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로부터 멀어져야 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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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로부터 멀어져야 소리가 들린다
  • 임소라 기자
  • 승인 2010.11.09 0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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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그릇 광고가 있었다.
목청 좋은 여자 가수가 나와서 노래를 부를 때마다 그릇이 깨진다.
그런데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질러도 깨지지 않는 그릇이 있다.
이어지는 멘트! “깨지지 않는 아름다움…” 과유불급이란 말이 있다.
지나친 것이 모자란 것만 못하다는 얘기다.
여기에 꼭 해당되는 것이 바로 소리다.
시끄러운 소리는 그릇이 아니라 우리 귀를 망가뜨릴 수 있다.
과거에 비해 산업이 발달하고 다양해지면서 새로운 형태의 산업 재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런 재해 중에 하나가 ‘소음성 난청’이다.
소음성 난청은 청각세포가 소음에 지속적으로 노출돼 손상을 입게 되어 청력을 잃는 것을 말한다.
소음이란 주관적이며 심리적인 요소가 크다.
어떤 사람에게는 시끄러운 소음인 그녀의 목소리가 콩깍지 낀 그에게는 아름다운 천사의 목소리로 들릴 수 있다.
소음청 난청의 원인이 되는 소음은 보통 원하지 않는 소리 또는 정신적, 육체적으로 인체에 유해한 소리를 말한다.
기계, 기구, 시설, 기타 물체의 사용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강한 소리 역시 소음이 된다.
소리의 크기를 재는 단위가 데시벨(dB)인데, 전문가들은 85데시벨(dB) 이상의 소리에 8시간 이상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영구적으로 청력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85dB의 소리는 과연 어느 정도 크기일까?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대화하는 소리는 60dB 정도다.
차량이 붐비는 대로에서의 교통 소음은 75~85dB 정도다.
지하철 소음은 80dB, 공장 소음은 90dB, 록 음악은110dB 정도다.
흔히 사용하는 엠피3 플레이어는 최대 볼륨이 100dB이다.
근로자들은 소음에 얼마나 노출돼 있는 걸까? 최근의 작업환경측정 결과(2002~2007년)에서 소음의 노출기준 초과율은 2002년의 21%에서 2008년의 16.7%로 감소 추세에 있으나 작업 환경의 유해인자 중 가장 높은 초과율을 보이고 있다.
소음성 난청에 의한 직업병자는 매년 200~ 300건으로 전체 직업병의 10~20%에 이른다.
너무 시끄러운 세상, 귀는 괴롭다!직업성 난청의 원인이 꼭 소음만은 아니다.
두부의 외상, 폭발, 날카로운 물체나 금속조각 또는 불꽃(metal spark)으로 인해 고막에 구멍이 생겨 발생하는 난청도 직업성 난청에 포함된다.
여러 화학물질로 인해 생기는 이독성 난청, 음향외상성 난청, 이상기압(압력손상)으로 인한 난청, 외상성 난청, 진동으로 인한 난청 등도 직업성 난청에 해당한다.
소음성 난청 중에는 사회성 난청이란 것이 있다.
사회성 난청은 소음으로 인한 난청이기는 하지만 비직업성 소음원으로 인한 청력손실을 말한다.
직업성 난청 요인에는 해당되지 않을 정도의 공장 소음이나 건설현장의 소음, 자동차, 전철, 고속철, 항공기의 운행소음, TV소리, 휴대용 카세트, 워크맨, MP3, 휴대전화 등의 음악과 생활소음, 군대의 총소리 등이 사회성 난청을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는 2002년 미국 어린이 100명 중 12명이 소음성 난청에 시달리고 있다는 보고를 내놓았다.
세계보건기구 또한 전 세계에서 1억2천만 명 이상이 소음에 의한 여러 가지 질병을 앓고 있다고 보고했다.
한마디로 세상이 너무 시끄러워진 것이다.
소음성 난청이 무서운 것은 일단 발병하면 회복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청각 세포 신경은 일단 죽으면 다시 살아나지 않는다.
한 번 눈이 나빠지면 시력을 돌이킬 수 없듯이 청력도 마찬가지다.
안 들리는 정도의 치명적인 손상까지는 아니라 할지라도 난청이 있을 경우, 집중력을 저하시켜 업무 수행 능력을 저하시킨다.
또 어지러움, 전신 피로, 수면장애, 불안감을 유발할 수 있다.
심할 경우 순환기와 위장기능을 해쳐 고혈압이나 소화 장애를 일으킬 수도 있다.
침묵 속에서 듣다소음성 난청을 예방하려면 소음에 노출되는 것을 피하는 것이 제일 좋다.
업무 환경 상 소음을 피할 수 없다면 귀마개나 귀덮개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귀마개를 하면 소리를 30~40dB 차단해 소음성 난청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
귀마개나 귀덮개 같은 개인보호 장비를 갖추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귀를 쉬게 해주는 것이다.
작업 시간을 정하여 작업 중 15분에 한 번씩은 조용한 곳을 찾아 귀를 쉬게해야 한다.
작업 후에도 충분히 귀가 쉴 수 있도록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
개인적인 노력과 함께 필요한 것이 작업장 환경의 개선이다.
흡음재나 차음재 등 작업장 소음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되는 장치들을 하거나 소음이 심한 기계에 방음시설을 하면 소음성 난청 예방에 도움이 된다.
카톨릭 신자들은 ‘피정’이란 것을 한다.
일상생활에서 잠시 벗어나 묵상과 침묵기도를 하는 종교적 수련과정으로, 불가에서도 이와 비슷한 것으로 ‘묵언수행’이란 것을 한다.
말을 하지 않는 것이다.
일상의 소리로부터 멀어짐으로써 내면의 소리를 듣는 것이다.
꼭 종교적인 이유가 아니더라도 가끔 우리 자신을 침묵 속에 둘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하면 일단 귀가 행복해지고 그만큼 삶이 건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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