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건설시장에서 국내 건설기업의 핵심역량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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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건설시장에서 국내 건설기업의 핵심역량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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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10.01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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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건설 주간지인 ENR은 2007년도 해외 건설시장 매출 실적을 분석하여 발표했다.
상위 225대 건설사가 2007년에 해외 사업으로 벌어들인 매출과 신규 수주금액이 지난2006년도에 비해 공히 약 40% 정도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자국 시장에서의 20% 초반 대의 평균 성장률에 비해서 거의 두 배가 높은 수치이다.
이 자료에 따르면, 국내 건설기업의 총 매출 중에서 해외 매출이 차지하는 평균 점유율이 3년 전에 비해 거의 2배 정도로 높아진 20% 정도이다.
이는 국내 건설기업에게 해외 시장은 국내 건설시장의 대체시장으로뿐만 아니라 필수시장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는 징표이다.
이 같은 추세를 반영하듯이, 올해를 석 달 정도 남겨 둔 현재 우리나라가 금년도에 해외 건설시장에서 수주한 금액이 작년 수주금액과 비슷한 400억 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이러한 수주 호황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남는 장사가 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해외 건설 전문가들은 “해외 영업 수익률이 국내 영업 수익률에 비하여 떨어진다고 봐야 지요” 또는 “해외 사업 리스크 때문에, 끝나봐야 수익이 얼마 되는지 알지요” 라는 예측 불가능하고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한 것을 올 연초 세미나에서 들은 기억이 떠올랐다.
그 세미나에서 지명 토론자로 참석했던 건설기업의 한 해외 담당 임원이 최근 중동 지역에서 발주되는 프로젝트의 규모가 대형화되고 있어 수 십 억 달러가 보통이고, 수 백 억 달러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가끔 발주되고 있다고 했다.
이런 규모의 프로젝트에서 손실을 입는다고 가정해보면 그 파급 효과는 지난 시절 몇몇 건설기업이 겪었던 어려움의 수준을 훨씬 넘어서는 심각한 사태가 될 것이라고 예상해본다.
건설산업은 서비스 산업이다.
서비스 산업에 활동하는 기업의 핵심역량은 해당 기업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는 ‘프로세스’와, 이 프로세스를 자신의 몸속에 체화(體化)시켜 업무를 가장 효율적으로 수행하여 고객에게 주문된 ‘성과품(deliverables)을 만들어서 전달하는 ‘인력’이다.
결국, 건설기업의 핵심역량은 ‘경험 인력’과 ‘검증된 프로세스(절차서와 전산시스템)’ 라고 판단한다.
흔히들 이야기하고 있는 “해외사업에서는 잘 하던 한국 건설기업이 국내에서는 왜 잘 못하느냐?” 라는 것은 국내 건설기업이 시공 중심으로 해외 건설시장에서 일을 했던 지난 ‘80-’90년대 시절을 표현하는 말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전제조건은 선진 외국사가 PM(Project Manager)나 CM(Construction Manager)으로 경험인력과 프로세스를 제공했고, 우리 기업의 역할과 책임은 그들의 지시와 절차서에 의해서 업무를 수행하고 결과와 기록을 전산시스템에 남겨, 그네들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것이었다.
이제는 우리 건설기업이 선진 외국사가 해외 건설사업에서 수행했던 방식과 똑같은 방식으로 해외 건설사업을 수행해야 하는 시점에 처해 있다.
의사 결정하는 조직 위치에만 국내 핵심 인력을 배치하고, 나머지 조직 박스에는 우리보다 인건비가 싼 현지인력이나 제3국 엔지니어를 고용해야 한다.
극히 소수 핵심 공종을 제외하고는 현지 하도급업체에게 외주를 주어야 한다.
이런 경우, 현지 하도급업체와 하도급 작업자에게 상세하고 정확한 작업 계획과 지침이 하달되어야 하고, 이들로부터 공사 진행 현황이 적시에 입력되어 의사 결정할 수 있는 절차서와 전산시스템의 운영이 필수적이다.
특히, ‘절차서’와 ‘전산시스템’은 국내 인력이 이 시스템이 제공하는 정보를 토대로 의사 결정을 하여야 하므로, 해당 국내 건설기업의 프로세스와 현지 특성이 반영된 것이 아니면 정확도가 떨어지고 결국에는 활용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해외 건설사업의 프로젝트 단위에서 운영하는 이런 절차서와 전산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국내 건설기업이 거의 없다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국내 건설사업 환경과 상이한 점을 인정하지 않고 “국내에서 잘 해냈는데, 해외사업도 당연히 잘 할 것이다”라는 막연한 확신감에 기초한 자만심이 팽배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프로세스’를 개발하여 검증된 자체 브랜드의 ‘절차서’와 ‘전산시스템’을 보유하는 데에는 많은 시간과 돈이 투자하여야 하는 반면에 이런 시도와 성공 사례가 거의 없기 때문에, 이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시쳇말로 ‘총대’를 메고자 하는 CEO나 임원이 없다는 것이 더욱 불행한 현실이다.
누가 향후 몇 년간의 해외사업 리스크를 관리하는 자체 브랜드의 ‘절차서와 전산시스템’을 개발 ? 운영하여 ‘검증된 프로세스’와 ‘경험인력’을 보유하느냐? 이것이 국내 건설기업에게 던져지는 화두가 될 것이라고 판단한다.
아마도, 아바의 노래 제목처럼 승자가 모든 것을 가지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해본다.
The Winner Takes It 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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