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좌담-①]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관련 건설산업의 안전관리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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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좌담-①]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관련 건설산업의 안전관리 개선
  • 이운주 기자
  • 승인 2020.12.17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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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국 건설안전실무자협의회 회장(한라 안전보건팀 부장/건설안전기술사)
“경제적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모든 건설참여자의 의식이 문제”
“안전에는 민․관이 따로 있을 수 없다. 동일한 기준으로 접근해야”
최근 정치권에서 추진하고 있는 ‘중대재해에 대한 기업 및 책임자 처벌 등에 관한 법률’과 관련해 논란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제정안을 보면,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이 유해ㆍ위험방지의무를 위반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때에는 3년 이상의 유기지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 상해에 이르게 한 때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 사업주나 경영책임자, 종사자 등의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사상이 발생한 경우 손해액의 3~10배 범위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책임도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본지는 동 법안과 관련해 좌담형식으로 건설산업계 및 전문가 의견을 들어보고, 건설현장의 안전사고나 재해를 저감하기 위하여 어떠한 대책이 필요한가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오늘은 최종국 건설안전실무자협의회 회장(사진)을 만났습니다. 참고로 좌담 질의내용은 지난 11월 중순을 기준으로 작성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편집자 주)

◇ 사회 오마이건설뉴스 오세원 국장(이하 오세원) : (법 제정에 대한 찬반 의견)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사업장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사업주 등 경영책임자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하고 기업에 징벌적 손해배상책임을 부과하는 내용입니다. 일부에서는 법 적용 대상이 광범위하고 구성요건도 모호하며, 과잉처벌이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반면에 중대재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사고위험을 예방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며, 따라서 기업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최종국 건설안전실무자협의회 회장(이하 최종국) = 안전관리를 업으로 삼고 있는 저희들 입장에서는 ‘안전을 강화하고 사업주의 책임을 강화한다’라는 점에서 법의 사각지대에 있고, 안전을 경시하는 사업주 및 경영책임자에게 처벌한다는 법 제정 대해 일부 찬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다만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이 2020년 1월 개정되었을 때 사업주 처벌형량이 강화된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이 시행되고, 또한 건설안전특별법도 만들어지는 현실에 안전관련 법안만 자꾸 제정되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하게 됨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제정되면 과연 산업재해가 줄어들까? 사전예방에 초점을 맞춘 효과적인 안전관리시스템 운영을 독려하기 보다 사후처벌 위주의 산업안전정책의 법 제정에는 조심스럽게 접근하고자 하며, 올해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에서 개선, 보완을 했으면 합니다.

◇ 오세원 : (사업주 직접 처벌에 대한 의견)동 법안이 통과될 경우, 재해가 발생하면 곧바로 사업주 등이 형사책임을 져야 할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이는 형법상 책임주의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고, 기업주나 경영자에게 과도한 책임을 부과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외국의 사례는 어떻습니까? 기업주나 경영자를 직접 처벌하는 것이 일반적인가요?

최종국 = 얼마전 경총에서 영국의 법인과실치사법제정에 관한 동영상자료를 보니 사고억제효과는 있다고 해도 재해예방을 했다는 입증은 어렵고, 도입 이후 사망률의 감소폭도 그리 크지 않았다고 합니다. 또한 징역형 처벌 사례가 10년간 26곳으로 많지 않다고 합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내용을 보면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의 기준과 절차, 방법 등에 대한 명시규정이 없다고 합니다. 곧 경영자를 처벌하기 위한 조항만 있다고 할 수 있죠. 또한 고의나 과실에 따라 항변을 할 수 있으며, 벌칙의 하한선이 있어 형량에 따라 실형이 아닌 집행 유예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합니다.

사고가 사업주의 직접적 인과관계논쟁이 증가해 형사소송이 늘어날 것이라는 추측이 있어, 사회적 물의를 빚은 사업주에 대한 처벌로 수정했으면 하고,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은 사망 사고시 7년 이하의 징역 및 1억원 이하의 벌금으로 OECD선직국 수준보다 훨씬 높은 처벌조항입니다.

참고로 국가별 산업안전 관련법상 처벌 규정을 살펴보면, ▲일본, 6개월 이하 징역 또는 50만엔(550만원) ▲미국, 6개월 미만 징역 또는 1만달러(1200만원) 이하 벌금 ▲프랑스, 1년 이하 징역 또는 9000유로(1170만원) 벌금 ▲캐나다, 1년 이하 징역 또는 10만 캐나다 달러(8700만원) 벌금 ▲독일, 1년 이하 징역 또는 벌금 ▲영국, 6개월 이하 징역 또는 상한업는 벌금 등입니다.

지난 KBS 일요진단내용을 보면 2018년~2019년 사고에 의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판결 1605명 중 집행유예 없이 실형을 받은 사람이 21명으로 2%정도의 수준이며, 평균 형량도 9.3개월로 1년 미만이 절반 정도입니다.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시각이 많습니다. 그래서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좀 더 수정․보완했으면 하는 이유입니다.

◇ 오세원 : (원도급자 책임 강화에 대한 의견)민주당에서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보다는 파견용역 노동자의 안전과 원도급자 책임을 강화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건설현장에서 재해가 발생한 경우, 직접 시공을 담당하는 하도급자 이외에 원도급자나 발주자의 책임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이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최종국 = 하도급자 이외에 원도급자나 발주자의 책임의 강화도 좋지만, 파견용역 근로자에 대한 원도급자의 직접적인 업무지시 등의 개입은 용납하지 않으면서 안전보건과 관련한 책임은 원도급자에게까지 확대한다는 건 법적으로도 괴리가 있다고 봅니다. 법의 형편성을 갖춰 가면서 책임강화도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 오세원 : (건설현장에서 안전사고가 줄어들지 않는 원인)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이 추진되는 이유는 사업장에서 중대 재해가 줄어들지 않는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불행히도 건설안전사고 통계를 보면, 재해율이나 사망사고가 여전히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외국보다 2~3배 높은 상황인데요, 건설현장에서 안전사고가 줄어들지 않는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최종국 = 지난 과거에 비해 건설현장의 안전관리활동은 많이 개선되고는 있지만 책임주체의 낮은 안전의식이 문제입니다. 빠른 시간 내 우리나라의 경제적 속도수준은 높아졌으나 사회적 수준과 안전의 성장속도는 아직 더딘 게 사실입니다. 안전이 제일이라고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아직까지 경제적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모든 건설참여자의 의식이 문제인 것 같습니다.

도급계약으로 구성되는 건설업특성 상 한사람의 관리자가 작게는 수십명에서 많게는 수백명의 근로자를 감독하기에는 어려운 실정이고, 재해원인의 88%는 근로자의 불안전행동에서 기인하고 있는데 이러한 근로자의 안전의식개선 없이는 근원적인 재해예방이 한계가 있습니다. 근로자의 불안전한 행동을 예방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이 절실합니다.

또한 여타 산업에서 근무하던 근로자가 건설현장의 진입장벽이 너무나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도 한몫하는 것 같습니다. 신규로 건설현장에 진입할 시 현재 4시간의 기초안전보건교육으로는 부족합니다. 사고의 책임주체를 발주자, 원청사로 집중된 규제와 협력사, 근로자의 책임은 묻지 않는 것도 하나의 원인이 될 것 같습니다. 더불어 근로자의 개인보호구는 본인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보루로 철저히 챙겨야 함에도 불구하고 회사에서 지급하는 당연한 보호구로 책임의식이 부족한 것도 현실적인 상황입니다. 저가수주로 이윤확보를 위한 공기단축 및 무리한 공정 진행이 결국에 안전시설이나 보호구 착용미흡으로 사고의 원인이 됩니다. 중소기업 일수록 대기업과 비교해 이윤의 폭이 작아 안전보건에 투자하는 비용을 꺼리는 경향이 큽니다.

◇ 오세원 : (안전사고 저감 대책)건설현장의 안전사고를 줄이려면, 어떠한 대책이 강구되어야 합니까? 고도성장시대의 절대가치로 여겨지던 ‘빨리빨리’ 문화를 청산하고, 안전을 우선하는 현장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방법은 무엇인가요?

◆ 최종국 = 첫째, 사고발생 시 책임의 불균형이 없어야 합니다. 사고발생 시 발주자 및 시공사, 협력회사도 물론 책임이 있겠지만, 사고의 주원인이 사업주 과실이 아니라 협력회사 근로자의 잘못된 행동에 의한 사고라면 근로자도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둘째, 근로자의 개인공도구처럼 개인보호구도 개인이 챙길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보호구에 대해서는 없으면 또 받으면 되지 라는 생각을 하니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개인이 직접소지, 관리할 수 있도록 정부나 기업에서 보호구 비용을 개별 지원하는 방향으로 했으면 합니다. 셋째, 안전은 원청이나 안전관리자가 해야 한다는 인식에서 탈피하고, 모든 구성원들이 모두 노력해야 한다는 의식전환이 필요합니다. 넷째, 최근 건설안전의 스마트 안전관리가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사고의 원인분석에 빅테이터나 인공지능의 활용이 필요할 듯 합니다. 정확한 분석과 대책자료가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보편화되고 실용화되어야 합니다. 다섯째, 정부의 규제위주의 안전정책보다 기업의 자율안전관리활동을 독려하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안전관리가 우수한 기업에 과감한 인센티브가 필요한데, 이런 인센티브는 현장에서 체감되어져야 합니다. 여섯째, 안전보건분야를 다루는 정부의 주무부서를 일원화했으면 합니다. 법은 목적에 따라 다소 상이할 수 있지만 안전정책을 입안하고 관리하는 곳이 다원화되어 있다 보니 사업장에서 불만이 매우 많은 실정입니다. 각법에 따른 중복된 서류에 치이는 일이 없었으면 하고, 또한 어느 특정시기에는 수많은 동일한 점검으로 현장에 집중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합니다. 건설안전을 제대로 알고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할려면 주무부처를 국토교통부(건진법), 고용노동부(산안법)로 이원화하지 말고 통합하거나 일원화시켜야 합니다. 일곱째, 중․소기업의 안전관리강화가 필요합니니다. 산재통계에서 보면 50인 미만 사업장에서의 산재 사망자가 62%이라고 합니다. 사고에 있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차이는 없다고 봅니다. 다만 이윤폭이 작다보니 안전에 대한 투자를 꺼리는데 정부에서 이러한 구조를 바꿀 수 있도록 집중 역량을 발휘해야 하며, 안전의식에 기업의 규모가 좌우되어서는 안됩니다. 전체적인 안전관리 수준을 상향시킬 수 있는 정책이 수반되어야 합니다.

◇ 오세원 : (공사비 측면의 대책)건설업계에서는 공사비의 적정화와 안전관리비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만, 공사비나 안전관리비 측면에서 어떠한 개선이 필요한가요?

◆ 최종국 = (산업안전보건관리비)현재 공공공사는 건설기술 진흥법 개정(입법추진)으로 낙하 및 추락방지시설, 신호수 및 유도수 인건비 등이 공사내역으로 설계에 반영되는 과도기에 있습니다. 그로 인해 실질적인 산업안전보건관리비 계상금액 증가 효과가 기대됩니다. 그러나, 민간공사는 여전히 총액개념으로 발주와 도급이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건설기술 진흥법 개정에 대한 산업안전보건관리비 증액 효과를 얻지 못하는 실정이므로, 민간공사도 실질적인 산업안전보건관리비 증액을 위한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공사비는 현재 '공공공사 일요일 휴무제 시행방안'이 시행되는 과정에서 공공공사는 이에 대한 설계반영이나 설계변경을 통해 공사비를 보전받을 수 있을지 모르나, 민간공사는 이에 대한 공사비 반영이 이의제기 형식이 아니면 보전받을 수 없기 때문에 민간공사까지 공사비를 보전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있어야 합니다. 또한, 민간공사도 총 공사금액(재료비+노무비+간접비+부가세)에 대한 표준도급계약서 정립이 필요합니다. 안전에는 민․관이 따로 있을 수 없습니다. 동일한 기준으로 접근해야합니다.

◇ 오세원 : (공사기간과 돌관공사 대책)건설현장에서 안전사고가 줄어들지 않는 원인 가운데, 공사기간의 문제가 지적되고 있습니다. 착공단계에서 계약공기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시공과정에서도 공기가 지연되면서 돌관공사가 이루어지는 사례가 많다고 합니다. 정부에서는 표준공기산정식을 마련하고 있습니다만, 어떻게 개선해야 할까요?

◆ 최종국 = 건설공사의 ‘설계 안전(Design For SafetyㆍDFS)’을 지키기 위한 법령이 올해부터 시행됐지만, 민간 발주 공사현장은 여전히 사각지대로 남아있습니다. 설계자가 사전에 위험요소를 줄이는 설계를 수행하고, 안전을 고려한 적정 공기와 비용을 산정하며 가설구조물과 안전시설을 설계도면에 반영함으로써 발주자가 관련 비용을 포함해 발주하는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또한 현재 정부에서 마련하고 있는 표준공기산정식을 시급히 도입해야하며 민간 공사까지 적용할 수 있도록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돌관공사라는 용어자체를 없애도록 해야 합니다. 불안전한 행동과 상태를 유발하는 안전사고의 주범입니다.

◇ 오세원 : 감사합니다. 다음은 안홍섭 한국건설안전학회 회장(군산대학교 건축공학과 교수)과의 좌담 내용을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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