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시대 변화에 맞는 건설산업의 규제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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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시대 변화에 맞는 건설산업의 규제 혁신
  • 오마이건설뉴스
  • 승인 2019.07.29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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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인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법제혁신연구실장

상반기에 발표된 SOC 투자 계획의 총액이 104조원을 넘었다. 인프라에 대한 정부의 공공 건설 투자 기조가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일면이라 하겠다. 지난 10년간 정부와 정치권은 공공 건설 투자를 단기효과만 가지는 낡은 투자 수단으로 치부했다.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건설 투자는 장기적으로 국민 생활 복지의 주요한 수단이 된다. 또한, 우리가 자주 인용하는 국가별 글로벌 경쟁력 순위에서도 인프라 경쟁력은 주요 항목으로 활용되고 있다. 국가의 장기적이고 안정된 투자의 약속은 결과적으로 현 정부가 가장 원하는 기업 투자 증대 및 일자리 창출의 훌륭한 수단이 될 수 있다.

물량 측면에서의 투자 갈증은 어느 정도 해소되어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공공 인프라와 다양한 시설을 공급하는 건설산업을 위기로 모는 이슈는 다른 곳에 있다. 바로 질적 혁신의 부족과 정체다. 질적 부문의 혁신을 통해 기대하는 것은 의외로 단순한 요구의 충족이다. 사용자, 발주자, 설계자, 건설사업자, 근로자 모두 당해 건설 사업을 통해 각자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혜택을 보는 것이다. 수요자인 국민과 발주자에게는 품질, 안전, 편의성이 확보된 시설이 필요하며, 건설과정에서 목표 비용과 기간, 그리고 안전 등이 확보되어야 한다. 공급자 즉, 설계자, 건설사업자, 근로자 등은 투여한 노력만큼 비용 등 다양한 측면에서 공정한 거래가 되길 기대한다. 여기에 기술혁신이 기반이 될 수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모두 기본에 해당하는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품질과 안전 측면에서 수요자의 불만이 컸다. 공급자 역시 불공정 거래 등으로 고통받고 있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러한 문제의 근원에는 건설 규제가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공공 건설 정책은 품질과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방향으로 각종 규제를 양산해왔다. 공정한 거래를 위한 입·낙찰제도, 공사비 기준 등도 수시로 변화해왔다. 그럴수록 규제는 늘어만 갔다. 그 결과 건설산업은 규제의 요람이 되었다. 2017년 기준 국토교통부 소관 규제 1만 742건 중 건설 관련 규제는 6,718건으로 62.5%를 차지하고 있다. 현 정부 역시 규제 해소를 강조하고 있지만, 건설 규제는 줄어들기보다는 늘어나고 있다. 입법부에 의한 규제 양산도 마찬가지이다. 17대 국회 이후 건설 관련 입법 발의 건수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물론, 해당 규제는 약자 보호, 품질과 안전의 확보 등 다양한 목적과 이유를 갖고 추진된 나름의 정당한 사유를 가지고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건설산업의 규제 과잉을 낳게 하는 새로운 요인이 되었다.

규제 자체가 꼭 나쁜 것은 아니다. 특히 주택 및 인프라 등 시설물은 공공재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일정 부분 규제가 반드시 필요하다. 문제는 규제의 합리성과 형평성 측면에서 정당한 것인가다. 건설산업의 대표적인 규제 영역은 업역 규제, 생산방식 규제, 가격 규제, 품질 및 안전·환경 규제, 획일적·경쟁 제한적 발주 및 입·낙찰제도 등 매우 다양하다. 지금까지 이러한 규제를 개선하기 위해 수많은 노력이 있었지만, 이해관계 집단의 저항, 복수 부처 중복 규제, 정치적 리더십 부족, 추상적 규제개혁안, 일회성 규제개혁 등의 이유로 건설산업의 규제 개혁이 매번 절반의 성공, 절반의 실패를 반복해왔다. 일례로 지난 10년간 매우 강화된 노동, 품질, 안전, 그리고 하도급 등에서의 제도 변화는 원사업자에 과도하게 책임을 지우는 방향으로 진행되어 왔다.

지속가능한 건설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강력한 규제 개혁이 필요하다. 국회와 정부의 협력적 거버넌스 구축과 목표 공유를 통해 장기적 산업 혁신 운동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폭넓은 영역에서의 규제 개혁 협력체계와 규제 정비 로드맵 구축도 필요하다. 규제 개혁의 원칙과 목표로 첫째, 시장친화적 규제체계의 확립, 둘째, 규제의 사회적 비용 합리화, 셋째, 산업 경쟁력을 저해하는 중복 규제의 통폐합 등을 생각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등 건설산업 내·외부에서 각종 변화와 혁신이 이미 진행되고 있으며, 그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현재의 건설 규제가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맞는 것인지 정부를 포함한 건설산업 리더 그룹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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