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업역 개선, 업종 구분부터 명확히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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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업역 개선, 업종 구분부터 명확히 해야”
  • 오마이건설뉴스
  • 승인 2018.09.10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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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최민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최근 건설업의 업역(業域) 개선에 대한 논의가 많다.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연구원 자료를 보면, 종합·전문 업종 구분 없이 공사 도급을 허용하는 방안이 대두되고 있다. 예를 들어 종합업종에서 전문공사의 원․하도급 시장 진출을 허용하고, 역으로 전문 컨소시엄 또는 복수의 전문건설업종 등록업체에게는 복합 공종의 공사 수주를 허용하자는 제안이다. 이러한 제안은 그동안의 건설업 면허 체계에서 볼 때 상당히 과격하다고 볼 수 있는데, 선진국의 사례나 제도 규정 등과 비교할 때 어느 정도 합리성이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건설업역 정책에서 선진국의 사례와 시사점

건설업종간 칸막이를 없애자는 주장은 10여년 전 건설산업선진화위원회 때부터 나왔던 주장이다. 그러나 이는 종합건설업은 물론, 전문, 설비 등 각 건설업종에서 모두 반대하는 경향이 높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또, 해외 사례를 보더라도 부정적인 측면이 있다. 몇 가지 사례를 들면 다음과 같다.

첫째, 건설공사의 발주 방식과 건설면허 체계를 혼동하는 사례가 있다. 예를 들어 토공사와 기초공사, 철근콘크리트공사 등을 묶어 골조공사로 발주할 수 있다. 또 창호공사와 커튼월, 방수공사를 묶어 외장공사로 패키지화해서 발주할 수 있다. 그러나 선진국에서 이를 골조공사업이나 외장공사업 등 독립된 시공 면허로 업종을 구분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미장공사와 방수, 조적공사업 면허를 합친 ‘습식공사업(濕式工事業)’면허도 외국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면허이다.

둘째, 전문건설업종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미국이나 일본 등 외국의 건설업종 분류체계를 보면, 전문건설업이나 하도급업자는 대개 한 가지 일을 하기 위해 고용된다. 예를 들어 지붕 또는 배관 작업만 원하는 경우, 해당 특정 전문 분야에 라이선스가 부여된 건설업자를 고용하게 된다. 이 때문에 전문업종은 대부분 30여개 업종으로 구분되며,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경우는 60여개 업종으로 전문 면허를 분류하고 있다. 즉, 전문건설업종은 기능이나 기술별로 세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외국에서 건설업면허나 등록제도를 운영하는 경우, 원칙적으로 허가받은 건설업종 이외의 건설공사는 도급계약을 체결할 수 없다. 예를 들어 복합공종의 종합공사를 전문건설업자에게 발주하는 경우는 없다. 만약, 전문건설업체가 종합공사를 수주한다면, 그것은 공사종별로 나누어 분리 발주하는 형태이다. 이 경우, 공사기간 지연이나 하자에 대한 최종 책임은 발주자가 부담하게 된다.

넷째, 부대공사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일본 국토교통성의 ‘건설업허가사무가이드라인’의 규정을 보면, 부대공사란 주된 공사에 부수되어 행해지는 일련·일체의 공사를 말한다. 즉, 그 자체가 독립적인 사용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주된 공사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불가피하게 부수하는 공사를 말한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경우 주된 전문공사의 공사예정금액이 전체의 1/2 이상인 경우 그 나머지 부분의 공사까지 부대공사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다.

다섯째, 유자격자명부에 들어간다고 해서, 해당 유형의 공사에 모두 입찰자격을 갖는 것은 아니다. 일본 국토교통성의 사례를 보면, 토목일식공사의 유자격업자를 구성하면서 토목일식공사업, 비계·토공·콘크리트공사업, 석공사업, 타일·벽돌·블록공사업, 수도시설공사업, 해체공사업자를 등록 대상으로 정하고 있다. 그런데 실제 공사 발주시에는 공사종별로 구분하여 입찰참가자격을 정한다. 예를 들면 ‘석공사’ 건설업허가를 받은 자가 ‘일반토목공사’의 유자격자명부에 등록될 수 있지만, 실제로 수주 대상이 되는 것은 일반토목공사 가운데 석(石)공사만을 하나로 발주하는 경우뿐이다. 혹은 석공사를 주된 공사로 하여 이에 부수되는 부대공사가 일부 추가되는 경우뿐이다. 냉난방설비공사도 마찬가지이다. 유자격자명부에는 관(管)공사업, 열절연공사업, 수도시설공사업, 소방시설공사업 등이 등록할 수 있으나, 일반적인 냉난방설비공사는 관공사업자가 수주한다. 다만, 부분적으로 냉난방위생설비와 관련하여 열절연공사나 수도 또는 소방설비 공사가 단종으로 발주되는 경우에는 해당 공사업 면허자가 수주하게 된다.

여섯째, 우리나라의 특수성이다. 국내의 종합건설업 면허는 외국과 비교할 때 최소 등록 요건이 다르다. 예를 들어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하는 기술자가 최소 5명에서 11명 이상이다. 즉, 우리나라의 종합건설업 면허는 설계·엔지니어링을 포함하여 건설에 관한 모든 것을 상담 및 시공할 수 있는 면허로 취급해야 한다. 미국의 사례를 보면, 계약 규모가 큰 공사의 경우는 전문 공종일지라도 건축이나 토목건설업체에게 원도급을 주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규모가 큰 전기공사는 건축공사업체가 원도급 하는 사례가 많다.

업역 문제의 상당 부분은 불합리한 업종 분류에 기인

종합과 전문건설업간 업역 문제를 들여다보면, 그 실상은 업종 분류가 잘못되었거나 또는 건설업종별 업무 범위가 불명확하다는 점이 큰 원인을 차지하고 있다.

업무 범위가 불명확한 예를 들면, 석공사, 산림토목, 상하수도 등을 들 수 있다. 외국 사례를 보면, 일본에서는 ‘건설업면허가이드라인’에서 업종별로 구체적인 업무 범위를 명시하여 분쟁을 방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상하수도 공사의 경우, 도로 하부의 하수도 및 농업용수도나 관개수로는 ‘토목일식공사’로 정의하고 있다. 반면, 주택 등의 배관 및 상수도 등의 배수관 설치는 ‘관(管)공사’로 규정하고 있으며, 상수도 등의 취・정수, 배수 및 하수처리장내 처리설비 축조는 ‘수도시설공사’로 명시하고 있다.

업종 분류가 불합리한 사례로는 시설물유지관리업, 실내건축공사업, 조경시설물설치공사업 등이 있다. 우선, 시설물유지관리업은 안전진단이나 점검을 중시하는 일종의 용역 업종이며, 이를 건설업종으로 분류하기는 곤란하다. 따라서 시설물의 정기적인 점검이나 균열 보수 등으로 업무를 한정해야 한다. 또 다른 예로서 전문 공종으로 분류되는 실내건축공사업은 실제로는 복합 공사이다. 따라서 건축공사업과 업역 분쟁이 발생한다. 외국에서는 목수가 관할하는 내장마감이나 목공사업(carpentry)으로 분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조경식재업이나 조경시설물설치공사업도 외국에서는 보기 어려운 업종 구분이다. 전문 공종으로 구분되어 있는 상하수도설비공사도 전문면허로서 적합한가에 대하여 의문이 있다. 만약 그렇다면, 터널공사업이나 교량공사업도 성립해야 한다.

종합은 종합답게, 전문은 전문답게 육성해야

해외 사례를 볼 때, 시공자격이나 입찰자격을 규정하면서, 건설업등록 요건이나 면허를 발급하는 취지를 왜곡해서는 곤란하다. 건설업면허 제도를 유지하는 이상, 종합건설업은 종합건설업 답게, 전문건설업은 전문건설업 답게 육성하는 것이 해법이다.

예를 들어 대형 종합건설업체는 설계·엔지니어링 기능을 내장하고, 타당성분석에서부터 시설물의 운영관리(operation & maintenance)에 이르기까지 종합적인 서비스가 가능한 업체로 육성해야 한다. 중견이나 중소 종합건설업체는 건축이나 터널, 교량, 상하수도 등 복합공종에서 실시설계와 직영 시공능력을 갖춘 업체로 육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전문건설업체는 30여개의 개별 업종에서 직접 시공을 담당하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육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중간관리자 유형을 배제하고, 개별 공종별로 십장이나 팀·반장 등 직접 시공체제를 갖춘 주체가 전문건설업자로서 활동할 수 있도록 등록 및 사후관리제도를 일신해야 한다. 즉, 건설산업의 혁신은 업종 구분이나 면허를 제대로 부여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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