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마다 다른 건 문화만이 아니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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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마다 다른 건 문화만이 아니라고요
  • 임소라 기자
  • 승인 2010.07.09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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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로 여행을 갔을 때 일이다.
우연하게 알게 된 프랑스 친구를 따라 작은 파티에 참석하게 됐다.
대부분이 프랑스 사람이고 그 중 나와 같은 동양인도 몇 명 있었다.
친구가 한 남자에게 내 이름을 소개하자, 그가 양 팔을 벌리며 다가와서는 내 양쪽 어깨를 가볍게 잡는다.
그러고는 자신의 얼굴을 가져다 내 귓가에 대며 쪽 소리를 낸다.
영화에서는 여러 번 본 적이 있지만 실제로 처음 겪는 일이라 여간 당황스럽지 않았다.
이건 프랑스 사람들이 친근함의 표시로 나누는 프랑스식 인사법이다.
처음 만나 누군가 다짜고짜 다가온다면 방어할 준비부터 하게 되는 우리나라에서는 정말 상상도 할 수없는 인사법이다.
그러나 외국에 나가면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을 겪게 되기 쉽다.
중국의 첨잔하는 술 문화와 종종 맞닥뜨리게 되는 문 없는 화장실, 뉴질랜드 마오리족의 서로 코를 부비는 전통 인사법인 홍이(hongi). 그리고 일본의 남녀가 함께 탕에 들어가는 목욕탕 문화 등은 종종 우리를 난처하게 한다.
문화를 이해하면 세계 산업이 보인다대학 졸업을 앞두고 취업을 준비 중인 김한국 씨와 박미국 씨. 영어에 자신이 있었던 그 둘은 외국계 회사에 입사지원서를 내고 면접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 중 김한국 씨는 면접준비를 위해 지원한 회사가 다국적 기업이라는 특징을 감안, 여러 나라의 문화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반면, 박미국 씨는 좀 더 유창한 영어 구사를 위해 영어 회화에 집중하여 면접을 준비했다.
면접시험 당일, 100대 1의 경쟁률을 뚫은 15명의 지원자가 면접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 중 최종 합격자는 단 1명. 그들 가운데 김한국 씨와 박미국 씨도 마음을 졸이며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드디어 이름이 호명된 김한국 씨와 박미국 씨가 면접실 안으로 들어갔다.
면접실 안에는 영국인과 프랑스인, 인도인, 터키인, 중국인으로 구성된 면접관들이 앉아있고 그 앞에는 여러 가지 물건이 놓여있었다.
그런데 이렇게나 황당할 때가! 면접의 첫관문은 앞에 놓인 물건 중 면접관들이 좋아할 만한 것을 선별하라는 것이었다.
김한국 씨는 《세계인을 사로잡는 선물의 세계》라는 책의 내용이 기억났다.
이를테면, 우리나라에서 잔치 답례품으로 흔히 쓰는 우산의 경우 중국에서는 우산의 산(傘)이 흩어질 산(散)과 발음이 비슷해 헤어지기를 바라는 것과 같은 의미로 여겨 선물로 쓰지 않는다.
또 이슬람 국가 사람에게는 술이나 돼지고기가 섞인 선물은 피하는 것이 좋다.
러시아인들은 꽃 선물을 아주 좋아하며 꽃의 개수는 홀수로 준비해야 하는데, 노란꽃은 이별이나 죽음을 의미함으로 조심해야 한다.
프랑스인들은 개인의 취향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향수 선물은 금물. 또 유대인에게는 와인 선물을 하지않는 게 좋다.
한편, 박미국 씨는 여자인지 남자인지, 성별과 나이 등을 가늠해 단순하게 면접관에게 어울리는 선물을 고르기 시작했다.
이렇게 면접을 치른 두사람. 과연 누가 최종 합격의 영광을 안았을까? 쉽게 미뤄 짐작할 수 있듯 바로 김한국 씨다.
다소 황당한 면접이지만 나라와 나라 사이의 거리가 좁아지고 있는 이 시대에 다른 나라의 문화를 안다는 건 국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자질이다.
물론 위의 예가 실제로 있었던 일은 아니지만, 다국적 기업이 늘어나고 있는 지금, 이러한 면접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법도 없다.
문화를 이해하면 산업재해 통계도 보인다?이 지구상에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약 240여 개의 나라가 있다.
국가별로만 따져도 이 세상에 240개의 다양한 문화가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문화는 사람들의 사유(思惟), 행동의 양식(생활방식) 등을 소속한 사회에서 습득하고 학습한 것이다.
즉, 문화의 다양성은 생활 전반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산업재해 통계를 산정하는 방식도 다르지 않다.
나라별로 천차만별의 기준을 적용해 산업재해를 산출하고 통계를 낸다.
산업재해 통계가 생소한 일반인들이 약간은 놀랄 수있는 일이다.
자, 우선 산업재해 통계 수치부터 자세히 살펴보자.우리나라와 일본, 독일 미국, 그리고 영국의 산업재해 통계를 살펴보면, 2006년을 기준으로 재해율의 경우 우리나라 0.77%, 일본 0.26%, 독일2.87% 미국 3.67% 영국 0.54%로 나타났다.
고개가 저절로 갸웃거려지는 부분이다.
독일과 미국은 우리보다 앞선 기술력으로, 산업 안전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선진국이다.
그런데 이들 나라가 우리보다 산업 재해율이 높게 나타났다?그럼 이번에는 사고로 목숨을 잃은 사고 사망률을 살펴보자. 사망률은 근로자 10,000명당 사망지수로 신정하는데, 우리나라 1.14, 일본 0.27, 독일 0.25, 미국 0.52, 영국 0.07로 나타났다.
앞서 본 재해율과 사망만인율을 비교 종합해보면, 우리나라가 독일과 미국보다 산업재해율은 낮지만 사망만인율은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불행한 일이지만 일본과 독일,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 비해 사업장에서 사망까지 이를 수 있는 치명적인 사고는 우리나라가 더 많이 일어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주의할 게 하나 있다.
이 통계 숫자만 가지고 어느 나라가 더 많은 사고에 노출되어 있는지 파악하기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다는 것. 왜냐하면 나라마다 문화가 다르듯, 산업재해 통계를 내는 방법 또한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적용하고 있는 산출방법과 적용범위, 산업의 분포도, 업무상재해의 인정범위 등을 다른 나라에서는 사용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참고로 교통사고로 인한 산재인정 기준도 나라마다 다른데 우리나라의 경우 사업주가 제공한 차량으로 인한 통근 재해가 산재로 인정되는 반면, 일본에서는 업무와 관련된 교통사고 중 자동차 배상보험으로 처리된 교통사고는 제외된다.
미국과 독일에서는 업무와 관련한 교통사고는 산재로 인정되고, 통근 시의 재해는 산재로 인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문화만큼이나 산재통계도 일원화해서 파악할 수는 없다.
다만 이보다는 우리 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근로자들이 좀 더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 최우선 되어야 한다.
그리고 선진국의 좋은 제도를 본받아 우리 산업에 응용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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