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건설뉴스-이정우기자]고대 중국의 병법인 ‘삼십육계비본병법(三十六計秘本兵法)’의 제34계인 고육계(苦肉計)는 “살을 내어주고 뼈를 취한다”는 내용으로 자신을 상해해 적의 신임을 얻는 계책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 고육책을 쓰려면 반드시 대가를 지불해야한다는 논리가 뒤따른다.

지난해 9월 27일 건설공제조합(이하 조합)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자율경영 침탈하는 전무이사 낙하산 인사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조합 전무이사 교체시기와 국토교통부 출신 관료가 낙하산으로 안착하려는 시도가 있다”고 크게 반발했다.
아울러, 노조는 신임 전무이사 자리를 내부승진 시킬 것을 주장하며 "조합은 국토부 퇴물관료의 밥그릇이 아니다"며 1만3000여개 건설사들의 출자에 의해 만들어진 순수 민간법인임을 강조했다.
또한 노조는 조합의 자율적 경제활동과 내부임원의 자율적 선임권 보장을 요구했다.
당시 노조 성명서에 따르면 "정부의 통제나 지시 없이 건설공제조합의 자율적인 경제활동을 보장받아야 하고 이를 위해선 조합의 경영을 책임지는 내부임원의 자율적 선임권이 최우선적으로 보장받아야 하기에 이는 법과 조합 정관을 통해 내부적 의사결정을 통한 선임을 명백히 하고 있다"며 국토부의 인사권 개입을 강력 비판했다.
이같은 분위기에 조합은 지난해 10월 22일 운영위원회를 열고, 후임자를 선임할 예정이었으나 국정감사 일정과 겹친다는 이유로 운영위원회를 연기했다.
이어, 같은해 12월 22일 재차 운영위원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이마저도 개최를 불과 몇시간 앞두고 석연치 않은 이유로 취소되는 등 파행이 이어져왔다.
이에 조합 노조 관계자는 당시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계속되는 전무이사 선임의 지연은 사실 낙하산 인사를 내정하기 위한 사전 작업 단계로 볼 수 있다”며 “이는 적폐청산을 표명하고 낙하산 채용비리를 엄단하겠다는 現 정부의 노선과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위이기에 강력히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강력 경고한 바 있다.
이렇게 약 10여개월간 조합 운영위원회와 노조는 전무이사 선임을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 싸움을 전개해 왔다.
하지만 결국 조합은 지난 4일 이명노 전 새만금군산경제자유구역청장을 인사청문회를 거쳐 최종 전무이사로 선임했다.
노조는 지난 성명서에서 "전무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시점에서 또다시 전무이사 자리가 국토부 퇴물관료들의 당연한 밥그릇인양 취급되고 있는 작금의 그릇된 관행과 무분별한 행태는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고 강력대응을 예고했지만, 낙하산이 임명된 이날 이후로 강력한 대응은 더 이상 없었다.
이에 노조 관계자는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이미 선임된 마당에 더 이상 왈가왈부 할 수 없는 입장”이라며, “여러 복잡한 관계가 얽혀있는 상황”이라고 자세한 대답은 회피했다.
다만, 건설회관 1층 로비에 붙여진 낙하산 인사 관련 대자보는 떼어졌지만, 운영위원장 자격 논란 대한 대자보는 남아있어 개운치 않은 여운을 남겼다.
이에, 건설협회 관계자는 “낙하산 인사 개입과 운영위원장 자격논란에 대해 같은 맥락으로 봐왔는데, 하나의 성명서만 남겨져 있는게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이명노 건설공제조합 전무이사는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직원들의 불만에 대해 다른 이견이 없고 공감한다. 하지만 4일 인사청문회 절차를 통해 직원들이 만장일치로 동의해줬다“며 아무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명노 전무이사는 또 “청문회 주된 이슈는 자율경영권과 관련된 것이었다”며 “자세한 내용은 노조를 통해 듣는 것이 맞을 것 같다”고 입장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