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다논평]무량판 유탄에 건설사들은 ‘벙어리 냉가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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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다논평]무량판 유탄에 건설사들은 ‘벙어리 냉가슴’
  • 오세원 기자
  • 승인 2023.08.08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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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눈치에 ‘속앓이만’...미션 임파서블의 ‘이단 헌트’ 보는 것 같아
오세원 기자

[오마이건설뉴스-오세원기자]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어제(7일) 서울 강남구 소재 한국시설안전협회에서 국토안전관리원장, 한국시설안전협회장, 안전진단전문기관 등과 ‘무량판 민간아파트 전수조사’ 관련 점검회의를 직접 주재한 자리에서 안전진단기관의 투명한 선정과 국토안전관리원 중심의 철처한 점검방안 마련을 지시했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의 멘트를 살펴보면, 첫째, “세대동의 경우에도 계단 등 공용부분을 점검하는 방식 등으로 최대한 세대 내부를 허무는 일은 없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계단 등 공용부분은 엘리베이터와 계단실·파이프샤프트 등의 코어를 콘크리트 파이프처럼 만들어 코어라고 한다. 코어부분을 기둥과 슬래브로 구성된 무량판 구조가 아닌 벽식으로 올라가는데, 원 장관은 거기서 무량판 구조를 찾겠다는 말을 하고 있다.

또한 당연히 공용부 부분인 코어만 점검한다고 하면서 세대 내부는 허무는 일도 없다고 하는데 이거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건지, (기자는)묻고 싶다.

둘째, 원 장관은 “하자가 발견된 아파트 단지 명단을 공개할지 등의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다.

비싼 돈들여 그것도 민간 시공사에 부담시켜서 대규모로 진행해 놓고서는 명단 공개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다? 그 말인즉슨 기자가 자의적으로 해석해본다면, 혹시나 “내 말 안듣는 시공사만 나중에 발표해서 길들이기 하겠다”로 밖에 여겨지지 않는다. 

셋째, 원 장관은 “이번 전수조사가 수분양자(입주자)나 건설사들엔 부담이 된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래도 안전보다 큰 가치는 없다. 막연한 불안으로 더 큰 비용을 낳는 것보단 (이번 전수조사가)부작용을 줄이는 방법이다”고 했다.

전수조사 비용도 시공사 부담, 보수·보강도 시공사 부담, 뭐 이건 만만한게 시공사인데 거기에 나몰라라 빠져있는 듯한 국토부 장관의 모습이다. 현장에서 사망사고 발생시 대표이사가 처벌받는 것과는 엄청 대조적이다.

그리고 “전수조사한다”면서, “필요시하겠다”는 말과 “최대한 세대 내부를 허무는 일이 없도록 한다”는 말도 안되는 워딩을 써내려간 발표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또한 만에 하나 그러면 안되지만 세대 일부에서 전단보강근 누락이 발견되면 그 때는 △해당 동을 철거해야 하는지? △아니면 전체 동을 다 철거해야 하는건지? △해당 세대 내에 기둥하나 더 세워 보강하면서 전용면적을 줄여갈 것인지? △그때 설계-시공-감리 그리고 최초 사업계획승인 인허가 때 그걸 모르고 넘어간 해당 지자체와의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다같이 덤비며 싸우는 대규모 소송전에서 국토부는 또다시 바라만 볼 것인지? 궁금하다.

따라서 기자는 이 모든 것을 종합해 본다면 민간 건설사에게도 확대조사 및 시선을 분산시켜 책임을 물타기하며 이번 사태를 해결했다는 유일한 해결사라는 치밀한 계획하에 진행된 미션 임파서블의 ‘이단 헌트’를 보는 건 아닌지 염려(念慮)스럽고, 흥미진진할 뿐이다. 물론 그 의도가 아니겠지만 말이다.

지금 건설업계는 한계점에 다다른 분위기다. 정부 압박에 시키는대로 할 수밖에 없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는 행정기관으로서 합리적이고 현명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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