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오너(Owner)’와 ‘비(非) 오너’ 월급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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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오너(Owner)’와 ‘비(非) 오너’ 월급사장
  • 오세원 기자
  • 승인 2023.12.11 0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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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대초원에서 소와 비슷하게 생긴 ‘’라는 동물의 무리는 매년 초원을 찾아 수백 킬로미터의 대장정을 한다. 저 멀리 보이는 초원의 바로 앞에 넓고 물살이 센 강이 가로놓여 있다. 강에는 1년 내내 누 떼를 기다려온 악어들이 진을 치고 있다. 누 떼는 머뭇거리며 리더만 바라본다. 기나긴 기다림 끝에 리더가 물에 뛰어든다. 뒤를 이어 무리를 이룬 누가 차례차례 강으로 첨벙첨벙 뛰어든다. 건너편을 향한 사투가 시작된다. 리더가 움직이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 것은 인간 세상과 마찬가지다.

강물에 뛰어드는 누 떼 리더의 모습에서 창업 이래 사투를 벌이며 지금까지 버텨온 ‘오너(Owner)’의 마음을 느낀다. 두려움을 머금고 ‘오너’의 뒤를 따르는 누는 ‘월급쟁이’의 모습이다.

‘월급쟁이’와 차별화된 ‘오너’의 생각은 두 가지라고 한다. 월급날이 자주 오고 쉬는 날이 많다고 느끼면 ‘오너’라고 한다. 리더십(Leadership)과 주인의식(主人意識) 때문이다.

특히, 회사의 성장 과정에서 ‘오너’는 직원 월급날에 돈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東奔西走) 친척과 처갓집 8촌(寸)은 물론 친구들 문을 두드리기도 했다. 자재값을 지불하기 위해 은행 문턱을 넘나들기도 했다.

아울러, 밀린 인건비를 달라고 회사에 찾아와 자리를 펴고 자장면을 시켜먹는가 하면 책상을 뒤엎으며 난리를 치는 인부들의 애타는 모습은 아직도 중소기업 오너들의 가슴 속에 아픔으로 남아 있는 상처다. 이게 모든 업종의 중소기업 오너들의 성장과정이 아닐까.

회사에 입사하여 ‘오너’가 사투를 벌여 만들어 놓은 시스템의 온실에서, 일한 만큼의 대가를 요구하며 살아온 월급사장은 결코 공유할 수 없는 (오너들의)처절한 단면이다.

지금의 상황은 어떠한가. 중소기업 오너들은 중대재해처벌법 등의 난관에 직면하여 언제든지 위기상황에 봉착할 수 있다. 예기치 않은 처벌을 받을 수 있고 징역형을 받아 처자식을 남겨두고 감옥에 갈 수 있다. 원자재값 상승과 금리인상 등의 악재가 작용하면 회사는 언제든지 부도를 맞을 수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살고 있는 집도 날릴 수 있다. 위기상황에서 날아올지 모르는 직격탄에 한없는 두려움을 느끼지만 정면으로 맞서야 하며 감내해야 하는 것이 오너의 운명이자 숙명이다.

그래서 중소기업 오너들은 “항상 교도소 담장을 걷는다”고 한다. 그래서 몸을 던져서라도 회사를, 산업을, 동업자를 “바로 세우고 살리겠다”는 게 오너의 마음이고 자존심이다. 같은, 혹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은 서로 ‘동병상련(同病相憐)’의 마음이 크다. 

오세원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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