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몫을 챙기겠다”며 건설공제조합 운영위원회 뒤에 숨어있는 국토부의 얼짱(?)
[오마이건설뉴스 오세원 기자] “♬~~모두 제정신이 아니야 다들 미쳐가고만 있어 / 어느 누굴 믿어 어찌 믿어 더는 못믿어 / 누가 누굴 욕하는 거야 그러는 넌 얼마나 깨끗해 / 너나 할것없이 세상속에 속물들이야 / 바꿔 바꿔 바꿔 모든걸 다 바꿔 / 바꿔 바꿔 사랑도 다 바꿔 / 바꿔 바꿔 거짓은 다 바꿔 /바꿔 바꿔 세상을 다 바꿔~~~♬”
최근 파행을 겪고 있는 건설공제조합 이사장 후보자 선임문제와 관련, 가수 이정현이 1999년대 히트시켰던 노래 ‘바꿔’가 생각난다.
이사장 후보자를 둘러싸고 “자기 몫을 챙기겠다”며 건설공제조합 운영위원회 뒤에 숨어있는 국토부의 모습과 “이제는 국토부의 인사적체를 해소하기 위한 희생양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건설공제조합 노동조합(이하 노조)의 외침이 고스란히 묻어있다는 느낌이다.
건설공제조합은 지난해 11월 국토부 퇴직관료 몫인 전무이사 자리에 파격적으로 내부인사를 승진 발탁했다. 당시 이정관 기획상무가 전무이사로 선임됨으로써 조합 설립 51년만에 내부승진 물꼬를 텄다. 그전까지는 이 자리 또한 국토부 이사관급 퇴직 관료들이 자기 몫이라고 도장을 찍어 놓은 자리였다.
그 배경에는 노조의 강한 저항이 크게 작용했다.
지난해 4월 세월호 사태와 관련 정부 퇴직관료들의 낙하산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낙하산 인사들이 랜딩(착륙)을 못하고 사태 추이를 관망했다. 이 틈을 노린 노조의 강한 벽에 부닥쳐 낙하산 인사 선임이 불발됐다.
다시한번 노조는 이번 참에 낙하산을 완전히 몰아내자는 心算(심산)이다.
건설공제조합이 지난 2일 이사장 추천을 위한 운영위원회를 개최했으나 후보를 결정하지 못하고 후보 추천권한을 운영위원장(대한건설협회장)에게 위임하는 것으로 의결했다.
건설공제조합 현 정완대 이사장의 임기는 지난해 11월 4일 만료되었다. 당시 세월호와 관피아 척결 여론의 여파로 후임을 결정하지 못하고 4개월 한시적 유임을 결정한 이후 두 번째 파행적인 결정을 내린 것이다.
건설공제조합 노동조합은 관피아 논란과 낙하산 인사의 잡음을 최소화하면서 국토부 낙하산 인사를 이사장 자리에 앉히기 위한 꼼수라면서 운영위원회의 결정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건설업계의 불황이 장기화되고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는 보증기관간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운영위원회는 전문성과 경영능력을 보유한 인사를 추천하기 보다는 국토부의 눈치를 살피면서 낙하산 인사의 안착에 적극 협조하는 것을 선택했다”고 비판했다.
건설공제조합 운영위원회는 실제 적임자를 영입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다는 것이 노조측의 주장이다.
노조측에 따르면 조합 정관에서는 운영위원회에서 후보자를 추천하면 조합원 총회에서 선임하는 절차를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운영위원회는 후보자 공모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유사 금융기관들이 밀실에서 나마 최종 후보자를 결정하는 사례에도 한참 미치지 못한 파행이다. 지금까지 운영위원회는 법령과 정관에서 정한 이사장 추천권을 능동적으로 행사하지 못하고 국토부에서 내정한 사람을 총회에 추천하는 거수기 역할만을 해왔다. 운영위원회가 권한에 따른 책임을 수행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노조는 “일자리 뺏기와 같은 비상식적인 행태를 아무 반성없이 반복하는 국토부의 시대에 역행하는 행태가 이번에는 반드시 종식되어야 한다”며 “더 이상 건설공제조합이 국토부의 인사적체를 해소하기 위한 희생양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반면, 건설단체 한 관계자는 “하나(전무자리)를 양보했으면 하나(이사장)를 줘야 순조롭게 돌아가는 것”이라며 “전문성을 갖춘 인사까지 반대할 경우 역효과(정피아)를 가져 올수 있다”며, 적당한 타협과 양보를 주문했다.
건설공제조합 전무이사 내부발탁과 관련 조합 관계자는 “내부발탁 첫 시도인 만큼 중요한 시험대”라며 “경영성과가 좋지 못할 경우 그만큼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고 언급했다.
한편 건설공제조합은 건설산업기본법에 의해 설립된 특별법인으로 건설산업에 필요한 보증, 융자, 공제(보험)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건설공제조합은 종합건설사 약 1만1,000개사가 조합원으로 자본금은 약 5조2천억원이며 정부의 출자금은 0원이다.<오세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