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건설, 산업을 넘어 ‘문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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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건설, 산업을 넘어 ‘문화로~’
  • 오마이건설뉴스
  • 승인 2014.03.24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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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환 대한건설협회 정책본부장

건축물 양식은 그 시대와 사회의 문화 나아가서는 문명까지도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그리스나 로마의 문화를 얘기할 때 우리들은 가장 먼저 거대한 파르테논 신전기둥이나 콜로세움 경기장을 떠올리게 된다.

현재 대한민국의 건설산업은 어떠한가? 일반국민들은 ‘건설’하면 뇌물이나 로비 등과 같은 부정부패와 부실시공․붕괴사고 등 부정적인 이미지의 편린들을 가장 먼저 떠올리고 낙후된 사양산업이며 직업매력도가 낮은 고상하지 못한 3D 산업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팽배해 있는 것이 현실이다. ‘반서민’라는 이미지도 강해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건설업자와 권력층과 결탁하는 장면이 약방의 감초처럼 나오지만 시청자들은 전혀 어색하게 여기지 않을 정도이다.

이는 건설산업이 갖고 있는 고질적인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우선 한국 건설산업의 수직종속적 문화와 상명하달식의 군대문화는 일사불란한 작업이 필요한 건설산업의 특성과 맞아 떨어져 속도전 문화를 낳았고, 부실시공이나 안전불감증 등의 부작용을 낳게 되었다. 이와 더불어 결과지향주의 내지 단기적 성과주의로 인해 소위 성냥갑 아파트로 대변되는 획일적인 대량생산형 건축물이 남발되기도 하였다.

또한, 건설업을 하는 과정에서 유리한 정보 획득과 편법적인 문제해결 등을 위해 학연, 지연, 혈연 등이 통용되는 연고주의 및 그와 연계된 접대문화가 광범위하게 형성되었고, 칸막이식 업역구조에 따른 배타적 평등주의로 인해 제도적 영역에서 기득권 지위를 최대한 유리하게 확보하려는 업역이기주의 문화가 강하게 자리잡게 되었다.

한편으로는 건설산업이 시민생활(문화)과 밀접하게 관련을 맺고 발전해 왔고 시민생활의 향상에 많은 기여를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유럽과 달리 역사적으로 건설을 문화나 시민의 삶과 직접적으로 결부시켜 생각하지 않았는데, 이러한 인식도 좋지 않은 평가를 받고 있는 요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건설에 대한 코페루니쿠스적인 시각 전환이라고 생각한다.

건설은 시민들의 생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도로, 교량, 고층구조물, 터널, 철도 및 지하철, 공항, 항만 및 해양시설, 댐, 운하, 수력발전소, 조력발전소, 원자력발전소 및 플랜트 설비 등 각종 사회 기반시설물의 계획, 설계, 해석, 시공, 유지관리, 운용 및 철거, 그리고 인간생명의 근원인 상하수도, 수로, 하천 등의 수자원 및 교통, 도시계획 등 국토건설, 산업입지조성 등 인류 생활환경 관리에 관한 기술과 이론 등을 연구․개발해 왔으며, 지형공간 정보, 우주정거장 및 기지와 같은 인류 미래를 위한 지구 환경의 유지, 개발 및 관리와도 연계되는 응용과학 기술 분야로서 기술 집약적인 최첨단 산업으로 발달해 왔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건설은 문화의 시작이며 그 시대 사회구성원의 문화를 담는 것이며 문화의 토양을 생성해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시청청사나 박물관, 도서관 등 건축물은 우리의 삶과 밀접한 연관을 맺으며 일상적 문화를 만들어내는 동시에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독일의 자동차 브랜드 BMW는 내년 영종도에 700억원을 들여 축구장 약 33개 규모의 멀티 드라이빙센터를 선보인다고 한다. 안전운전교육, 국제자동차경주대회를 유치할 수 있는 트랙, 다양한 자동차 체험을 즐길 수 있는 가족형 문화전시 및 체험공간 등 자동차테마파크로 마련될 예정이다. 단순히 이동수단으로서의 자동차만 파는 게 아니라, 운전이 즐거워지는 자동차 문화까지 함께 심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하겠다.

스페인의 작은 항구도시 빌바오는 지역산업이 사양화의 길에 접어들자 도시는 황폐해졌고 사람들이 하나둘 떠나가고 더 이상 희망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분관을 유치하면서 쇠퇴한 공업도시 '빌바오'는 세계적인 관광 도시로 탈바꿈하게 됐고, 연간 1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을 끌어들여 지난 6년간의 경제 효과가 1조3,000억원에 이르게 되었다. 이로 인해 디자인이 빼어난 하나의 건축물은 그 도시를 바꾸고, 엄청난 경제적 부가가치창출의 효과로 이어진다는 소위 ‘빌바오 효과’라는 용어까지 생겨났다.

또한 최근에는 세계가 열광하는 한류와 외식산업이 융합되어 한식의 세계화가 각광을 받고 있는데 세계화된 한식은 다시 국내 외식산업의 신성장동력으로 작용하는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산업과 문화가 접목되어 가치를 만들고 새로운 산업 프레임을 형성하는 창조경제 사례는 건설산업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건설산업이 산업간 경계를 넘어 정보기술·지식·바이오산업 등 첨단 경제자원과 기존의 사업지식, 전문기술 등을 융합해 기발하고 참신한 아이디어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비즈니스인 창조경제의 주역으로서 활약하기 위해서는 문화로서의 건설산업이 더더욱 필요한 것이다.

전세계적인 인기를 누린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단순히 가요 한 곡이 아니라 한국의 문화를 전세계에 알리고 그들로 하여금 한국사회를 부러움과 동경의 대상으로 여기게 만들었다. 이처럼 문화의 파급력과 영향은 지대한 것이다.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진출이 활발한 가운데 있지만 여기서 머물 것이 아니라, 이제는 한국드라마, 영화, K-Pop을 넘어 건설 한류 열풍을 일으켜야 할 시점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의 고도압축성장 과정에서 국가기반시설의 경험과 지식이 결합된 산물은 그 자체로 총체적 문화수출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우리 건설도 단순한 산업에서 문화로 승화․발전시켜야 한다. 지금까지 단순히 구조물을 짓는 것 자체에만 몰두해 왔다면, 앞으로는 예술과 생태 등 컨텐츠를 녹여 그 시대 사회구성원의 삶을 담아내고 문화를 조성하고 선도하는 건설이 되어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문화와 환경, 복지가 함께 어우러지는 종합예술로 거듭나야 한다.

또한, 의식주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인간의 존재론적 한계로 인해 건설산업은 앞으로도 인류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역할을 할 수 밖에 없다고 한다면, 인류문명의 결정체인 건설생산물은 미래 지향적인 문화와 가치를 담아야 할 것이다.

건설산업이 문화로 꽃피고 발전하는 길은 생명과 정신적 가치를 존중하고 문화 창조성과 다양성을 인정하며 자유와 평등과 인류의 지속 가능한 번영을 실현하는 등 보편적 가치를 구현하는 데 있다. 문화수요자인 일반국민은 물론 문화공급자로서의 건설산업 참여주체 모두가 향유할 수 있고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문화로서의 건설산업을 만들어야 할 시점에 와 있는 것이다.

건설산업은 고용 및 취업 유발효과와 전후방 산업연관효과가 크기 때문에 국가경제의 지속적인 성장 측면에서도 여전히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대한민국 건설이 본연의 역할에 걸맞는 정당한 평가를 회복하고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려놓을 수 있는 길은 우리가 만들어 가는 문화로서의 건설에서 시작됨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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