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누구를 위한 분리발주 의무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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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누구를 위한 분리발주 의무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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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12.14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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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산업은 수많은 요소의 유기적인 결합으로 이루어지는 종합산업으로 각 구성요소간의 조화가 무엇보다 중요한 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공사에 투입되는 자재, 장비, 인력 등의 조화는 물론, 각 공종간 또는 각 업종간 참여주체의 상호협력을 통한 조화로운 시공이 반드시 전제되어야 우수한 시설물을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건설공사에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소방공사나 각종 환경관련공사도 각각의 업역 이기주의에 편승하여 별도로 업종을 만들거나 분리발주 의무화를 요구하고 있어 건설산업을 분해시키려는 느낌마저 들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소방시설공사의 경우 그동안 정부입법과 의원입법을 번갈아 가며 수차례 분리발주의무화를 추진하였으나 발주자의 선택권을 지나치게 제약하고 책임소재가 불명확하다는 등의 이유로 무산되었던 사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6월 의원입법을 통해 또다시 법안이 발의됨에 따라 국회에서 비생산적인 논쟁을 되풀이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발주자의 발주방식에 대한 의사와 무관하게 분리발주를 법으로 의무화하는 데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야 할 것이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어야 할 것이므로 분리발주 의무화를 주장하는 이유와 그 반대의 주장에 대한 타당성 여부를 검증해볼 필요가 있다 하겠다.
먼저 예산낭비를 막고 하자 등 책임관계를 명확히 하기 위해 분리발주 의무화가 필요하다는 주장과 분리발주를 할 경우 예산낭비와 하자 등 책임관계에 문제가 생긴다는 대립되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는 상식적인 수준에서 설명이 가능하다.
1건의 공사를 여러건으로 분리하여 발주, 계약, 관리 및 유지하는데 비용이 절감될 수가 없을 것이며, 특히 공공공사의 경우 공사규모가 작을수록 낙찰율이 높아지므로 공사를 수개로 분할할 때마다 낙찰율이 비례해서 상승하고 예산이 추가로 소요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300억원 수준의 건축공사는 최저가로 발주되어야 하지만 분리발주시 적격심사 대상공사로 발주되어 약30억원의 추가비용이 공사비로 소요되게 된다.
하자책임의 문제는 더욱더 자명하다.
여러개의 공종이 복합되어 시공된 목적물에 하자발생시 시공주체가 여럿이라면 서로 책임을 전가할 것이 자명하고 결국 잘못도 없는 건축주가 이를 입증하여야 하고 그 과정에서 시간과 비용만 낭비가 될 것인 반면, 통합발주되어 시공자가 1인이라면 책임소재는 따질 필요 자체가 없는 것이다.
다음으로 저가하도급과 이로 인한 부실공사의 문제로 분리발주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물론 저가하도급과 부실공사를 방지하여야 한다는 데는 이론이 있을 수 없으나, 문제인식과 처방이 잘못된 전혀 엉뚱한 지적이다.
즉, 건설생산체계상 하도급은 당연히 발생하는 것이고 문제가 되는 저가하도급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하도급제도의 개선으로 해결하여야 할 사항이라는 것이다.
하도급저가를 발주자가 심사하는 제도 등이 유사법령에서 시행되고 있는 것이 좋은 예가 될 것이다.
또한 부실시공이 문제라면 이 또한 감리·감독의 문제이지 발주방식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이는 소방공사 뿐만 아니라, 건설공사를 구성하는 수십개의 다른 공종에도 해당되는 문제로 저가하도급을 이유로 모든 공종을 분리발주해야 한다면 이는 어불성설이다.
분리발주 의무화를 주장하는 이유와 논리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이미 지적한 바와 같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일반국민인 건축주(발주자)의 계약방식 선택권(계약자유의 원칙)이라는 기본권을 침해하는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비용이나 효율성, 목적물의 품질도 담보되지 않는 상황에서 어떻게 건축주에게 분리발주를 강제할 수 있다는 말인가?헌법상 일반적 행동자유권에 포함된 계약자유의 원칙은 ‘원치 않는 계약의 체결을 법이나 국가에 의해 강제받지 않은 자유’를 포함하는 것으로서 모든 발주자에게 전기, 소방공사 등을 의무적으로 분리발주토록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함은 계약자유의 원칙에 대한 제약인 동시에 국민에 대한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
백보를 양보하여 건설공사를 분리발주했을 경우 국민경제적 측면에서 유리하고 약자를 보호할 수 있으며 산업이 선진화될 수 있다면, 비용낭비가 발생하고 효율성도 떨어지며 책임관계에 문제가 있더라도 이를 시행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떠한 측면에서도 전혀 설득력이 없고 문제해결을 위한 명확한 다른 방법이 있음에도 분리발주만을 고집한다면 이는 합리성이 결여된 집단이기주의로 밖에 볼 수 없다.
어떻게 특정업자의 이익을 위해 건축물 전체의 효율성과 안전성, 품질을 뒤로할 수 있고, 수요자인 건축주의 의사결정권을 박탈할 수 있다는 말인가?결국 시설공사의 분리발주 여부는 일부업종의 이해나 이기적인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방식으로 결정되어서는 않되는 것이다.
어떠한 이유에서도 수요자의 의사를 존중하는 것이 자유민주주의를 국시로 하는 헌법의 정신에도 부합될 것이며, 목적물을 사용하게 될 국민의 입장에서도 타당할 것이다.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소방시설공사 등의 분리발주 의무화 논의는 그 자체가 소모적일 뿐 국민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마땅히 제고되어야 하며, 발주자의 판단에 맡기는 것은 당연한 귀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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