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유네스코에 등록된 세계문화유산들이다.
1972년 그 활동을 시작한 유네스코는 지금까지 전세계 148개국 890여건의 인류유산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하고 인류문명에 있어 매우 중요한 자산인 이들 유산에 대한 보전 및 보호활동을 펼치고 있다.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 등록기준을 간단히 살펴보면, 첫째, 독특한 예술적 혹은 미적인 업적을 보여주는 창조적 재능의 걸작품일 것. 둘째, 일정한 시대의 문화적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을 것. 셋째, 독특하거나 휘귀하거나 아주 오래된 것일 것. 넷째, 문화적, 시대적, 예술적, 과학적, 기술적 혹은 산업의 발전을 가장 특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일 것. 다섯째, 역사적 중요성이나 함축성이 현저한 것일 것 등이다.
이러한, 등록기준에 따라 등록된 세계문화유산의 면면을 살펴보면 그 창의적인 발상과 예술적 영감으로 몇 백년, 몇 천년의 유구한 세월이 흐른 오늘날에도 우리에게 감탄과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현재 앞서 언급한 창경궁(비원)을 비롯하여 종묘, 해인사 장경판전, 불국사·석굴암, 수원 화성, 경주유적지구, 고인돌 유적지 등의 7건이 등록되어 있으며, 안동 하회마을 등이 잠정 목록으로 유네스코에 등재되어 있다.
갑자기 웬 세계문화유산 타령이냐고 의아해 할 독자분들이 있을 줄로 안다.
그것은 바로 우리가 후손에게 물려줄 가장 소중한 자산이 바로 문화이며 그 중심에 건설산업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류의 태동과 더불어 건설업이 등장하였고, 건설업의 발전을 통해 인류가 자연을 이용하고 조화를 이루며 물질적, 문화적으로 풍요로워졌다.
이러한 인류의 풍요와 발전에 기여한 건설산업의 업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유네스코가 지정·관리하고 있는 세계문화유산목록인 것이다.
그렇다면, 인류사에 길이 남을 훌륭한 문화유산을 만들어 내기 위한 전제조건은 무엇일까 궁금해 지지 않을 수 없다.
역사를 돌아보면, 개개 유산들의 건립 혹은 제작 배경이 지리적 이유에서건 종교적 신념에서건 아니면 정치적 목적에 의해서던 간에 일관되게 그 괘를 같이하는 것은 인류문화유산들이 통치자로 통칭되는 발주자의 신념과 도편수 혹은 시공자의 창의와 열정이 어우러진 상승작용의 결과물이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주목해야 할 것이다.
즉, 훌륭한 문화유산의 뒤에는 발주자의 자율에 기반한 신념과 시공자의 기술력에 기반한 창의력과 무한한 열정이 숨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건설산업은 과연 이러한 신념과 창의와 열정으로 무장되어 있는가? 지난 3월, 그 동안 뜻 있는 건설인을 중심으로 단편적으로 논의되어 오던 우리건설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선진화 방안을 집대성한 민간차원의 ‘건설산업선진화방안’이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의 검토를 거쳐 대통령께 보고되어 현재 후속작업이 진행중이다.
그러나, 세부 집행기준 마련을 위한 후속작업을 둘러싸고 이해집단들의 눈앞의 이익에 급급한 이전투구로 말미암아 건설산업 100년 대계를 위한 원대한 청사진이 그 방향을 잃고 표류하고 있어 참으로 참담한 마음 금할 길이 없다.
면허체계 개편을 통한 건설생산체계의 선진화와 발주자의 역할확대와 건설업자의 창의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술경쟁에 기반한 다양한 입낙찰 및 계약제도 등 우리건설산업의 국제경쟁력을 제고하고 나아가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육성할 수 있는 오랜 기간의 고민을 거친 원대한 비젼(VISION)이 채 시행도 해보지 못하고 사문화 될 위기에 봉착한 것이다.
동일한 시도로는 동일한 결과 밖에 얻지 못한다는 평범한 진리가 있다.
물론, 건설업자가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음에도 다른 시도를 하지 않는다면 비난받아 마땅할 것이다.
그러나, 구태를 벗지 못한 제도적 한계로 인해 좀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음이 명약관화 함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시도조차도 할 수 없게 하는 낙후된 제도가 있다면, 우리는 개개인의 이익 여부를 떠나서 더 큰 이익을 위해 이러한 제도를 개선해가야 할 의무가 있을 것이다.
다행히 우리 건설인들이 인류사에 길이 남을 기념비적인 시설물을 우리 후손에게 문화유산으로 남길 수 있다면 참으로 보람있는 일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 보다 더욱 의미 있는 것은 우리와 우리의 후손이 그 창의와 열정을 바탕으로 인류 역사에 한 획을 그을 수 있는 영감있는 시설물을 하시라도 창조해 낼 수 있는 훌륭한 건설제도와 관행을 물려주는 작업이 될 것이다.
호랑이와 같은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도, 독수리와 같은 강인한 날개와 시력도 없는 우리 인류가 오늘날과 같은 찬란한 문명을 이루어 나가고 있는 그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생각할 수 있는 능력 때문이라고 한다.
인류는 사유를 통해 문제점을 인식하고 비젼을 마련하여 꿈을 현실화 시켜 왔던 것이다.
꿈이 없이 현실에 안주하여 일희일비한다면 마소와 다를 바가 무엇인가! 자전거는 멈추는 그 순간 넘어지며, 개인과 기업도, 나아가 국가 또한 미래에 대한 꿈을 포기하는 그 순간 쇠락의 길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 후손들에게 어떠한 유산을 물려줄 것인가? 스스로에게 진지하게 반문해 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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