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조상들보다 못한 우리들의 안전점수
상태바
우리조상들보다 못한 우리들의 안전점수
  • 임소라 기자
  • 승인 2010.03.22 12: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라!’잘 아는 일도 한번 더 확인하고 처리하라는 의미로 예부터 내려오는 우리나라 속담이다.
그런데 왜 하필 돌다리를 두들겨보고 건너라고 했을까?한국의 전통 촌락들을 살펴보면, 배산임수라 하여 대부분 뒤에는 산, 앞에는 하천이 흐르고 있다.
특히 사람들은 하천 이편과 저편을 잇는 다리를 놓곤 했는데, 하천의 폭과 깊이, 흐름의 빠르기에 따라 다양한 형태와 재료들을 사용했다.
폭이 조금 넓으면 나무다리를 놓았는데, 행여 비라도 많이 내리면 약한 나무다리는 금방 무너지고 말았다.
그래서 사람들이 구할 수 있는 가장 든든한 재료가 바로 돌이었다.
한마디로 돌다리는 당시의 사람들이 만들어낼 수 있는 구조나 재료로 볼 때 가장 안전한 다리였던 것이다.
물론 돌다리를 두드리고 건너는 이가 어디 있을까. 중요한 건 돌다리를 두드릴 정도로 무슨 일이든 안전을 기하라는 옛 조상들의 깊은 뜻이다.
그렇다면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은 조상님들의 이런 안전문화 의식을 받아들이며 잘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호환마마보다 무서운 안전 불감증!한국문화, 지역문화, 대학문화, 청소년 문화…. 우리는 다양한 문화 속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간다.
그 다양한 문화 중 꼭 실천해야 할 문화가 있다.
그것은 바로 안전문화다.
안전문화란 안전생활에 대한 가치관이 개인 또는 조직구성원 각자에게 충만하여 모든 생활에서의 의식 및 관행이 안전으로 체질화된 행동양식, 사고방식 그리고 태도를 뜻한다.
이런 안전문화는 보다 안전한 생활을 하기 위해 우리 삶 속에서 꼭 자리매김 되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 주위에는 안전을 저해하는 문화들이 너무도 많이 자리하고 있다.
무슨 일이든 속전속결로 끝내버리려고 하는 ‘빨리빨리 문화’, 당장의 어려움이나 불편함 때문에 ‘나 하나쯤이야’ 혹은 ‘이번 한번쯤이야’하며 대충 넘겨버리고 마는 ‘대충 문화’ 그리고 큰일이 발생하면 냄비처럼 쉽게 달아올랐다가 또 쉽게 식어버리는 ‘냄비 문화’까지.이런 잘못된 문화들은 특히 산업현장에 팽배해 있어 다양한 재해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빨리 일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이유로 안전 규칙을 뛰어넘어 버린다든지, 보호구 착용이 귀찮아서 ‘한번쯤이야 뭐’하며 스스로를 위험에 방치한다든지, 과거에 발생한 재해를 금방 잊어버리고 안전관리를 소홀히 한다든지 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문제는 이런 문화들이 지속되면서 안전 불감증으로 이어져 우리를 또 다른 재해 속으로 몰아넣는다는 사실이다.
실제 많은 산업현장에서 이런 잘못된 문화가 정착되면서 불안전한 상태나 불완전한 행동으로 인한 재해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실제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산업재해 원인조사 통계에 따르면 2008년 분석대상 사망재해 사례 1, 246명 중 위험요인 방치 및 미확인으로 인한 것이 394명, 작업수행 소홀 및 절차 미준수로 인한 것이 328명, 작업수행 중 과실이 268명, 설비 및 물질의 부적절한 사용으로 인한 것이 202명 등 상위 4개 요인의 불안전한 행동으로 인한 사망이 분석대상 사망사례의 96%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 불감증이여 안녕!2009년 11월은 각종 대형사고로 뉴스가 떠들썩했다.
부산 실내 사격장 화재 참사사건 그리고 서울 한 병원의 리모델링 공사현장에서의 가스폭발사고.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가장 안전에 신경을 써야할 병원 공사현장에서까지 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실에 국민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역시 사고원인은 부주의로 인한 것이었다.
이는 소득 2만달러, 세계 10위 무역 강국에 걸맞지 않은 우리나라 안전문화의 단면을 보여준 것이라 하겠다.
숱한 대형사고가 계속해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요즘, 우리의 안전 불감증은 도대체 언제쯤 사라지게 될까?사회 안전에 대한 한 국민의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1.4%가 불안하다고 느끼고 있고, 안전하다고 느끼는 응답자는 8.2%에 불과했다.
이는 일상생활에서의 안전에 대한 불안 정도가 얼마나 심한지 알 수있게 해주는 대목이다.
사실 각종 재난사고 때마다 안전대책을 강구하고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지만, 안전 불감증으로 인한 사고 위험은 여전히 도처에 잠재해 있다.
이에 보다 강력하고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해 대국민 안전문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사고 때마다 쏟아지는 수많은 대책에도 불구하고 개선되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리는 안전에 대한 의식. 이제는 안전 불감증을 없애고 돌다리 아니 강철다리도 두들기고 건너야 할 때임을 명심해야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