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조업된 수산물들은 대형 유통센터에서 경매 과정을 거쳐 낙찰 받은 뒤, 전국 각지의 도·소매점으로 또 대형 유통마트로 배송돼 우리의 식탁 위에 올라오게 된다.
덕분에 우리는 매일같이 영양가 넘치고 신선한 수산물들을 입맛에 맞게 골라먹을 수 있게 됐다.
이 모든 과정에 걸리는 기간이 하루도 채 걸리지 않으니 과거와 비교해보면 ‘세상 좋아졌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다.
생선이란 자고로 임금님 수라상에나 올라가는 귀한 대접을 받는 음식이었다.
교통수단이 발달하지 못했던 그 시절, 상하기 쉬운 생선을 전국 팔도로 옮기기가 힘들었을 테니 말이다.
물론 지금 세대들에게는 옛날 옛적 호랑이가 담배 피던 시절 이야기로 들리겠지만 말이다.
그런 수산물들이 우리 식탁에 올라오기 위해서는 고기 잡는 어부의 노력이 뒤따른다는 것쯤은 이미 모두 다 알고 있는 사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삶의 터전을 꾸려나가기 위해 넘실대는 파도에 목숨을 걸고 조업을 나가는 어부들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한 어부들의 안전은 누가 책임지는 것일까?위험에 빠진 어업 종사자2009년 9월 30일 오전 10시 30분쯤 실종 어선을 수색 중이던 스쿠버 인명 구조대가 울릉도 북면 관음도에서 동쪽으로 150m 떨어진 바다 한가운데서 침몰한 선체를 발견했다.
울릉도 근해에서 조업하다 29일 실종된 오징어잡이 소형 어선 2척 가운데 침몰된 1척이었다.
이들은 오징어잡이 조업에 나섰다가 기상악화로 입항하겠다는 교신을 한 뒤 연락이 끊겼다.
해양경찰이 경비함정과 헬기, 어선, 민간 수난 인명 구조대원 등을 총 동원해 수색작업을 벌였으나 선체에 타고 있던 선장과 선원은 끝내 찾지 못했다.
가을로 넘어가는 여름의 끝자락에 유독 부고가 자주 날라드는 곳이 있다.
바로 어촌이다.
태풍과 집중호우가 많이 발생하는 계절이라 전국 해안에 강풍이 몰아치면서 선박 침몰과 선원 실종이 잇따르는 사고가 빈번히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강풍과 높은 파도 속에서 조업을 하다가 자칫 배에서 떨어지기라도 하면 목숨을 부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실제로 미국 통계국에 따르면 2007년 작업 중 목숨을 잃은 사람의 비율로 위험한 작업의 순위를 조사 발표했는데 어업종사자(Fishers and related workers)가 10만 명당 111.8명 사망으로 1위를 차지하였다.
그 까닭은, 날씨가 궂어 비가 오거나 태풍이 불 때도 바다로 나가기도 하며, 물에 미끄러지기 쉬운 곳에서 작업을 하고 육지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서 사고가 나면 구조가 늦어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여름이면 해수욕을 위해 찾고 겨울이면 운치 있는 겨울바다를 보기 위해 찾는 바다가 어부들에게는 말 그대로 목숨을 내놓는 위험천만한 작업장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생업을 위해 바다로 나가야 한다.
이러한 어업 종사자들을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제도적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
즐겁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작업환경 만들기정부가 지난 2004년 ‘농림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산어촌지역 개발 촉진에 관한 특별법’과 ‘농어촌 주민의 보건복지 증진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했다.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2005년 6월 제1차 농어촌 보건복지 기본계획(2005∼2009년)까지 내놓았다.
하지만 실제 농림어업인들이 체감할 수 있는 혜택은 적었고, 정책 또한 실효성의 여러 한계점을 드러냈다.
농림어업인들에 대한 국민건강보험료 지원, 농업인 질환의 예방·치료 지원, 업무상 재해를 입은 농림어업인 지원 등을 약속했지만 제대로 된 건 보험료 지원 정도뿐이라고 한다.
어업 종사자의 재해자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고, 구체적인 제도와 현 상황에 맞는 개선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더불어 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수칙 사항을 적극 홍보해야 한다.
어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조업 시 안전수칙을 숙지하고 필요한장비를 꼭 갖추고 안전장치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조업이 없는 날에는 미리 선박을 점검하고 부품이 낡지는 않았는지 수리를 해두도록 하고, 높은 파도가 쳐도 배에서 떨어지지 않게 몸을 선체에 연결시킨 채 조업을 해야 한다.
일교차가 큰 날에는 국지성 안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선박 충돌에 주의해 운항해야 한다.
또 기상청취를 생활화해야 한다.
보통 어업 종사자들은 자신들의 오랜 경력을 믿고 기상예보를 등한시 하는 경우가 있는데, 반드시 기상예보를 미리 확인하고 조업을 나간 후 파도가 높거나 기상악화가 이어질 경우에는 조업을 중단하고 신속하게 복귀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사고 발생 시에는 선박 위치 등을 신속히 해양경찰서에 신고하도록 한다.
감히 인간의 힘으로 상대할 수 없는 자연인 바다와 싸운다는 것 그 자체가 엄청난 위험을 동반하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모든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그렇듯 어업에 종사하는 이들도 생업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오늘도 바다로 향할 것이다.
전쟁터에 나가는 군인이 총알을 빼놓고 가서는 안 되듯, 어업 종사자들도 ‘안전’이라는 총알을 채우고 바다로 향하길 바란다.
부디 안전이라는 이름으로 사고가 예방되어, 어부들이 고기잡이 노래를 절로 흥얼거리게 될 만큼 즐거운 작업 환경이 갖춰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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