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 변호사(법무법인 율촌)] 건설사 입찰담합 부정당제재, 이제는 출구전략을 모색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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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변호사(법무법인 율촌)] 건설사 입찰담합 부정당제재, 이제는 출구전략을 모색할 때
  • 오마이건설뉴스
  • 승인 2015.01.08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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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11. 27. 대법원은 매우 의미 있는 판결을 선고하였다(2013두18964). 부정당제재처분이 있은 이후 그 처분이 있기 이전에 또 다른 위반행위가 있음이 새롭게 밝혀진 경우, 그 위반행위 전부에 대하여 하나의 부정당제재처분을 하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그 중 가장 무거운 제한기준에 의하여야 한다는 서울고등법원 판결(2013누11583)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이번 판결로 입찰담합 행위가 적발될 때 마다 기계적으로 별도의 새로운 부정당제재처분을 부과해오던 관행에 제동이 결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해에만 경인운하 사업, 인천도시철도 2호선 건설공사, 대구도시철도 3호선 건설공사, 부산지하철 1호선 연장공사, 호남고속철도 건설공사 등 대규모 공공입찰 담합을 줄줄이 적발하였다. 이는 그대로 부정당제재처분으로 이어졌고 건설사들은 입찰담합이 적발될 때마다 각 담합행위별로 별도의 부정당제재 처분을 부과받았다.

그 결과 건설사들은 현재 경영상 큰 부담을 안고 있는 상황이다. 설사 다수의 부정당제재처분이 법원에 의하여 취소되더라도 단 하나의 소송에서라도 패소하면 일정기간 공공입찰 참가 자체가 원천적으로 봉쇄되는 결과가 초래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대법원 판결은 이러한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던져 주었다.

이번 대법원 판결에 의하면 예컨대, A, B, C 입찰에서 입찰담합을 저지른 건설사가 있다고 가정했을 때, A 입찰에서의 입찰담합을 이유로 부정당제재 처분을 부과받았고, B, C 입찰에서의 입찰담합이 그 부정당제재 처분 이전에 있었다면 각 담합행위에 적용되는 제재기간이 동일하다고 가정하였을 때 B, C 입찰에서의 입찰담합을 이유로 새로운 부정당제재 처분을 할 수 없다.

2013년에는 LH공사입찰 및 4대강 입찰 담합 등으로 수십 개의 건설사들에 대하여 부정당제재처분이 중복적으로 부과된 바 있다. 이와 관련하여 담합 (혹은 다른 제재사유) 관련한 선행 제재처분의 부과시점 이전에 발생한 다른 입찰담합(혹은 다른 제재사유)을 이유로 해당 건설사에 대하여 새로운 부정당제재처분을 부과하게 된다면 이는 위 대법원 판결에 반하는 위법한 처분으로 평가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대법원은 처분청이 다른 경우에도 같은 법리가 적용될 수 있는지에 대하여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아(대법원 사건은 처분청과 제재사유가 모두 동일한 경우였다) 논란의 소지는 남아 있다.

한편, 조달청 등 발주기관 입장에서도, – 그것이 언제가 될지 몰라도 – 대형 건설사들의 입찰참가자격이 ‘동시에’ ‘장기간’ 금지된다면, 주요 공공사업 진행에 막대한 차질이 발생하리라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요컨대, 현재의 상황은 누구에게도 이롭지 않고, 대법원 판결로 인하여 어느 정도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단초도 제시되었지만, 누구도 선뜻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이제는 정말 처분청, 건설업계가 출구전략 모색을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예컨대, 이러한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각 처분청들은 현재 건설사들에게 부과된 부정당제재를 모두 직권취소하고, 각 건설사별로 현재까지 밝혀진 부정당제재사유를 모두 정리하여 국가계약법 시행규칙 제76조 제3항에 따라 그 중 가장 무거운 제한기준을 적용한 하나의 부정당제재처분을 하는 것이다. 이때 각 건설사별 부정당제재 기간을 분산한다면 공공사업 진행상의 차질도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이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경제 살리기의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한다. 우리 건설산업은 지금까지 우리 경제를 이끌어 온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이번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건설업계가 입찰담합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경제 살리기의 첨병으로 활약할 수 있도록, 이제는 정말 출구전략을 마련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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