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대담]건설원가 상승과 건설업계의 대응방안은? - 최민수 씨앤이기술사사무소 소장(공학박사/시공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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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대담]건설원가 상승과 건설업계의 대응방안은? - 최민수 씨앤이기술사사무소 소장(공학박사/시공기술사)
  • 오세원 기자
  • 승인 2023.01.01 2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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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초기 투입되는 철강재나 레미콘 등 수급 및 원가관리 중요
건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단품슬라이딩 제도 정비해야
민간공사 표준도급계약서, 서울시 정비사업 공사표준계약서 물가변동조항 개선해야
분양가상한제 폐지, 원가상승 반영한 분양가 산정 필요
기본건축비와 표준형 건축비의 현실화 필요
연구기관에서 현안에 대응한 미래지향적인 정책 대안 제시 필요
최민수 소장

【 기자멘트 】최근 수년간 건설자재와 노임 등 건설원가가 급등하면서 건설현장의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분양가상한제 등으로 공사원가 상승을 반영하기 어렵고, 물가변동에 따른 계약금액의 조정도 경직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건설사는 물론 하도급 시공업체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최근에는 금리 인상과 부동산 경기 침체와 더불어 중견 건설업체의 부도 등 건설업계의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2023년에는 원자재 가격 상승과 자금조달 경색, 부동산 경기 위축이라는 '트리플 악재'가 겹치면서 지방 중소건설사를 중심으로 경영위기가 현실화될 우려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에 오마이건설뉴스는 최근의 건설공사 원가 상승의 실태 등 건설업의 현안 문제점을 점검하고, 정책적인 대응책에 대해 전문가(최민수 씨앤이기술사사무소 소장)의 의견을 구(求)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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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문 1 】건설공사 시공비는 최근 3년간 철강재, 레미콘, 시멘트 등 건설자재 가격의 급등에 의하여 크게 상승하여 왔습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서 발표한 건설공사비지수는 최근 3년간 거의 30% 가까이 상승했습니다. 이와 같이 건설공사비가 크게 상승한 이유는 무엇인지요?

【 답변 】 건설공사비가 크게 상승한 것은 환율이 급등하고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영향으로 철강재나 시멘트 등 원자재 가격이 크게 상승하였기 때문입니다. 철강재는 원료인 철스크랩 수입가격이 급등했고, 시멘트도 유연탄가격이 급등한 것이 주요 원인입니다.

건설자재 가격도 많이 상승하였으나, 최근 건설공사비 지수가 크게 상승한 이유로는 인건비의 상승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국내 건설업에서 활동하는 외국인 근로자수는 공식적으로 약 21만명 수준으로 집계됐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훨씬 많은 외국인 근로자가 활동하고 있고, 실제 건설현장에서 외국인 근로자가 절반을 넘는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입니다.

그런데 최근 2년간 코로나19 팬데믹이 이어지면서 외국인근로자 입국이 매우 제한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건설현장에서는 인력 부족으로 불가피하게 인건비가 크게 상승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정부는 인력난이 심각한 업종에 외국인근로자 투입 방안을 마련하고 있으나, 건설업은 공식적인 지원 대상에서 빠져 있습니다. 건설업의 인력난 완화를 위해서는 외국인 근로자의 확대와 더불어 유능한 인력의 국내 정착 방안 등에 대한 지원이 필요합니다.

또 다른 이유는 최근 화물연대 파업 사태 등과 같이 인위적인 요인으로 공기가 지연되면서 불가피하게 공사비가 상승하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이 경우 공사기간도 지연되면서 돌관공사의 위험마저 증가합니다. 현행 국가계약법령이나 민간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서 등에서는 원자재의 수급불균형에 의한 공기 지연은 허용하고 있으나, 단위 생산현장에서 제어할 수 없는 파업 등에 대해서도 공사기간 연장 사유로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 질문 2 】건설자재 가격이나 인건비 등의 급등이 있을 경우, 이를 적정히 계약금액 조정에서 반영하지 못한다면, 건설현장에서는 어떤 문제점이나 애로점이 발생할 수 있는지요?

【 답변 】건설자재 가운데 부실공사나 총 공사기간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자재는 대부분 공사 초기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콘크리트파일, 철강재, 레미콘, 아스콘 등이 대표적입니다. 더구나 이들 자재는 대량으로 사용되며, 수급 상황에 따라 가격 변동성도 높습니다.

공사 초기에 철강재나 레미콘 등의 수급이 불안정해진다면 이는 곧바로 주(主)공정선인 크리티컬패스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결과적으로 총 공사기간의 증가로 귀결됩니다. 따라서 공사 초기에 집중 투입되는 자재의 적기 공급과 가격 안정이 매우 중요합니다.

가격이 불안정하다면 이는 결국 품질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 불가피합니다. 최근 골재 품질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된 바 있고, 최근 골재업체 품질검사 등 제도가 강화되고 있지만, 쉽지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현실적으로 물가변동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이 적기에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건설사와 자재업체의 분쟁이 지속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공사 초기에 투입되는 주요 골조공사용 자재는 물가변동을 적기에 반영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이와 연계된 제도 개선이 매우 시급합니다.

 

【 질문 3 】건설현장에서는 급격한 물가변동에도 불구하고 계약금액의 조정이 적기(適期)에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행 법상 물가변동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제도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요?

【 답변 】공공공사에서는 총액 에스컬레이션 제도가 어느 정도 정착되어 있습니다. 다만 소비자물가지수나 생산자물가지수를 이용하여 지수조정하는 방식이 널리 활용되고 있으나, 실무적으로는 건설공사의 특성을 고려한 건설공사비지수를 활용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그런데 민간공사는 물가변동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이 쉽지 않고, 건설업체 측면에서 보면 불합리한 상태로 방치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민간공사의 경우 ‘사적자치(私的自治)의 원칙’이 중시되나, 건설공사는 장기간에 걸친 채권 관계가 많습니다. 따라서 계약이행과정의 리스크를 시공자가 일방적으로 부담토록 강제할 경우, 매우 불공정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특히 물가변동에 따른 리스크는 도급인과 수급인이 상호 분담토록 유도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실무적으로 보면, 민간공사는 총액계약(lump-sum contract)이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개별 공사계약서를 보면 계약기간중 물가변동이나 단품슬라이딩 조항이 반영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정부가 제정한 민간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서에서는 단품슬라이딩 조항이 있으나, 도급인과 수급인의 상호 합의를 전제하고 있어, 사실상 권고 규정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대상 자재의 범위나 가격 변동률에 대해서는 도급인과 수급인이 상호 합의토록 하되, 해당 요건이 충족되면 단품슬라이딩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합니다.

 

【 질문 4 】총 공사비 이외에 특정자재의 급격한 물가변동을 적기에 반영하는 제도로서 단품슬라이딩 제도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실제 적용되는 사례가 거의 없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이며, 어떻게 보완해야 합니까?

【 답변 】공공공사에서는 2008년에 단품슬라이딩 규정이 도입된 바 있습니다. 이 제도는 특정자재 가격이 급등하였으나 총액 에스컬레이션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 경우, 해당 자재에 대해서만 가격상승분을 보정해주는 제도입니다. 그런데 지난 2년간 상황을 살펴보면, 건설자재 가격이 급등했음에도 불구하고 단품슬라이딩을 청구하는 사례가 미흡합니다.

그 이유는 단품슬라이딩으로 계약금액을 조정할 경우, 그 이후 총액 에스컬레이션 요건을 판정함에 있어 단품슬라이딩을 받은 품목은 제외되기 때문입니다. 즉, 단품슬라이딩을 하려다가 오히려 총액 에스컬레이션이 불가능해질 우려가 높습니다.

이 때문에 건설사는 단품슬라이딩을 포기하고, 물가 상승이 더 확대되어 총액 에스컬레이션이 가능한 시점을 기다리는 사례가 많죠.

결국, 공사 초기에 해당 자재를 사용하는 하도급자는 큰 손해가 불가피하게 됩니다. 시공중에 총액 에스컬레이션이 이루어지더라도 미기성분에만 적용되고 소급 적용은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 질문 4-1 】외국은 어떻지요? 단품슬라이딩 제도가 일반적으로 인정되고 있는지요?

【 답변 】일본의 사례를 참조할 때, 국내에서도 총액 에스컬레이션이 가능한 3%의 물가변동 요건을 판정함에 있어 직전에 단품슬라이딩으로 조정된 내역을 포함하도록 개선하는 것이 요구됩니다.

또, 미국 주정부나 교통국 사례를 참조할 때, 단품슬라이딩의 요건을 10%로 하향하거나 혹은 해당 자재를 주로 사용하는 세부 공종의 공사비가 3% 이상 증감된 경우, 단품슬라이딩이 가능하도록 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단품슬라이딩 대상을 ‘품목’이 아닌 ‘규격’으로 운용하고 있는 점도 개선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이형철근’은 D10, D13 등 규격별로 단품슬라이딩이 가능하며, 이형철근을 모두 묶어 단품슬라이딩을 할 수 없도록 해석하고 있습니다. 또, 순공사비 1%를 넘어서는 대표규격 이외에는 단품슬라이딩이 어렵습니다. 이러한 불합리한 규정을 개선해야 합니다.

 

【 질문 5 】민간 공동주택 건설사업의 경우, 분양이 완료된 민간 사업장에서 공사비 상승에 따른 분쟁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단군이래 최대라는 둔촌 재건축공사가 6개월 만에 가까스로 재개되었는데, 그 원인은 공사비 증액 문제였습니다. 여타 사업장도 유사한 사례가 많은데, 어떠한 대책이 필요한가요?

【 답변 】가장 기본적인 해결책은 공사비 상승 요인을 반영하여 분양가를 산정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현실은 분양가상한제라는 규제에 가로막혀 시공사와 정비조합간의 분쟁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분양가상한제는 지나친 주택가격 상승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정책수단일 수 있으나, 공사원가 상승을 시공사에게 부담시키는 규제로 작용해서는 곤란합니다.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하거나, 예외 규정을 두어 사후적으로 공사원가 상승분을 반영하는 조치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재개발사업이나 재건축사업은 착공후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그 이유는 대부분의 정비사업조합에서 서울시에서 제정한 ‘정비사업 공사표준계약서’를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죠.

동 표준계약서를 보면, 단품슬라이딩 조항이 없고, 총액 에스컬레이션의 경우 지수조정율 사용을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또, 통계청 발표 소비자물가지수 또는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발표 실적공사비지수 중 변동율이 낮은 것을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실무적으로 물가변동에 따른 계약금액의 조정이 매우 어려운 실정입니다.

재건축이나 재개발 사업의 경우, 시공사 선정에서부터 실제 착공까지 3~5년이 소요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때문에 공사비 증액 관련 분쟁이 항상 나타나게 됩니다. 심지어 최근 수년간과 같이 공사비가 급상승하는 경우에는 사업을 포기하는 사례도 나타납니다. 따라서 분양가상한제도를 개선하고, 물가변동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이 현실에 부합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정비사업 표준계약서를 보완해야 합니다.

 

【 질문 6 】정부가 고시하는 건축비는 민간분양 아파트에 적용되는 기본형 건축비와 공공임대주택에 적용되는 표준형 건축비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건설업계에서는 기본형건축비와 표준형 건축비 모두 지난 수년간의 공사비 상승 등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는데, 어떠한 대책이 필요한가요?

【 답변 】정부는 그동안 건설자재 가격 상승을 반영하여 기본형 건축비를 2021년에 6%, 그리고 2022년에 7% 내외 조정했습니다. 그러나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서 발표하는 건설공사비지수가 최근 3년간 30% 내외 상승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현실과 괴리가 많다고 볼 수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공공임대주택에 적용되는 표준형 건축비입니다. 현재 표준형 건축비는 기본형 건축비의 6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데, 지난 2016년에 5% 올린 이후 변함이 없는 상태입니다. 언론을 보면, 건설업계에서는 표준형 건축비를 30% 이상 상승해야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국토교통부에서 시행한 ‘공공건설임대주택 표준건축비 개선방안 연구’ 용역 결과를 보면, 표준형 건축비는 15% 이상 상승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나와있습니다. 공공임대주택의 성능 확보를 위해서도 표준형 건축비의 현실화가 시급합니다.

 

【 질문 7 】끝으로 최근 공사원가 상승과 더불어 금리 인상, 부동산 경기침체 등으로 건설업계의 위기감이 매우 높아지고 있습니다. 정부에서는 제도 개선에 노력하고 있지만, 가시적인 대책은 거의 나오지 않고 있는 상태입니다. 건설업계에서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요?

【 답변 】정부가 내놓은 정책에 대하여 타당성을 평가하는 등의 후속적인 대책보다는 실현가능한 정책대안을 만들어 정부나 지자체, 발주기관, 시민단체 등을 설득하려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정책대안을 마련함에 있어서는 해외 사례 등을 벤치마킹하여 실현 가능한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죠.

대외적으로는 협회의 적극적인 역할이 중요하며, 미래지향적인 정책 대안을 마련하려면, 건설산업 관련 연구기관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최근 공사비 급등, 광주 붕괴사고, 증대재해처벌법, 부동산경기침체, 대장동 사태, 화물연대 파업 등등 굵직굵직한 사회적 이슈가 있었지만, 적절한 이슈페이퍼나 세미나 개최 등을 통한 미래지향적인 대안 제시가 부족했다고 생각됩니다. 앞으로 정부가 추진해야할 정책과제를 미리 선점하고, 건설산업 현안에 대한 시의적절하고 미래지향적인 대응이 요구된다고 봅니다.<대담 : 오마이건설뉴스 오세원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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