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당업자 제재의 합리적 개선을 위한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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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당업자 제재의 합리적 개선을 위한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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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11.24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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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질 만하면 들려오는 소식이 있다.
바로 건설공사 입찰 과정에서 발생하는 금품수수 등 비리사건이다.
이러한 일이 발생할 때마다 일선 공사현장에서 열심히 땀흘리고 있는 수많은 건설인들은 아마 허탈한 심정을 느낄 것이다.
동종업계에 종사하는 한 사람으로서 필자도 안타까움을 느끼기는 마찬가지이다.
건설산업은 지난 반세기가 넘는 기간 동안 전후(戰後)의 척박한 환경을 극복하고, 사회 기간시설 건설과 국민의 삶의 터전인 주택 공급을 통해 국가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수행해 왔다.
또한, 대내경제가 어려웠던 시기에는 해외공사 수주를 통한 오일달러 획득으로 나라경제를 지탱하고 국위를 선양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사수주과정에서 일부 건설업체와 발주자의 불미스런 행위로 인해 건설업계 전체의 이미지가 훼손되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볼 때, 불성실·비리업체를 근절하고 공정한 입찰·계약 문화를 정착시키는 일은 일반 국민들 뿐 아니라 성실한 대다수의 건설업자들의 바람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와 관련, 현행 국가·지방계약법에서는 경쟁의 공정한 집행이나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칠 염려가 있는 자 등 부정당업자에 대해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는 규정을 두고 있으며, 동 제도가 건설사들의 공정한 경쟁과 성실한 시공을 유도하는 데 기여하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부정당업자 제재 제도의 합리성과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이와 관련해서 가장 문제시되는 것은 동일 위반사안에 대한 ‘중복제재’ 문제이다.
현행 규정상 건설업체가 건설산업기본법, 하도급법, 산업안전보건법, 환경관련 법령 등을 위반할 경우, 해당 법령에 의해 영업정지·벌금·과징금 등의 처벌을 받고, 부정당업자 제재 처분으로 공공공사 입찰참가가 불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더구나 일정기간동안 공공공사 입찰시 신인도 평가에서 감점을 받게 되어 업체는 상당기간 공사수주에 불이익을 받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러나, 이는 ‘동일한 범죄에 대하여 거듭 처벌받지 아니한다’는 헌법상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반할 뿐 아니라, 영업활동의 자유를 지나치게 중복 침해함으로써 과잉금지의 원칙에도 위배된다 하겠다.
더욱이, 타 법령에 의한 위반행위는 해당 법령에 따라 처벌되도록 하여 그 처벌목적을 달성하여야 함에도, 이를 국가·지방계약법령에 의해 이중제재함으로써 타 법령의 처벌목적을 달성하는 것은 ‘경쟁의 공정한 집행’과 ‘계약의 적정한 이행’이라는 부정당업자 제재의 본래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따라서, 동일한 사유로 형법, 건설산업기본법 등 타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은 경우에는 입찰참가자격 제한을 면제하도록 함으로써, 중복제재 문제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
정부도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하여 지난 8월 법제처, 법무부,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공동으로 과도한 중복제재의 정비를 추진키로 발표한 바 있다.
부정당업자 제재 제도의 합리성과 관련하여 대두되는 또 한 가지 문제는, 위반사안의 경중을 고려한 처벌이 어렵다는 점이다.
현행 규정에서는 담합, 계약서류 위조 등 9가지의 사유를 중대한 위반행위로 간주하여 국가, 지자체, 공기업·준정부기관 등 모든 공공기관에서 의무적으로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도록 하고 있고, 기타 사유에 대해서는 해당 법률 적용기관이 아닌 경우 재량에 따라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중대사유로 구분된 9가지 위반행위의 경중에 대해 논란이 있는 상황이고, 기타 경미한 사유에 대해 재량처벌토록 함으로써 과잉처벌의 소지가 높다는 문제가 지속 제기되어 왔다.
따라서, ‘경쟁의 공정한 집행’과 ‘계약의 적정한 이행’이라는 제도의 목적과 위반행위의 경중을 면밀히 따져, 모든 기관이 의무적으로 제재해야 하는 사유, 해당 법률 적용기관이 제재하는 사유, 해당 발주기관만 제재하는 사유 등을 보다 명확하게 재설정한다면, 보다 엄정하면서도 합리적인 처벌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예를 들어 뇌물이나 담합 등은 모든 기관이 제재토록 하고, 계약이행능력 심사 포기 등과 같이 고의성이 적고 위반의 중대성이 낮은 경우는 해당 발주기관만이 제재토록 하는 방안 등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러한 제도의 정비에 선행되어야 할 것은 관계자들의 의식개혁이라 할 수 있다.
처벌 강화를 통해 예방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불법행위의 주체는 사람이기 때문에 지속적인 교육과 자정노력을 통한 의식변화가 있어야만 근본적인 해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시스템을 고치는 것은 인위적으로도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그 시스템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의식이 바뀌지 않으면, 문화도 바뀌지 않고, 시스템도 무용지물이 되어버리기 마련이다.
건설업자와 발주자 모두가 개혁을 위한 노력을 경주해 나갈 때, 건설문화는 한 단계 진일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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