를 별도로 선임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하도급자나 위탁용역업자 선정시에는 입찰가격 뿐만 아니라 기술력과 안전사고실적 등을 검증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과거 공사에서 재해율이 낮았던 하도급자를 우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제3자에게 업무를 도급, 용역, 위탁할 경우, 입찰자 평가기준이나 도급계약서 등에서 안전보건기준과 절차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또, 하도급 계약시 하수급인의 안전보건법령 준수 의무와 그 이행 확보방안을 명시해야 한다.

발주자와 공사계약시 분리발주된 공사나 주계약자 공동도급에 있어서는 안전보건책임 범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안전 확보를 위하여 공사비나 공사기간 변경이 필요한 경우, 발주자의 적극적인 협조를 계약서에 명시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중대재해 발생 시 안전보건조치가 관련법령에 근거하여 적절하게 이루어졌는가를 증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안전관리와 관련된 모든 행위를 문서화하고 기록을 보존할 필요가 있다. 규제 준수와 관련된 컴플라이언스(compliance) 활동도 강화해야 한다. 공사장 주요 부위에 CCTV 설치 등을 통하여 재해 발생시 책임 소재 규명에도 대응할 필요가 있다.

실무적으로는 중대재해의 발생 유형과 발생시기, 발생원인 등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하여 사전점검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보급해야 한다.

- 건설현장에서 중대재해를 줄일 수 있는 시공 측면의 대책은 무엇이 있나?

최 박사 = 중대재해는 가설공사와 기계장비에 기인한 것이 70%를 차지한다. 가설공사에서 안전관리를 특히 강화해야 한다. 추락에 의한 중대 재해가 많은데, 근로자 과실이 절반 이상이다. 고소 작업시 안전대 착용을 의무화하고, 낙하물방지망 등 안전시설을 철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건설시공의 기계화나 로봇화, 프리패브화, 모듈러 건축 등도 건설재해를 줄이는데 기여할 수 있다. 일례로 중대 사고가 많은 타워크레인은 무인화를 통하여 재해를 줄일 수 있다. 무인 굴삭기나 드론 등도 유용한 기구이다.

건설 재해자의 절반 이상이 취업 6개월 미만의 미숙련공이다. 따라서 미숙련공이나 해외에서 유입된 근로자에 대한 안전관리 교육이 절실하다.

- 중대 재해를 줄이기 위하여 행정 지원이나 제도 개선이 요구되는 사항은?

최 박사 = 근본적으로 발주자나 건축주 측에서 ‘빨리빨리’ 문화가 청산되지 않는 한 건설재해를 줄이기 어렵다. 우리나라의 계약공기 통계를 보면, 선진국에 비하여 과도하게 짧다. 따라서 공사계약 단계에서 충분한 공사기간이 부여되어야 한다.

그런데 공사기간은 결국 비용과 연관된다. 따라서 중대재해를 줄이려면, 공사비 절감이나 공기 단축보다는 ‘안전’을 우선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기반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보다 천천히 그리고 제대로 시공하는 문화를 정착시키고, 안전우선의 사고가 정착될 때 중대재해는 자연히 줄어들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돌관시공이나 야간작업 등에 따른 중대 재해를 줄이려면, 지체상금률도 크게 낮추어야 한다. 준공 지연 시에는 추가비용이 늘어나므로 일부러 준공을 늦출 시공사는 없다.

시공 단계에서는 하도급자나 작업반장이 위험을 인지했을 경우, 작업 중지를 요청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이는 필연적으로 공사 지연이나 비용 증가를 동반한다. 그런데, 발주자가 안전확보를 목적으로 추가공사비를 지급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 결국, 안전에 위해가 있다면, 원도급자가 손해를 감수하고 공사를 중단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크리티컬패스(critical path)에 해당하는 공정이 지연될 경우, 이미 예약된 장비나 인력이 순차적으로 취소되므로 파급효과가 매우 크다. 따라서 하도급자 등의 작업중지권을 보장하려면, 추가공사비나 공사기간 연장이 제도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끝으로 안전 선진국인 영국에서 발주자나 시공자, 설계자, 감리자 등에게 공동책임을 부여하는 이유를 음미해보아야 한다. 즉, 중대 재해를 줄이려면, 발주자를 포함하여 모든 공사 참여자가 수평적 관계에서 ‘안전우선’이라는 사고하에 공동의 협력이 필요하다.

- 감사합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