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전환점 맞은 국가 인프라 정책, 미래 지향적 방향 설정이 중요
상태바
[긴급진단] 전환점 맞은 국가 인프라 정책, 미래 지향적 방향 설정이 중요
  • 이운주 기자
  • 승인 2019.07.29 11: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승우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인프라금융연구실장

건설투자 위축, 주택경기 하락 등 건설업의 어려움은 지속되고 있지만 2019년은 인프라 투자에 있어서 의미 있는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축소 지향적 기조를 유지하던 SOC 예산과 정책에서 벗어나 굵직굵직한 인프라 투자 정책들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근래 인프라 투자의 핵심인 SOC 예산은 실질가격 기준으로 2009년 이후 2018년까지 계속해서 감소했다. 2019년 예산도 국회 심의과정에서 다소 증가했지만 실질가격 수준으로는 여전히 2004년 이후 최저 수준에 불과하다. 향후 전망도 어두워 2018년에 발표된 2022년까지 국가재정 운용계획을 보면 전체 예산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SOC 예산은 연평균 2%가 축소되어 2022년에는 17조5000억원까지 줄이는 것으로 계획되어 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인프라 투자 정책은 큰 전환을 맞고 있다. 큰 이슈들만 짚어 보더라도 1월에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예타면제사업으로 24조 1,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발표한 것을 시작으로 4월에는 ‘생활 SOC 3개년 계획’에서 48조원의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뒤이어 6월에는 ‘지속가능한 기반시설 안전강화 종합대책’을 통해 노후 인프라 개선에 향후 4년 동안 32조원을 투자하겠다고 제시했다. 우리나라 1년 SOC 예산이 20조원에 못 미치는 상황에서 상반기에만 104조원에 달하는 인프라 투자 계획이 발표된 것이다. 다양한 투자계획과 함께 6월에 발표된 2020년 정부부처 예산 요구액 중 SOC 예산도 5년 만에 전년에 비해 1조2000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발표되었다. 이에 따라 2020년 SOC 예산은 올해 19조8000억원보다 1조원 이상 증액이 기대되고 있다.

인프라 투자에 부정적인 관점을 천명했던 현 정부의 집권 초기를 생각해 보면 이 같은 정책 흐름은 실로 놀라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가 그냥 얻어진 것은 단연코 아니다. 그간 건설산업 관련 단체와 연구기관들이 꾸준히 인프라 투자의 필요성과 효과를 설득하고 홍보한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얻어진 결실일 것이다. 또한 최근 인프라 투자 정책 변화는 경기조절이나 산업계의 어려움을 고려한 일회성 단순 투자 확대가 아니라 인프라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전환이 바탕이 된 구조적 변화의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인프라 논의의 흐름을 되짚어 보면,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절대선이었던 급속한 산업 성장기가 지나가면서 인프라 투자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그간 대부분의 논의는 양적 스톡의 충분 여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고, 관점과 접근 방식의 차이로 그 누구도 명쾌한 답을 제시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다 보니 인프라 투자 논의는 지역경제 활성화, 고용 창출 등의 경제적 효과에 집중되었고 폭넓은 사회적 공감대를 획득하는 데 실패하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인프라 노후화로 인한 안전사고 급증, 일상생활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생활 인프라의 중요성 등이 대두되면서 인프라 논의의 패러다임이 변하기 시작했다. 노후 인프라, 생활 인프라 등 새로운 인프라 수요가 인프라에 대한 논의의 중심축을 양적 충분 여부에서 질적 성능 제고로 옮겨놓은 것이다. 결국 인프라 투자가 경제적 측면뿐만 아니라 균형발전, 삶의 질 향상, 국민 안전 제고 등에도 필수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사회적으로 공감대를 얻어 가면서 정부 정책의 흐름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인프라 투자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확보를 노후 인프라와 생활 인프라가 주도했다면 향후에는 스마트 인프라가 그 몫을 담당할 것이다. 스마트 인프라는 시대적 요구인 인프라 질적 제고와 건설 생산성 혁신을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의 기술적 혁신을 효율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이 필요함은 물론이고 더 나아가 4차 산업혁명 기반기술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스마트 인프라를 통해 인프라 자체의 효용도 크게 높여야 한다. 인프라의 효용이 높아진다는 것은 건설의 스마트화로 인한 생산성 향상으로 건설 및 유지관리 비용이 줄어들고 스마트한 인프라에 대한 이용자의 사회적 편익이 늘어남을 의미한다. 비용의 감소와 편익의 증가는 인프라 전반의 투자 효율성을 제고시킬 수 있고, 차례로 지속적인 인프라 투자의 기반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스마트 인프라의 핵심 효용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의 인프라 투자는 중요한 기점에 서 있다. 단기적인 사업 수요만을 반영하는 SOC 예산 확대에 그쳐서는 안 된다. 노후 인프라, 생활 인프라, 스마트 인프라 등 새로운 인프라 수요를 효과적으로 뒷받침하고 인프라의 질적 제고와 혁신을 끌어내기 위한 장기적인 방향 설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가 인프라의 미래에 대한 전략적 접근에 기반한 SOC 예산의 지속적 확충이 필수불가결하며, 이러한 정책 방향을 천명하는 중장기 재정운용계획 수립이 절실히 요구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