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업역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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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업역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 오세원 기자
  • 승인 2020.06.16 16: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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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협회서 잘못된 정책에 동조했더라도 이젠 바로 잡아야
‘乙’의 보호 이유로 면허통폐합은 목적과 수단 不一致 정책
입찰자격만 낮출 우려..입찰자만 늘리나
페이퍼컴퍼니 퇴출 목적 달성 힘들 듯
전문 관리능력 검증 추가 장치 필요
정부, 건설산업 옥죄는 선진화 ‘그만’
하도급 의존 지방 중소건설사 존폐 기로

[오마이건설뉴스-오세원기자]국토교통부는 건설산업 혁신방안의 일환으로 종합·전문건설업 간 업역규제를 폐지하는 <건설산업기본법>시행을 위한 하위법령 개정안을 지난 11일부터 입법예고했다.

국토부는 추진 배경에 대해 “종합·전문건설업 간 칸막이식 업역규제는 1976년 전문건설업을 도입한 이래 지금까지 공정경쟁 저하, 서류상 회사 증가, 기업성장 저해 등의 부작용을 낳았다”며 “이에, 이러한 부작용의 원인이자 대표적인 규제로 손꼽히는 종합·전문건설업 간 업역규제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종합·전문건설업 간 업역규제 폐지로 2개 이상 전문업종을 등록한 건설사업자는 그 업종에 해당하는 전문공사로 구성된 종합공사를 원도급 받을 수 있고, 종합건설사업자도 등록한 건설업종의 업무내용에 해당하는 전문공사를 원·하도급 받을 수 있도록 단계적(2021년 공공공사, 2022년 민간공사)으로 허용된다.

다만, 영세 전문건설기업 보호를 위해 10억원 미만 공사를 도급 받은 경우 하도급은 전문건설사업자에게만 가능하고, 2억원 미만 전문공사의 경우 오는 2024년부터 종합건설사업자에게 도급이 허용된다.

이번 하위법령안의 입법예고 기간은 다음달(7월) 21일까지이고, 관계기관 협의, 규제심사 및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오는 10월까지 확정될 예정이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40년간 이어온 종합·전문 간 칸막이식 업역규제 폐지로 건설사업자 간 상호시장 진출이 가능해짐에 따라 공정경쟁이 촉진되고, 발주자의 건설업체 선택권이 확대되어 시공역량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고 예상하며, “내년 1월 법 시행 전까지 발주기관 및 건설사업자에 대한 전국적인 교육 및 홍보 등을 실시하여 새로운 건설 생산구조가 조기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장관은 또 “아울러 전문건설사업자의 종합시장 진출을 촉진하기 위한 전문건설업 대업종화, 주력분야 공시제, 시설물유지관리업 개편 등 업종 개편방안도 6월 중 건설혁신위원회 논의를 거쳐 조속히 개정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 및 업계 입장 = 국토부의 건설 업역 폐지와 관련 전문가 및 업계 관계자들은 우려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대부분의 관계자들은 “종합-전문 상대시장 진출 자격 및 실적기준 살펴보니 면허없이 시장진입을 허용하고 상대방 실적을 손쉽게 취득 허용해 입찰자격이 더 허술해 질 수 있다”며 “오히려 페이퍼컴퍼니 줄이기보다는 입찰자만 늘릴 우려가 존재한다”고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우선 한 전문가는 종합↔전문 간 상대업역 계약 시 자격요건 마련(규칙 안 제13조의4)과 관련, 종합과 전문이 서로 상대방 시장에 입찰할 경우, 상대방업종 등록에 요구되는 시설․장비 및 기술능력을 갖추고, 입찰에 참여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바람직하나, 이렇게 상대방 업종의 시설장비나 기술인력을 갖추도록 요구할 경우, 차라리 겸업을 하도록 하되, 자본금이나 보유기술자수 등 등록요건을 간소화하는 것이 정공법으로 판단된다고 제언했다.

이와 함께, 종합↔전문 간 상대시장 진출 시 상대업종 실적인정과 관련, 전문실적을 종합실적으로 인정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불명확하다며 예를 들어 터널공사에서 토공사업체가 철근콘크리트, 포장공사, 보링그라우팅업체 등과 공동도급으로 터널공사에 참여했을 때, 만약 토공사업체가 토목엔지니어들을 고용해 종합적인 공사관리를 수행했다면, 해당 토공사업체에 대해서는 터널 종합실적을 인정한다는 의미인지? 만약 그렇다면, 단순 시공만을 담당한 철근콘크리트나 포장, 보링그라우팅업체는 전문실적만을 인정해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터널 종합실적이 인정되는가? 해답이 명확치 않다는 지적이다.

또, 토공사업체가 터널공사의 종합적인 공사관리를 수행하는 것이 면허요건상 타당한 것인지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지방소재 A사 대표는 “단편적으로 진단하기는 어렵겠지만 개인적으로 직영시공능력이 있는 일반건설사업체는 상황이 좋아지겠지만 도급 받아서 대부분을 하도급에 의존하는 지방 중소규모의 건설사는 아마 존폐의 기로에 놓이지 않을까 싶다”며 “아마 건설업은 엄청난 속도로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서울소재 B사 대표는 “전문과 종합을 통폐합 시키면 상생을 이룰 수 있다는 생각은 어리석은 생각이다”며 “이제 전문은 약자라는 개념이 아니라 특정 공종에 ‘프로페셔널(Professional)하다’는 개념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그리고 종합은 관민이 합동해서 각고의 노력으로 자정해야 한다. 즉, 자격미달은 시장 퇴출을 시켜야 한다. 이 자격미달 퇴출은 전문에도 해당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이미 공정거래위원회 등에서 약자의 보호는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니, 이 이유로 면허통폐합을 한다는 것은 목적과 수단이 不一致(불일치)한 정책이다”고 비판했다.

B사 대표는 또 “세계 어느 나라에도 전문과 종합이 동일자격으로 공사를 수주하고 집행하지 않는다. 도리어 종합의 책임을 강화시키는 한편 전문은 더 세부공종으로 나누고 있다”며 “과거 협회에서 잘못된 정책에 동조 했더라도 이제는 바로 잡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형사 관계자는 “대한민국 건설산업체계가 원ㆍ하도급 시스템인데 업역 폐지는 업체들을 무한경쟁으로 내모는 거지 건설산업선진화는 아니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중견사 한 임원은 “종합 전문간 업역철폐는 제도개선때마다 거론되어온 갈라파고스 규제 중 하나라 두 업역간 이견을 좁혀 緩衝地帶(완충지대)만 잘 찾으면 나름 괜찮은 작품이 될 것 같았다”며 “그러나 벌써부터 이상조짐이 보인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이 관계자는 “입찰자수 증가와 100%가 아닌 불완전한 상태의 전문이 종합시장 진출시 시공능력에 대한 불안감이다”며 “일단 종합은 전문을 더 이상 특화된 업종으로 인정을 하지않는 분위기다. 컨트롤타워도 없는 불완전한 전문 연합체와 경쟁을 할 바에는 이미 매니지먼트(management) 능력을 검증받은 종합건설업이 일부 전문면허를 몇개 더 내서 입찰 참여폭도 늘리고 필요하면 전문분야도 직접 참여하는 것이 훨씬 더 낫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 전문업종은 당연히 늘어나고 종합입찰자 수는 증가한다. 입찰자에 확실한 검증이 요구되며 그나마 불안감이라도 줄여주려면 전문이 종합참여시 관리능력을 검증하는 추가 장치가 필요할 것 같다”고 생각을 밝혔다.

한편, 업역 폐지와 관련 소위 전문가들 및 관련 업계 관계자들은 코멘트를 꺼리는 상황이다. 어느 전문가는 잘 모르겠다고 솔직히 이야기하기도 하고, 종합전문 상호시장진입에 대해 국토부 시행령이 나왔으나, 이게 무슨 내용인지 제대로 모른다고 답하는 부분도 존재한다.

본 기자 입장에서는 국토부가 공사비 2억7000만원에서 66억1000만원 규모의 9개 시범사업을 통해 나타나는 문제점을 찾아 개선하겠다고 하지만, 이러한 상태에서 하위 법령, 제도가 제대로 정비될지 의문스러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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