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가 있는 상황에선 어떤 사항도 예측할 수 없다. 끊임없이 대비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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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가 있는 상황에선 어떤 사항도 예측할 수 없다. 끊임없이 대비해야한다.”
  • 이유진 기자
  • 승인 2013.07.22 1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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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의 흔적과 함께 오로지 한 길만 걸어온 그들의 삶을 보다

[오마이건설뉴스-이유진 기자] 지난 11일 억수같이 쏟아져 내리는 장대비를 마다않고 4시간가량 달려 도착한 곳은 한반도의 생태보고 백두대간 숨길이 살아 숨쉬는 국내최장의 터널공사현장인 인제터널이었다. 쉴새없이 떨어지는 굵은 빗방울 속에도 雲霧(운무)로 자욱하게 깔린 능성을 멀리하고 내린천이 콸콸 흐르는 계곡을 따라 산 속 깊이 숨어있던 현장사무실이 비로소 눈에 들어왔다. 내리쬐는 한 여름철 뙤약볕에 푸른 녹음과 함께 했더라면 취재 가는 발걸음은 마치 여행길 같지 않았을까 상상해보며 현장에 첫발을 내딛었다. 일반인의 발길이 거의 없는 오지 속 현장에서 기자를 맞이하는 대우건설 직원들의 표정은 외지인을 오랜만에 만난 것처럼 환하다. 회의실에 나란히 마주한 대우건설 백강현 공무팀장을 비롯한 협력업체 소장, 근로자 한분의 눈빛에서 다소 긴장감이 엿보였다. 그렇게 인터뷰는 시작됐다.<편집자 주>

대우건설 백강현 현장 공무팀장을 만나, 애환을 듣다

건설경기의 불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현장분위기도 행여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했던 걱정과는 달리 건설현장 분위기는 무력하거나 어두운 기색하나 엿보이지 않았다.

사실 현장이 준공되면서 마무리되는 시점과 예전만큼 다량 확보되지 않는 상황에 걱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 하루 12시간 넘게 빠듯하게 돌아가는 현장에선 밖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고 전한다. 실로 한국에서 가장 긴 터널인 인제터널은 착공 2년5개월만에 최근에 굴착을 완료했다.

한국도로공사가 발주하고 대우건설이 시공하는 춘천~양양 간 고속도로(길이 88.8㎞) 구간 중 강원 인제 기린면 진동리와 양양군 서면 서림리를 잇는 이 터널의 길이는 10.96㎞에 이른다. 최장 도로터널인 국도 46호선 배후령 터널(5.1㎞)의 2배 이상이고 세계에서는 11번째로 긴 터널이다.

그 곳에서 만난 대우건설 백강현 공무팀장은 “현장소장은 발주처로부터 받은 연간예산을 운영하고 매출을 최대한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 팀장은 무엇보다 원가절감을 위해 최소인원으로 최대효과를 누려야 하는 어려운 심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현장에서의 소장역할은 사실 영향력이 가장 클지도 모른다.

건강이 최우선이 되어야 할 것은 물론이거니와 팀원들을 이끌어 갈 수 있는 탁월한 리더쉽, 완만한 대인관계를 이끌어 나갈 온순한 성격, 어떤 상황에서도 판단을 냉철하게 하고 순발력있는 행동은 현장소장의 필수조건이 아닐까.

요즘은 안전사고에 대비해 안전관리에 대한 부분을 가장 신경 쓴다고 전한다. 본사지침은 현장소장이 자리를 비우게 되면 현장의 문도 닫는다는 어쩌면 좀 심하다 싶을 방책이라 생각 들지만 그만큼 하나라도 놓치는 부분 없이 관리하겠다는 대단한 각오가 아닐 수 없다.

집을 못 다녀온 지 한 달이 넘어간다는 백 팀장의 대답에서 괜시리 측은함마저 드는건 직업정신이 투철한 자세에서 존경을 표하는 부분이기도 했다. 아파트 현장은 가족적인 분위기를 내세워 직원들끼리 친선도모, 사기증진을 위한 이벤트와 체육대회를 갖는 경우도 더러 있다. 하지만 위험요소가 높은 터널공사 현장은 소소한 모임마저 갖지 못하는 실정이다.

“외부사람들이 보기에는 수려한 경관과 경치 좋은 휴양지로 보일 수 있으나, 현지근로자들에게는 너무나 고립지역이다”라고 백 팀장은 말한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택배가 배달되지 않는 장소입니다.”

거래하는 주유소에 택배를 맡겨놓으면 한번 씩 찾아가는 꼴이라고 하니 짐작이 간다. 현장관리시 가장 어려운 점을 묻는 질문에 백 팀장은 현장소장은 대신해 “건설인들의 경우 다른 업종에 비해 근로시간이 길다. 아침 6시 40분에 현장일이 시작되고, 저녁6시에 일과를 마친다”고 말한다.

그것도 정상적으로 작업을 끝낼 시에 가능한 시간이고 대부분은 개인시간까지 훌쩍 넘어 끝나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하니 건설 야전맨들의 노고가 상상이 간다.

특히, 터널공사의 경우 365일 비가오나 눈이오나 24시간 풀가동이다. 명절인 설과 추석을 제외하곤 하루도 빠짐없이 24시간 돌아가는 현장이고 교대는 2교대이니 무심코 지나쳤던 터널을 떠올리면 이 분들의 노고를 너무 당연하게 생각한 건 아닐지 고개가 숙여졌다.

그런 와중에도 대우건설 현장소장 外 협력업체 관계자는 물론, 모든 현장 근로자들의 가장 큰 애환은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다. “토·일요일 휴무 없이 일하고 보장도 못 받지만 짧은 휴일에 가족마저 볼 수 없는 시간이 애석하게도 안타깝다. 열심히 일할 수 있는 현장이지만 그런 면에서 참 아쉽다.”

지금까지 39%공정률이 진행되고 있는 인제터널은 굴착에만 28개월이 소요됐다. 이것도 반절 줄인 것으로 터널공사의 경우 양쪽에서 굴착을 하는데 점보드릴 한 대에 달린 붐이 3개, 이것으로 한번 발파하는데 천공이 대략 130~140공 정도다.

깊이는 암질에 따라 강도에 따라 조금 차이가 나지만 그 장비가 2세트가 들어오는 것이 일반적이나 4세트가 들어왔다고 하니 과히 이름값 한다.  “예산배정만 제대로 된다면 계획대로 잘 추진될 수 있다. 내년이 걱정이다.” 백 팀장은 공기가 그만큼 연장될까봐 걱정했다. 지금까지는 큰 잡음 없이 잘 맞춰가고 있고, 계획한 일정에 맞게 진행되고 있다.

현장 협력업체 소장을 만나다

대우건설 협력업체인 동아지질에 입사한지 22년차가 되가는 강광용 소장 인터뷰가 다음으로 이어졌다. 토목을 전공한 강광용 소장은 지금이 두 번째 직장(동아지질)이다. 구수한 사투리를 쓰는 협력소장은 “멀리 떨어진 김해가 고향이라며 본사가 부산에 위치해 있어 현장을 직접 오고가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협력업체는 현장에서 여러 측면에서 일을 담당한다. 현장에서 발생되고 또 향후에 일어날 수 있는 전반적인 사항을 파악, 예측하여 안정적이고 지속적이며, 또 주어진 공사기간 내에 마칠 수 있도록 공사 전반적인 사항을 관리한다.

특히, 목적물 완성까지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가지 사항을 파악하고 예측하여 주어진 공기 내에 가장 안전하고 경제적인 방법으로 달성하기 위한 제반의 활동사항에 중점을 둔다.

공사를 수행하면서 안전관리를 위한 계획서 수립, 안전보호구 요청 또는 구매, 안전 교육실시, 지속적인 안전관리 순찰, 지적 및 개선 활동을 하는 안전관리자를 선입하고, 안전 보건 책임자로서 위의 일련의 행위와 조치를 관리 감독 업무하는 면에서 어떤 것도 소홀할 수 없다.

“현장 운영 관리시 협력업체가 시공에 주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데 각 협력업체의 사정에 의해 체계적인 관리 업무를 진행하는 것이 다소 차이가 있다.”

“아무래도 기업이다보니 이윤을 추구하는 데 있어 계획된 공정에 의해 공사 진척이 잘 되지 않을 때가 가장 큰 애로사항“이라며 ”생산이 없으면 협력업체에게는 관리비용의 부담이 크게 돌아오는데 이것들이 모이면 결국 손실로 연결되어 더 이상 현장을 유지 할 수 없는 상황까지 이른다”고 다부진 목소리로 힘주어 말했다.

마지막으로 “협력사는 일을 요율적으로 함으로써 이윤을 창출하는 업체이다. 요율적인 업무진행을 하기 위해서는 협력업체의 부단한 검토와 계획,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민원문제, 설계변경의 조속한 결정, 부지의 확보 등 협력업체의 업무범위를 벗어나는 사안에 대해 발주처, 원도급사들이 빠른 의사 결정으로 진행시켜 줬으면 좋겠다”라고 정리했다.

경력 32년 베테랑 현장반장...얼굴에 세월의 흔적이 묻다

한평생 32년 동안 한 길만을 걸어왔다는 현장반장 A씨의 얼굴에서 세월의 흔적이 묻어난다. 건설업의 역사와 함께 지난시간을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칠게만 느껴졌던 건설근로자들이 예전과는 다르게 지금은 아주 많이 변했다고 한다.

“숙소생활이나 안전부분에 대한 숙지가 미숙하고 단체생활을 하는 데 있어 어려움이 많았던 예전을 생각하면 지금은 너무나 좋아진 현장분위기에 절로 일할 맛이 난다”는 A반장은 이 일이 천직이 아닐까 감히 짐작해본다.

“워낙에 회사에서 안전에 대한 부분을 강조하고 있고 그것이 지켜지지 않았을 경우 퇴사를 감행해서라도 안전교육을 중요시 여긴다.”

“안전은 관리차원에서가 아니라 본인 스스로가 목숨과도 연결된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하고 자기 스스로가 지킨다는 생각을 항상 머릿속에 담아둬야 할 것이다”며 재차 안전을 강조하시는 A반장도 역시나 일에 대한 열정이 철철 넘치시는 듯 했다.

“예전부터 쭉 해왔던 작업이라 시간에 대한 개념이 없어진지 오래이다. 각 현장마다 근로시간이 조금씩 다른데 신입의 경우 적응하는데 시간이 꽤 걸린다.”

거의 대부분이 이 일을 한지 오래된 사람들이라 작업만 봐도 어떤 식으로 어떻게 작업해야할 지 감을 잡는다. 평균연령이 40~50대이고, 이 현장에서 가장 젊은 사람이 32살인 점을 감안하면 근로자들의 연령이 다른 업종에 비해 꽤 높은 편이다.

아무래도 일의 숙련도가 공정에 있어 많은 영향을 차지하는 것을 생각한다면 높은 연령대가 이해가 간다.
“현재 40명의 근로자가 있는데 외지라서 외로움과의 싸움이 가장 큰 어려움이다”라고 말하는 A반장.

본인은 부인과 같이 와있어서 “저보다도 팀원들의 걱정이 크다 그래서 지금까지 팀원들의 가족들을 초대해서 하룻밤 좋은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시간을 만들어 주고 있다”며 이 점은 “정말 스스로도 뿌듯한 일이고, 계속해서 지속적으로 지켜나갈 것이다”라고 진심어린 눈빛으로 전하는 맘이 참 아름다웠다.

현장에 따라 오지를 다니고, 가족과도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반장님은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강하게 어필했다.

“생전 와보지도 못한 오지 속에서 일도 해보고, 주위에 좋다는 관광지들도 다니면서 이 일에 대한 자부심도 많이 생긴다”는 A반장을 보며 작은 것 하나에도 불만을 늘어놓았던 자신에게 괜히 부끄러워지기도 했다.

타 업종에 비해 난공사인 경우가 많고, 늦은 나이에 일할 수 있는 공간이 한정되어 있는 건설근로자들의 애환이 ‘좋은 공사, 좋은 현장, 좋은 사람’들로 넘쳐나 오래토록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그 날이 지속되길 손모아 희망해보며 인터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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