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현 건설협회 실장, 건설산업에서의 규제기요틴 대상은 분리발주 의무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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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준현 건설협회 실장, 건설산업에서의 규제기요틴 대상은 분리발주 의무화다
  • 오마이건설뉴스
  • 승인 2015.07.24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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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건설뉴스-온라인팀]정작 건설산업에서 규제기요틴에 올려야 할 전봇대 규제가 있다. 전기공사와 정보통신공사의 분리발주 의무화이다. 공공공사이건 민간공사이건 간에 분리발주하지 않으면 벌금 500만원이 부과된다.

이해가 잘 안 된다. 창조적인 융·복합이 필요한 시대에 시공자격이 있는 업체에게 맡겨서 시공하면 되지 꼭 나누워서 발주하라는 것. 특히, 민간발주자에게도 강제화하는 것은 도저히 이해 하기가 어렵다.

건축물 등 기능이 연결되는 일체식구조물의 경우 공종 간 연계시공이 필수적이다. 분리발주 강제 시 연계시공을 위한 별도의 종합관리자를 두지 않고는 예정된 공기 내 완공이 곤란하다. 특히, 전기배관공사는 대부분 콘크리트 슬라브 타설과 함께 시공된다는 것을 초급기술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만일 배관을 시공하지 않고, 콘크리트가 타설된 경우 배관 공사를 하기 위해서는 기 타설된 콘크리트를 다시 해체해야하기 때문이다.

분리발주로 진행되는 공사는 각 시공단계별로 전기업자가 공사를 완료할 때까지 기다려 건설공사를 수행하여야 하므로 통합발주공사에 비해 공기지연이 불가피하다. 또한 공기지연 책임소재에 관한 건설업자와 전기업자간의 분쟁은 시공품질 악화로 이어져 발주자에게 직·간접적으로 손해를 입히게 된다. 더구나 불분명한 책임소재는 시공업체간 도덕적 해이로 이어져 외부 비경제가 발생할 우려가 매우 높다.

일부에서는 통합발주는 저가하도급을 양산하여 부실시공을 초래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저가하도급에 대한 잘못된 진단으로 ‘우물에 가서 숭늉 찾는 격’이다. 지나친 저가하도급은 건설생산체계를 부식시키는 요인으로 건설현장에서 당연히 퇴출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치아가 불편한 환자에게 이도 우리 몸을 둘러싼 피부조직의 일부이니 치과가 아닌 피부과에 가서 치료를 받으라’고 해서는 안 되는 것처럼 저가하도급 문제가 단순히 시공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라고 접근하여 무조건 발주방식에 포함하여 해결하려는 것은 잘못된 해결방안이다.

따라서 저가하도급을 예방하고, 하수급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하도급법 등에서 저가하도급 방지와 집행력 확보 방안마련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더구나 최근 우리나라는 하도급거래공정화에 관한 법률에서 부당하도급대금 결정금지 등 저가하도급을 방지하기 위한 규정이 강화되어 세계 어느 국가 보다 하도급자 보호를 위해 법률로써 강하게 규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통합발주 하던 분리발주 하던 전기공사는 전기공사업자만이 시공할 수 있으므로 분리발주 하여야 전문성 있는 업체가 시공할 수 있다는 주장은 시공과정의 특성을 살피지 못한 나무만 보고 숲을 못 보는 데 그 문제점이 있다.

미국국립경제연구소(NBER)는 뉴욕시에서 행해진 공공건물건축공사를 분리발주공사와 통합발주공사로 나누어 각 공사의 공사비를 전문견적업자에게 의뢰(blind estimate)한 다음 실제 데이터와 비교분석한 결과, 분리발주제도는 6~8%의 건설비 상승효과를 가져 온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소규모 공사일수록 분리발주제도로 인한 공사비 상승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고, 시공물의 품질 면에서도 뚜렷한 우위를 보여주지 못했다. 더구나 공기는 통합 발주된 공사에 비하여 평균 2배가 소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기전문업체의 시공을 통한 전기공사의 품질향상은 적합한 전기시공자의 선정과 시공과정에 대한 철저한 감리를 통해 달성해야하며, 분리발주만이 마치 우수한 전기공사를 시공하는 우수한 대안으로 오해할 경우 오히려 전체적인 공정계획과 관리가 어려워지고, 시공연계성을 훼손시켜 공사를 지연시킬 뿐만 아니라, 비용 또한 증가됨을 보여준다.

하지만 전기공사업법 제11조는 건설공사에 있어서 전기공사는 다른 업종의 공사와 분리발주 할 것을 규정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500만원이하의 벌금형을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더구나 종합공사에 수반되거나, 동시에 시공되는 전기공사의 경우 분리발주까지 의무화하고 있어, 전기공사를 일반건설업체 중 전기공사업 등록을 하고 겸업하는 경우나, 일반건설업체와 전기공사업체가 공동수급체로서 일괄 수급하는 경우까지 분리발주를 강요하고 있다.

이는 공정관리의 어려움으로 공사의 품질확보가 어렵고, 공기가 연장되며 공사비도 증가할 우려가 매우 높다. 결국 건축주에게 시공자선택권을 박탈하고, 사적자치의 원칙에도 큰 틀에서 벗어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미국(캘리포니아 주)과 일본 건설업법에도 전기공사와 정보통신공사, 그리고 소방시설공사는 건설업으로 분류하고 있음에도 왜 우리만 전기공사업을 건설업이 아니라고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더구나 전 산업에서 각 부문별 연계를 통한 융복합화가 전방위적으로 도입되고 있는데, 건설산업에서는 분리발주 의무화가 건설관련업계의 IoT(Internet of Things)와 융·복합화 활성화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정부가 주장해온 건설산업에 있어 진정한 기요틴 과제는 단순한 물량이전 효과만 있는 ‘소규모 복합공사 확대’가 아니고, ‘전기공사와 정보통신공사 등의 분리발주 의무화 폐지’에 있다.

발목이 묶여 있는 새는 날고 싶어도 날 수 없듯이, 도약의 골든타임을 놓친 대한민국 건설산업은 선진국들과의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부는 더 늦기 전에 건설산업에서 분리발주 의무화에 대한 규제를 적극 개선해 건설산업이 재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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