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식 건설협회 실장, “대한민국 건설산업, 이젠‘원칙’을 지켜야 한다”
상태바
이재식 건설협회 실장, “대한민국 건설산업, 이젠‘원칙’을 지켜야 한다”
  • 오마이건설뉴스
  • 승인 2015.07.24 14: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그 누구도 희망을 떠올릴 수 없었던 척박한 나라를 반세기 만에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일으켜 세운 원동력. 1970년대 1,2차 오일쇼크, 2000년대 후반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국가 경제가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마다 버팀목 역할을 해 왔을 뿐만 아니라, 어느새 해외시장 진출 50주년과 해외 수주 7,000억불을 동시에 달성한 대한민국의 대표 기간산업. 이처럼 화려한 위상을 자랑하는 건설산업의 오늘날은 실로 위대한 업적을 자랑한다. 그러나, 그 속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 건설산업에는 아직까지 수많은 제도의 문제점과 개선해야할 과제가 산재해 있다. 이에, 필자는 현재 건설산업에서 개선해야 할 다양한 문제점들을 건설산업의 ‘기본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데에서 비롯된다고 보고, 반드시 지켜져야 할 ‘기본원칙’과 그 개선방안 등을 아래에서 제시해 보고자 한다.

첫 번째로 ‘제값 받고 제대로 시공하기’. 즉, 적정공사비 확보에 대하여 살펴보자. 누군가에게 어떠한 일을 시키면 정당한 대가를 주는 것이 ‘원칙’이다. 최근 기술제안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는 ‘청주시 국도대체우회도로(북일-남일1) 건설공사’는 무려 5번이나 유찰되었고 6번째 입찰공고가 진행되고 있다. 이 공사는 총연장 5.63㎞ 규모의 4차선 도로 공사로 폐광, 산악지대를 통과하는 3.8㎞ 터널, 6개 교량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발주기관은 열악한 시공여건과 환경적 리스크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일반 도로공사 단가를 적용하였기 때문에, 업체들은 추정가격대로 수주하더라도 20% 이상의 적자가 난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 같은 유찰 원인인 ‘공사비 부족’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기획 단계부터 충분한 공사비를 확보한 후 발주하여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적정공사비 미확보에 따른 공사발주는 시설물의 품질 저하를 가져오고 시민의 안전에 불편을 주는 것은 물론이며, 하도급자, 자재․장비업자, 건설근로자 등 건설 관련 종사자와 연관 산업에까지 악영향을 주게 된다. 여기서 적정공사비와 관련한 영국의 사례를 살펴보자. 영국은 최저가낙찰 방식의 단순 비용절감은 공공 건설사업의 비효율을 유발해 SOC 투자 목적인 국민복지 실현을 어렵게 만들 뿐만 아니라, 부실시공으로 인한 유지관리비용의 증가로 인해 궁극적으로 국고를 낭비시킨다고 판단하였다. 그 결과, 2000년대 초반에 최저가낙찰제를 폐지함으로써, 총생애주기 관점의 예산절감과 고품질의 시설물 창출에 기여하여 범사회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영국의 사례를 볼 때, 우리나라도 ‘실질적 예산절감’ 방향으로 공사를 집행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제값 받고 제대로 시공하는 풍토가 조성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공사비 산정기준, 총사업비관리제도, 입낙찰제도 등 공사의 계획에서부터 준공까지 가격삭감 위주의 제도 운영을 지양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삭감 위주로 운영되는 조달청의 공사원가 적정성 검토, 지자체의 계약심사제도를 개선해야 하며, 예정가격에 따라 낙찰자가 결정되는 낙찰제도하에서 예정가격의 누출을 막기 위해 도입된 제도인 복수예비가격에 대하여 일부 발주기관들은 복수예비가격 산정기준을 기준금액의 0~-5%, -6% 범위내에서 정함에 따라 공사비 삭감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복수예비가격 부당운영도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최저가낙찰제와 실적공사비를 대체하기 위해 도입한 종합심사낙찰제와 표준시장단가가 제대로 연착륙하여 제값 받고 제대로 시공하는 ‘원칙’이 지켜져야 할 것이다.

둘째로 살펴볼 문제는 발주기관-계약상대자 간 불평등 甲-乙 관계이다. 건설산업은 대표적인 수주산업이다. 즉, 건설산업은 발주기관이 계약상대자보다 우위에 있고, 양자 사이에 수직적 주종관계에 따른 불공정 관행이 많이 발생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하지만 국가계약법 제5조 제1항에서는 ‘계약은 상호 대등한 입장에서 당사자의 합의에 따라 체결되어야 하며, 당사자는 계약의 내용을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이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발주기관과 계약상대자 간 불평등 甲-乙 관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주기관들은 우월적 지위를 통해 국가․지방계약법령과 상충되는 부당한 계약조건 등을 강요하면서 계약상대자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불공정관행을 일삼고 있다. 최근 기사화된 도로공사와 건설업체 간 간접비 소송 취하관련 사례를 살펴보자. 도로공사의 ‘○○고속도로 확장공사’에 참여한 업체들이 공기연장 간접비 청구 소송을 진행 중이었는데, 일부업체가 소를 취하하였다. 그런데, 그 이유가 “도로공사가 소송을 제기한 건설현장의 공사감독을 강화해 부실벌점을 메기고, 해당 건설사 임직원들의 본사 및 사업단 출입을 금지하는 등 영업행위를 차단했다”고 한다. 발주기관과 계약상대자 간 甲-乙 관계의 단적인 사례가 안인가 싶다.

이 같은 발주기관의 불공정관행 개선과 관련하여, ’14,.5.26 공공기관장 워크샵에서 대통령은 공공기관 불공정관행 시정을 지시하였고,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약상대자에게 불공정행위를 한 도공, LH, 수공을 상대로 과징금을 부과 하였다. 또한, 국토부는 공공기관 불공정 관행 개선 TF를 마련하여 4대 공기업(LH, 도공, 수공, 철도공단)의 불공정관행을 개선 중에 있고, 도공의 공기연장 간접비 ‘휴지기’ 편법 적용 등을 개선 과제에 포함하여 논의하고 있다. 더불어 감사원은 공공기관에 대한 감사를 시행하고 그 결과를 지적할 예정이며, 국민권익위원회도 공공계약분쟁 민원 해소를 위한 상담, 해석, 권고 등을 적극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여러 정부기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앞선 도공의 예에서 보다시피, 공공기관들은 개선에 대한 의지가 미약하며, 오히려 발주기관의 보이지 않는 압박 등에 따른 계약상대자의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 계속되는 중이다. 최근 6.25 건설의 날 행사시 대통령은 “공공발주기관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 행위를 개선해 건설업계가 부당한 대우를 받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이 문제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천명하였다. 이제 공공기관 불공정관행 근절의 사회적 공감대는 형성되었다. “한 국가의 건설산업 수준은 결코 해당 국가의 발주제도와 발주자의 수준을 넘을 수 없다.”고 한다. 이제 공공발주기관들은 변해야 하며, 계약상대자와 관계에서 준수해야 할 ‘원칙’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끝으로 건설생산체계의 ‘원칙’을 지키지 않는 정부의 정책 추진을 살펴보자. 현행 건설산업기본법령은 종합 또는 전문공사를 시공하는 업종으로 2원화된 업역 체계를 두고, 등록기준도 차등화하고 있다. 즉, 종합공사는 종합건설업자에게 전문공사는 전문건설업자에게 시공자격을 인정하고 있으며, 발주자로부터 종합건설업자가 원도급을 받고 전문건설업자에게 하도급하여 공사를 수행토록 하는 건설생산체계를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약자논리만 강조하는 균형 잃은 상생 정책의 추진으로 업역 갈등만을 심화시키고 있다. 대표적으로 주계약자공동도급제도, 소규모복합공사 범위 확대 및 건설공사 분리발주 등은 건설생산체계의 ‘원칙’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제도라 할 것이다.

만약, 주계약자공동도급, 소규모복합공사 범위 확대, 건설공사 분리발주 등을 정부정책으로 추진코자 한다면 종합-전문간 업역 철폐가 전제되어야 한다. 현행과 같이 업역이 구분되어 있는 상황에서 위 같은 변칙적 제도의 적용은 정부 스스로 종합건설업자로 인정한 자가 지니는 입찰기회를 부당하게 박탈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는 종합건설업자의 생존권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건설산업기본법의 취지와도 맞지 않으며,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 비용만을 양산할 뿐이다. 따라서, 종합-전문 간 업역 구분을 인정하는 현 제도 하에서는 주계약자 공동도급, 소규모복합공사, 건설공사 분리발주 등은 건설생산체계 ‘원칙’의 극히 예외적인 제도들로 취급해야 하고 그 범위도 예외가 인정되는 최소한의 범위로 제한함이 타당하다.

현재 대한민국 건설산업은 수십년 간 유지되어 온 저가입찰제도, 계약당사자 간 불평등 갑-을관계, 특정 부정당 행위에 대한 유례없는 제재, 시장의 업역 붕괴 등 문제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법률적, 제도적 개선 방안의 범람으로 뒤엉켜 있는 상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야말로 ‘위기이자 기회’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심을 잡고 앞으로 나아가려면 위에서 살펴 본 ‘원칙’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국민소득 2만 달러를 훌쩍 넘는 대한민국 경제 수준에 걸맞은 건설산업의 미래가 ‘원칙’ 속에서 우뚝 설 날을 기대해 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