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긴급진단, 코로나19와 건설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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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긴급진단, 코로나19와 건설산업
  • 오세원 기자
  • 승인 2020.02.28 09: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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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불가항력 시 발주자가 직접 공사를 정지시켜야”

[오마이건설뉴스-오세원기자]최근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전국이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건설현장에도 비상이 걸렸다. 더구나 건설업은 타 산업과 비교할 때 외국인 근로자의 비중이 매우 높다. 또, 건설근로자는 대부분 여러 개의 건설현장을 돌아다니며 시공에 참여한다. 또, 오지나 외곽에 현장이 있을 경우, 근로자가 함께 거주하는 사례가 많다. 따라서 건설근로자가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었을 경우, 급속이 전파될 가능성이 높다. 또, 건설현장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 역학조사나 방역 등으로 공사 중단이 불가피해지며, 시공자로서는 큰 피해를 입을 가능성 높다.

건설현장의 외국인 근로자는 비공식적으로 20만명 이상으로 추산되고 있다. 통계를 보면, 이 가운데 조선족이 53%, 중국 한족이 26% 정도로서, 약 80%를 중국인 근로자가 점유하고 있다. 특히 건축현장을 중심으로 형틀목공이나 타일공, 철근공 등은 중국인 비중이 매우 높다.

건자재 수급도 만만치 않다. 중국산 철강재는 생산설비인 고로(高爐)를 멈추기 어려워 수급에 큰 문제가 없다고 한다. 그러나 외장석재나 타일, 위생도기 등은 중국에서 수입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은데, 만약 중국 현지 사정으로 생산량이 줄어들 경우 적기 수급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 높다.

건설현장에서 가장 우려하는 것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인력이나 자재 수급에 문제가 생기고, 결과적으로 공사가 지연되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우려가 아니라, 대구·경북지역에서는 이미 건설현장에서 확진자가 나오면서 실제로 공사가 중단되고 있다.

만약, 코로라19 바이러스로 공사가 지연될 경우, 현행 계약예규로 판단할 때 천재지변이나 전염병 등에 따른 공기 지연은 불가항력으로 취급된다. 그러나 당사자간의 도급계약에 따라 지체상금이나 공사비 상승에 대해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국내의 공공공사에 활용되는 <공사계약일반조건>제32조를 보면 전염병을 불가항력(force majeure)의 일종으로 인정하고 있으며, 이 경우 지체일수에 산입하지 않고, 실비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계약금액을 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원자재의 수급 불균형으로 공사가 지체된 경우에도 동일한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최근 기획재정부에서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대응을 위한 공공계약 업무 처리지침’을 시달한 바 있다. 이 지침에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작업이 곤란할 경우 공사를 일시 정지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이와 관련된 공기 연장과 추가간접비 지급 등을 언급하고 있다. 또, 공사 정지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에도 불가피하게 공사가 지연될 경우 지체상금을 면제하고 계약금액을 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시공자 측에서는 사전에 발주자와 충분히 협의하여 공사 중단 등과 같은 코로나바이러스 대책에 만전을 기할 필요가 있다.

더 큰 문제는 민간공사이다. 국토교통부가 제정한 민간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서 제17조를 보면, 전염병을 불가항력으로 인정하고 있으며, 원자재 수급불균형에 대해서도 공사기간의 연장과 계약금액 조정을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민간에서는 표준계약서를 활용하지 않는 공사현장도 많고, 불가항력 항목으로서 전염병이 예시되어 있더라도 전염병의 유형에 대하여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더구나 민간 건설공사는 대부분 총액(lump-sum) 또는 고정금액(fixed price)으로 계약이 이루어지는 사례가 많다. 결과적으로 천재지변이나 전염병 등 특별한 사유가 발생해도 공기 연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코로나19사태가 장기화되면 건설사가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

또, 개발사업이나 대규모 공동주택 현장에서 공사가 중단될 경우, 이미 분양된 일정이 있기 때문에 마감 공기에 쫓기는 것이 불가피하게 된다. 또, PF대출이 이루어진 개발사업의 경우, 시공사가 책임준공확약을 지키지 못할 경우 대주(lender)의 채무를 인수하거나 손해배상을 하게 될 우려도 있다. 따라서 민간 현장에서는 발주자나 감리단, 금융기관, 건축주 등과 적극적인 협의를 통하여 대처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큰 관건은 공사 중단이다. 그런데 시공자 측에서는 확진자 등이 발생하지 않는 한 단순히 확산이 우려된다는 사유만으로 공사 중지를 요청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작업량 축소 등으로 대응하고 있는 사례가 많다. 따라서 코로나 사태에 적극 대응하려면 발주자나 건축주가 직접 선제적으로 공사를 중지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감염 우려가 높은 대구·경북지역의 경우, 발주자 측에서 공사 중지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그런데 국내에서 활용되는 공사계약일반조건이나 민간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서를 보면, 시공자가 공사 중단을 요청하도록 되어 있고, 발주자는 수동적으로 이에 응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발주자에 의한 공사 정지는 공사계약일반조건 제47조에서 공사의 전부 또는 일부의 안전을 위하여 공사의 정지가 필요한 경우 등으로 추상적인 요건을 규정하고 있다.

해외 사례로서 일본 국토교통성의 <공사도급계약서>를 보면, 수주자의 책임으로 귀착시킬 수 없는 사유로 시공이 불가능하다고 인정될 경우, 발주자는 공사의 전부 또는 일부의 중단을 신속하게 서면으로 명령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해외공사에서 널리 활용되는 <FIDIC계약조건>의 8.8(Suspension of Work)항을 보면, 발주자는 공사의 일부 또는 전부의 중단을 시공자에게 지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해외 사례로 판단할 때, 코로나19 등과 같은 불가항력 사유 등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려면, 공사 중단에 대한 발주자의 역할과 책임을 관련법령이나 계약예규에서 명확히 규정하는 것이 요구된다. 일례로 공사계약일반조건이나 민간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서를 개정하여 전염병과 같은 불가항력에 대해서는 발주자가 공사를 정지할 수 있는 요건으로 명확히 규정하는 것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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