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시공 양산 주범, 실적공사비제도 ‘현상수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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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시공 양산 주범, 실적공사비제도 ‘현상수배’
  • 이유진 기자
  • 승인 2014.07.22 09: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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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공사비제도 폐지돼야 하는 이유

[오마이건설뉴스 이유진 기자] 건설업계는 최근 적정한 시공원가를 확보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발주기관의 예정가격 삭감 관행에다 각종 공사에서 실적단가가 확대 적용되면서 공사예산이 속절없이 줄어들고 건설업체들은 경영압박을 받기 때문이다. 건설공사의 시공품질을 확보하고 건설업체의 경영안정에도 기여할 적정공사비 확보방안이 무엇보다 중요한 때이다.<편집자 주>

낮은 공사비 부실시공 및 안전사고 유발, 업계 경영악화와 서민 생존까지 위협

“건설시장을 여전히 과거의 잣대로 바라보고 순공사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적공사비를 계속 유지하는 한, 건설산업은 결코 정상화될 수 없습니다. 이에 건설산업이 자칫 붕괴될 수 있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실적공사비제도의 폐지를 건의드리오니, 건설산업의 정상화를 위해 반드시 반영하여 주시기를 간곡히 호소드립니다.”

현실 공사단가를 반영하기 위해 도입한 실적공사비 제도가 오히려 적자 시공을 양산하는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다.

건설업계는 적정공사비 현실화를 올해 최대 화두로 꼽고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이에 지난달 9일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 대한건설협회, 대한전문건설협회, 대한설비건설협회, 한국전기공사협회,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 한국주택협회, 대한주택건설협회, 대한건설기계협회, 한국골재협회, 한국건설기술인협회, 건설공제조합, 전문건설공제조합, 대한설비건설공제조합, 전기공사공제조합, 정보통신공제조합 등 건설관련 16개 단체는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실적공사비제도 폐지 요청 연명 탄원서’를 청와대,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등 정부기관관 새누리당, 새정치민주연합 등에 제출했다.

이들 단체들은 “정부가 예산절감이라는 명분하에 우리 현실여건에 맞지 않는 ‘실적공사비’제도를 도입해 공사비를 삭감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어 건설업계의 경영난이 심화되고 있다”며 실적공사비제도를 조속히 폐지해 제값주고 제대로 시공하는 풍토조성에 앞장서 줄 것을 200만 건설인들을 대표해 절박한 심정으로 간곡히 호소했다.

또한, “실적공사비는 낙찰율이 적용된 ‘계약단가’를 활용함에 따라 계단식으로 지속 하락할 수 밖에 없어 근본적으로 시장가격을 반영하지 못하며, 국내 입·낙찰 구조하에서는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없는 등 ‘시장가격 반영’과 ‘업체간 기술경쟁 촉진’이라는 당초 제도 도입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어 이미 제도 존속의 이유가 상실된 상황”이라고 주장하며, “일부 제도 보완만으로 실적공사비가 갖고 있는 근본적 문제점의 개선은 불가능하므로 현시점에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실적공사비로 인한 낮은 공사비로 기업은 원가관리에만 집중하여 시설물 품질 및 안전 확보는 뒷전이 되고, 하도급자, 자재·장비업자 및 건설근로자에게 피해가 전가되어 사회취약계층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주장하며, 건설산업의 정상화를 위해 비정상적인 실적공사비를 반드시 폐지해 줄 것을 건의했다.

탄원서에 어떤 내용을 담았나

정부는 예산절감이라는 명분하에 우리 현실여건에 맞지 않는 ‘실적공사비’제도를 도입하여 공사비를 ‘삭감’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어 관련업계는 크게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적공사비는 발주자와 건설업자간 체결된 계약의 ‘계약단가’를 활용토록 함에 따라 계단식으로 지속 하락할 수 밖에 없어 시장가격을 전혀 반영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우리나라 입·낙찰제도는 선진외국과 같이 실제 시공이 가능한 금액으로 입찰하는 방식이 아니라 항상 예정가격보다 일정 비율 낮은 금액으로 입찰할 수 밖에 없는 구조로 인해 현실적으로 ‘계약단가’에 과거의 낙찰률이 반영되어 결국, 실적공사비는 구조적으로 하락할 수 밖에 없다.

이와 같은 비정상적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계약단가’를 활용해 실적공사비를 도입한 것은 공사비 삭감을 위한 일방적 행위로 밖에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의 실적공사비 도입취지는 ‘업체간 기술경쟁 촉진’, ‘시장가격 반영’이었으나, 오히려 실적공사비로 인한 낮은 공사비로 인해 업계는 고사 직전에 처해 있어 기술경쟁은 꿈도 못꾸고 오로지 공사수주를 위한 가격경쟁으로만 치닫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현실과 괴리된 실적공사비는 시장가격을 전혀 반영치 못하고 있는 등 당초의 실적공사비 도입취지를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어 이미 제도존속의 이유가 상실된 상황이다.

정부는 실적공사비가 현실가격을 반영치 못한다는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2007년 최저가공사에서 실적공사비 적용공종은 공사비의 3/1,000보다 낮게 투찰할 수 없도록 하고, 2012년에는 적격심사공사에 대해 설계단가와 5%이상 차이가 나는 계약단가는 실적공사비 수집에서 배제토록 했다.

그러나, 개선 이후에도 실적공사비 단가는 낙찰율에 의해 적격심사공사의 경우 여전히 5%씩 하락하고, 턴키·기술제안입찰은 계단식으로 지속 하락하고 있으며 개선 이전까지 이미 하락한 실적공사비 단가는 회복이 요원한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에 시장가격과 차이가 큰 실적공사비 단가의 현실화를 위해 ‘시장조사’를 거쳐 단가를 조정하는 ‘단가조정제도’를 도입했으나, 이 또한 제도적으로 하도급 계약단가만을 활용할 수 밖에 없어 현실의 시장가격을 반영치 못하고 여전히 괴리된 상황으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비현실적 실적공사비로 인한 공사비 삭감은 기업으로 하여금 품질·안전관리 보다는 원가관리에만 집중하게 하여 시설물의 품질 및 안전 확보를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저임금 미숙련 노동력, 저급자재 사용을 조장해 공공시설물의 품질저하 및 부실시공 발생위험을 높여, 결국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게 되며, 무리한 공기단축 및 안전관리비용 삭감으로 건설근로자의 산재발생 위험이 증가하게 된다.

특히, 실적공사비로 인한 공사비 부족으로 국내 건설시장에 의존하는 대부분의 중소건설업체는 기술개발 투자여력을 상실하고, 젊은 신규인력의 진입기피로 산업경쟁력은 갈수록 퇴보할 수 밖에 없다.

또한, 공사비 부족은 저가·불법하도급으로 이어지고, 이는 자재·장비업자, 건설근로자에게 전가되어 사회취약계층의 생활기반을 어렵게 하는 등 산업구성원 모두를 공멸의 위기로 내몰고 있다.

우리 건설산업은 산업인프라 공급, 일자리 창출 및 해외건설로 국민소득 2만불 시대를 이끈 주역이었다.

건설산업의 높은 국민경제 기여도에도 불구하고, 건설기업은 장기침체에 따른 물량부족, 자금경색 및 수익성 악화 등으로 극심한 경영위기를 겪고 있다.

경영위기의 주요인은 공공공사 축소에 따라 수주기회가 멀어지고, 수주하더라도 적자시공을 면치 못하는데 기인한다.

최근 발주된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공사가 5천억이 넘는 대형공사임에도 불구, 낮은 공사비로 책정으로 1천억의 적자가 예상되어 건설업계의 외면을 받으며 연이어 유찰된 것은 이를 단적으로 증명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건설산업의 정상화를 위해 비정상적인 실적공사비는 반드시 폐지해야 하는 이유이다.

한편 최삼규 대한건설협회는 최근 “실적공사비 개선 등 건설산업 손톱 밑 가시 뽑아달라”며, 국회에 재차 촉구했다. 최 회장은 지난 1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장인 박기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만나 이 같은 방안에 대한 건의서를 전달하고, 국토위가 제도 개선에 앞장서달라는 의견을 전달했다. 이에 박기춘 국토위원장은 “제도 개선에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화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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