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정책 전문가 최민수 박사에게 "건설산업, 길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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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정책 전문가 최민수 박사에게 "건설산업, 길을 묻다"
  • 오세원
  • 승인 2015.10.12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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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주택, 노후 건축물 재건축ㆍ정부가 나서서 지원해야"

 건설산업정책 전문가 최민수 박사(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정책연구실장)가 최근 ‘건설업, 이렇게 해봅시다’라는 단행본을 출간하는 등 건설산업 발전을 위한 行步(행보)를 활발히 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최민수 박사를 만나, ‘건설산업, 길을 묻다’라는 주제로 건설산업의 進路(진로)를 들어봤다.<편집자주>
 

최근 ‘건설업, 이렇게 해봅시다’라는 단행본을 출간한 것으로 알고 있다. 간단히 책 소개를 부탁한다.

‘건설업, 이렇게 해봅시다’는 제가 그동안 언론에 기고했던 100여편 원고를 바탕으로 재편집한 것이다. 총 6개 장으로 구분하여 건설정책의 현안을 분석하고 향후 방향을 제시했다. 앞으로 시대흐름과 정책변화를 반영하기 위해 많은 분들의 고언과 지도편달을 바라고 있다.

건설투자가 정점에 다다른 것 같다. 새로운 수요 창출에 대한 논의가 많지만, 어떤 해법이 있을까요?

건설투자는 이미 2000년대 중반 이후 10여년간 정체되고 있다. 건설투자를 활성화하려면 무엇보다 민간의 건설투자를 옥죄는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 예를 들어 재건축사업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 현재 30년이 넘은 공동주택은 분양가 규제 하에서 가장 낮은 품질로 지어졌다. 이제는 재건축을 오히려 장려하고, 정부나 지자체가 나서서 행정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그렇지않으면 공동주택의 노후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일반건축물도 마찬가지이다. 30년 이상된 건축물이 248만동이라고 한다. 이는 전체 건축물의 35% 수준이다. 이러한 노후 건축물은 구조안전이나 방재 측면에서 재건축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동안 건폐율이나 용적률, 주차장 설치기준 등이 강화되면서 재건축이 어려운 상태이다. 수익성이 크게 낮아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건폐율은 과거 90%였으나, 지금은 60% 이하이다. 따라서 노후 건축물의 재건축을 활성화하려면, 기존건축물에 대한 특례를 적용하여 건폐율 등 건축기준을 크게 완화해야 한다.

공공투자는 어떤가? 최근 ‘복지’예산이 강조되면서 SOC투자가 상대적으로 홀대받고 있지 않은가?

시민단체에서는 ‘삽질’이니 ‘토건족’이니 하면서 SOC투자에 부정적 인식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1인당 도로나 철도 연장은 OECD 30개국 가운데 최하위이다. 국가물류비용은 미국, 일본 등에 비해 30% 가량 높다.

또, SOC투자는 대형 국책사업만 있는 것이 아니다. 최근 포퓰리즘성 무상복지 논란이 많은데, 가로정비나 주거환경개선 등은 노동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기 때문에 복지 정책으로도 매우 유용하다. 즉, 생활환경 개선과 근로복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특히 중소도시나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제2의 새마을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노후 SOC의 유지관리가 중요한데, 예산은 턱없이 부족하다. 민간투자를 확대할 수는 없는가?

SOC 개보수가 왜 중요한가는 미국 사례에서 볼수 있다. 미국토목학회 자료를 보면, 1989년에서 2000년 사이에 미국에서 503개의 교량이 붕괴된 바 있다. 당시 미국사회는 큰 충격을 받았고, 그 후 2000년대에 유지관리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다. 그런데 그 효과는 생각보다 미흡했는데, 그 이유는 시설물이 이미 노후화되어 기존 성능을 회복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미국 사례가 시사하는 점은 시설물의 개보수가 적기에 이루어지지 못하면, 시설물 수명이 급격히 짧아진다는 것이다. 즉, SOC개보수는 예산이 없다고 미룰 수 있는 성질이 아니다.

부족한 재정투자를 보완하려면 영국이나 호주 등의 사례를 볼 때, 국민연금 등을 활용한 민간투자 확대를 검토해야 한다. 특히 도로나 교량, 상하수도, 발전설비 등의 개량사업은 수익이 안정적이므로 민간투자가 유효하다. 불특정 다수의 소액 투자를 바탕으로 하는 크라우드펀딩(crowd funding)과 같은 새로운 자금조달기법에도 주목해야 한다.

시설물 안전도 중요하고, 성능 향상에 대한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시특법’으로 관리되는 1,2종 시설물은 어느 정도 유지관리가 정착된 것 같다. 그러나 중소형 시설물은 재해사고가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내진보강도 중요한데, 학교나 일반건축물의 내진설계 적용율은 15% 내외이다. 이러한 다중이용시설은 내진보강이나 재건축이 시급하다.

도로함몰 문제도 심각하다. 싱크홀을 예방하려면, 우선 노후화된 하수관거를 교체해야 한다. 또, 도시의 지하수위가 낮아진 것도 주요 원인이다. 앞으로 기존 도로를 투수성 포장으로 바꾸는데 노력해야 한다.

시설물의 성능 향상 수요에도 대응해야 한다. 예를 들면, 호주 시드니에 가보면, 지하철의 전동차가 대부분 더블데크(double deck)이다. 2층으로 운행되니 수송효율도 높아지고, 승차환경도 개선된다. 우리나라 지하철도 더블데크가 필요하다고 본다.

글로벌시대를 맞이하여 외국 관광객의 유치 경쟁도 치열한데, 사회인프라 측면에서 어떤 문제점이 있는가?

외국관광객이 1,200만명을 돌파했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관광인프라가 부족하다. 일례로 두바이에 가보면 축구장 50개 규모의 쇼핑몰이 있다. 서울은 쇼핑시설이 의외로 부족하다. 외국인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위락시설도 부족하다. 또, 서울은 사진 찍을만한 건물이 없다고 한다. 한강을 단순히 조망 용도로 활용하는 것도 잘못된 것이다. 올림픽대로나 강변북로를 지하화하여 관광객이나 시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해외 시장은 어떤가? 그동안 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시장 확대를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는 없는가?

개발도상국의 1인당 총고정자본 축적량은 선진국의 1/10 수준이다. 아시아지역의 주택보급률은 50%에 불과하다. 따라서 해외건설시장을 국가의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해야 한다. 시장을 확대하려면, 해외 수주도 이제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즉, 플랜트 일변도에서 벗어나 신도시건설이나 철도, 하천정비, 신공항, 초고층, 클린룸 등 강점이 있는 시장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갖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 단순 시공에서 벗어나 금융, 엔지니어링, 조달 등을 포괄하는 기술력을 갖추어야 한다.

정부는 전방위 외교를 통하여 주요 진출국의 거래선이나 투자대상 발굴 등 딜소싱(deal sourcing)을 지원해야 한다. 금융조달 형태의 해외사업에 대응하려면, 대규모 펀드 조성도 필요하다. 중소업체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려면 보증 지원을 강화하고, EDCF나 ODA 자금 확대를 모색해야 한다.

건설업은 대국민 이미지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최근에는 담합 문제로 시끄러웠다. 투명성이나 이미지 개선을 위해서는 어떤 대책이 강구되어야 하는가?

어느 국가를 보더라도 건설업은 대국민 이미지가 다소 낮은 것은 사실이다. 이미지 개선을 위해 다양한 홍보나 사회사업을 전개할 수도 있으나, 그보다는 시장을 정화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법이다. 기술경쟁을 강화하고, 시장에서 부적격자를 걸러내야 한다. 건설업은 주로 ‘도급’에 의하여 영업이 이루어지는데, 성실성과 도덕성이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이에 대한 검증을 강화해야 한다.

건설시장을 정상화하려면 건설업 등록 제도부터 혁신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현행 등록제도는 어떤 문제가 있는가?

등록 단계에서 해당 업종과 관련된 기술력 검증이 미흡하다. 예를 들어 방수공사업을 등록할 경우, 보유하고 있는 기능인력의 방수공사 시공경험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는다. 또, 경영자나 임원의 과거 계약불이행이나 부실시공, 불법행위 경력 등에 대한 심사가 미흡하다. 일부에서는 건설업 등록 요건이 높다고 비판하지만, 그 이전에 서류상으로만 등록조건을 갖추어 건설업 영위가 가능한 환경부터 개선해야 한다.

건설업 면허의 불법 대여도 심각하다. 이는 건설업 등록 단계부터 공사 인허가, 착공, 시공, 준공, 사후관리 등의 전 과정에서 불법 면허대여자가 걸러지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면허 업종 체계도 개선해야 한다. 예를 들어 외국에서는 실내건축공사업이나 조경시설물식재업, 시설물유지관리 업종을 찾아보기 어렵다. 시설물유지관리의 경우, 외국에서는 구조물안전진단이나 균열보수는 용역업으로 분류되고, 개보수 작업은 건축이나 토목면허자가 수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기술력을 중심으로 건설시장을 개편하려면, 어떤 대책이 필요한가?

중소건설업종은 직접시공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 일본도 과거에는 하도급생산비중이 70%에 달했으며, 중층 하도급이 일반적이었다. 다케나카는 하도급생산비중이 90%에 달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일본 국토교통성 통계를 보면, 하도급생산비중이 50% 미만으로 줄어들고 있다. 즉, 원도급자의 직접시공이 강화됐다는 뜻이다.

전문건설업도 마찬가지다. 작업반장이나 장비업체에 재하도급되는 사례가 많다. 이는 전문건설업체의 역할이 중간관리자로 변모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직접시공능력을 중심으로 전문건설업 시장을 재편해야 한다.

공공공사에서는 수요기관별로 2단계 입찰이나 유자격자 명부를 강화하고, 획일적인 가격심사 방식도 개선해야 한다. 외국에서 활용하는 타켓코스트 방식이나 확정가격최상설계방식도 유용하다.

건설업종 간에 칸막이 규제가 존재한다고 한다. 업역이나 영업범위 제한 등은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종합과 전문간 업역 규제가 있다고 하지만, 건설산업기본법의 ‘부대공사’ 규정을 통하여 상당부분 해결되고 있다. 다만, 종합과 종합간 하도급은 엄격히 금지되어 있는 문제가 있다. 건설업종간 영업범위의 전면 폐지는 신중해야 한다. 업종별 면허를 주는 이상, 업무 범위에 대하여 구체적인 유권해석이 더 중요하다. 장기적으로는 발주자에게 재량권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나, 현 시점에서는 발주자 역량이 미흡하고 공공입찰제도의 변별력이 약한 상태에서 영업제한 폐지는 오히려 부작용이 우려될 수 있다.

아직까지 불법 하도급이나 임금 체불 등이 제기되고 있다. 근본적으로 상생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은 무엇인가?

불법 하도급이나 임금 체불을 자행하는 업체는 당연히 시장에서 도태되어야 한다. 임금이나 장비대금 체불은 지급보증을 강화하는 것이 궁극적인 해법이다. 하도급 과정의 불공정을 해결하려면, 우수한 하도급협력업체를 보유했을 경우 입찰에서 우대하거나, 실비정산방식 또는 프로젝트파트너링 등과 같이 상호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발주 방식을 검토할 수 있다.

발주자의 불공정 행위도 개선해야 한다. 예정가격 산정시 설계가격을 인위적으로 삭감하거나 공사기간 연장시 간접비용을 보상하지 않는 사례가 많다. 비합리적으로 규정되어 있는 하자담보책임기간도 재정립이 요구된다.

끝으로 그동안 수많은 정책 입안에도 불구하고, 건설산업에서 그다지 혁신적인 변화를 찾아보기 어렵다. 선진화를 제약하는 요건은 무엇이며,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국내의 현실을 고려할 때, 선진화란 건설업체의 경쟁력 강화가 주요한 요소이다. 지금까지 많은 대안이 제시되었지만, 건설산업이 처한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정실(情實)이나 인적 네트워크를 중시하는 사회문화, 경쟁보다는 분배를 강조하는 정책 흐름, 책임 행정보다 감사(監査)를 더 의식하는 발주기관 등을 고려할 때 해결해야 할 난제가 많다.

그러나 건설산업의 혁신이나 선진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있는 과제가 아니다. 건설시장이 정체되면서 구조조정이 요구되고 있고, 허술한 산업구조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도 따갑다. 이제는 영국의 건설산업 혁신과정에서 대두되었던 “Rethinking Construction”이 우리나라에서도 필요한 시점이다. 이제는 건설업 등록에서부터 공공입찰제도, 공사관리, 사후평가 등의 전 단계에 걸쳐서 혁신적인 대책이 강구되어야 할 시점이다.

■ 최민수 박사 주요 약력
ㆍ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정책연구실장
ㆍ공학박사 / 시공기술사
ㆍ호주 뉴사우스웨일즈대 객원연구위원
ㆍ일본 국토교통성 건축연구소 위촉연구원
ㆍ충남대, 중앙대 건설대학원 겸임교수
ㆍ대한건축학회 건축정책위원회 위원장
ㆍ한국건축시공학회 제도정책위원회 위원장
ㆍ기획재정부 국가계약분쟁조정위원회 민간심의위원
ㆍ국토교통부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 심의의원
ㆍ서울시 총괄건설정책자문단 자문위원
ㆍ한국골재협회 공제조합 운영위원
ㆍ고려대, 중앙대, 서울대 건설최고경영자 과정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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