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대담] 경제민주화에 대응한 건설업계의 상생 방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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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대담] 경제민주화에 대응한 건설업계의 상생 방안은?
  • 오마이건설뉴스
  • 승인 2013.05.06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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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값 받고 제값 주는’ 문화 정착이 우선

■ 사회 : 본지 오세원 편집국장
■ 대담 : 최상근 대한건설협회 계약제도실장


분리발주 논란에 묻혀버린 적정공사비…건설업계 논쟁보다 화합해야
“주계약자…구성원간 하자 책임 구분 불분명해 분쟁 야기, 적기하자 보수 곤란”

그동안 경제민주화와 상생 관련해 건설산업 內에서 다양한 토론과 제도개선이 이루어져 왔는데요. 그러나 하도급을 담당하는 전문건설업체나 장비, 근로자 측에서는 제도 개선이 아직 미흡하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반면, 종합건설업체나 발주자 측에서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주계약자 공동도급 등의 대책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일부 존재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최근 새정부 국정과제로서 중소건설업체 및 전문건설업체를 보호한다는 취지하에 공공공사의 분할발주 및 분리발주 원칙이 포함되면서 종합건설업체와 전문건설업체간에 논쟁이 더욱 증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에 최상근 건설협회 계약제도실장을 모시고 ▲주계약자공동도급 ▲공사용자재 발주자 직접 구매 ▲하도급대금 발주자 직불제도 등 그동안 정부가 추진했던 경제민주화 및 상생정책의 효과에 대해 토의해보고, 최근 검토되고 있는 분리발주 법제화를 포함해 새로운 정책 대안에 대해 들어보겠습니다. 최상근 실장님 안녕하십니까.

주계약자 공동도급 등 기존 상생 정책에 대한 의견

Q. 먼저 그동안 국내에서는 하도급업체나 자재업체를 보호한다는 취지하에 분리발주, 주계약자공동도급, 공사용자재의 발주자 구매 등이 추진되어 왔는데요. 이러한 제도들이 실제 하도급업체 보호에 기여하고 있는지, 아니면 부작용은 없는지 의견주시죠?

- 최상근 건설협회 계약제도실장 : 주계약자 공동도급제도는 ‘상생협력’ 관계를 위해 도입된 제도의 목적과는 달리, PQ 통과기준을 충족하는 일부 대형 전문업체만 입찰참여할 수 있는 구조로 변질되어 종합-전문간 업역 분쟁과 위화감을 조성GO 사회 통합을 저해하는 불합리한 규제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통상 종합건설업체는 전문건설업체를 협력업체로 등록하여 장기적인 원-하도급 협력관계를 유지하나, 주계약자 공동도급의 경우 양자의 관계가 공사수주를 위한 공동도급에 지나지 않아, 1회성 협력관계로 변질되어, 신뢰를 바탕으로 한 장기적 파트너십이 붕괴됨으로써 시공품질을 담보하기도 곤란합니다.
그리고, 건설공사는 대부분 공종별로 유기적으로 연관되어 있어 주계약자관리방식의 경우와 같이 전문공종별로 공동수급체를 구성할 경우 구성원간 하자책임 구분이 어려워 분쟁을 야기 시키고, 적기하자보수도 곤란하며, 하자책임 구분이 불분명한 경우, 결국 주계약자가 최종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어 주계약자의 부담만 증가하는 불합리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안전행정부가 그 동안의 주계약자공동도급에 대한 성과분석을 위해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을 통해 ‘주계약자 공동도급제도의 성과분석 및 개선방안’연구용역을 실시(2011년)한 결과에서도, 종합건설업체와 전문건설업체의 업체수 차이로 제도의 실효성이 낮고 부계약자가 의무를 등한시 하고 권리만 강조하는 등 협조가 잘 이루어지지 않으며, 주계약자와 부계약자간 하자책임 불분명 문제 다수 발생하는 등 각종 문제가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습니다.
(공사용 자재의 발주자 구매)중소 제조업자의 보호를 위해 도입된 공사용 자재 분리발주가 일괄, 대안입찰에서 마저 운용될 경우 다음과 같은 많은 문제점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일괄·대안입찰은 건설공사 입찰시 기술(설계)경쟁을 통해 기술력이 우수한 업체를 선정함으로써 품질향상과 기술발전에 기여하고 국제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로서 공사품질 및 시공효율성 향상 뿐만 아니라 가격경쟁력 또한 담보되는 설계가 요구되기 때문에 입찰자는 다양한 신공법·신자재 등을 적용하고 이에 따른 품질확보 방안, 시공계획 등을 치밀하게 준비하여 제시하는 등 치열한 기술경쟁이 이루어지는 공사입니다.
이에 불구하고 일반적이고 보편화된 관급자재 품목을 설계에 반영시키는 것을 우대하는 것은 일괄·대안입찰제도의 취지에 반하며 기술경쟁을 통한 기술발전을 저해하는 행위로 볼 수 밖에 없습니다.
또한, 일괄·대안공사는 입찰자 스스로의 설계작성을 통해수많은 자재와 인력·기술을 조합하여 시설물을 완성하는 종합시스템 산업으로 자재구매를 관급으로 구매할 것을 우대할 경우 공사수행의 효율성을 크게 떨어뜨리게 될 것입니다.
좀더 상세히 설명하자면, 건설자재를 설치·조합하는 책임은 건설업자에게 두고 건설자재의 구매만을 별도 관급한다면 건설업자의 시공관리기능을 극도로 제한하게 되어 책임과 권한의 불일치가 발생하며, 자재를 관급으로 구매할 경우 자재를 사급하여 적기에 공급할 경우에 비해 건설업자의 자재 설치·조합 노하우와 시공관리능력 등을 활용한 효율적 시공에 제한을 받게 되어, 공정관리에 막대한 지장을 끼쳐 공사수행의 효율성 극도로 저하시키게 될 것입니다.

하도급 보호 제도에 대한 의견

Q. 하도급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그동안 하도급대금 저가심의제, 필요시 하도급대금 발주자 직불, 하도급대금 지급보증 등 다양한 제도를 통해 개선되어 왔는데요. 이러한 제도가 실제 기능하고 있는지, 만약 기능하지 못한다면 어떠한 문제가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보완되어야 하는지 의견을 주세요?

- 최상근 실장 : 먼저 하도급 개선사항, 제도의 기능 작동여부 및 문제점 등을 말씀드리기 전에 공정한 하도급 제도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원도급 (발주자-원도급자), 하도급(원도급자-하도급자), 2차 협력(하도급자-자재·장비업자·근로자)의 각 단계에서 적정한 거래질서를 확립하는 선결과제가 논의되고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그동안 정부에서도 적정 하도급대금 지급 등 하도급자 권리보호 내실화를 위한 다양한 제도개선를 추진해 왔습니다.
특히, 지난해 저가하도급 방지를 위한 적정성 심사대상 확대(하도급율 82%미만⇒예정가격 대비 60% 미만 요건추가), 하도급 적정성심사 통과점수 상향조정(85점⇒90점), 하도급대금 지급보증서 발급 예외사유 최소화(4천만원 이하 면제⇒1천만원) 및 하도급대금 지급보증서 미발급시 직불의무화 등 건산법령 개정작업을 통해 하도급자 보호를 강화한 바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원도급사들도 상생협의체 운영 활성화, 하도급 대금 현금결제 확대, 대형건설사의 재원 출연 및 금융기관과 협약체결을 통한 상생펀드 조성으로 협력업체에 무이자 또는 저리로 자금 대출을 지원하는 등 동반성장 이행에 노력해 왔습니다.
이러한 제도적 장치 및 업계 상생노력의 결과로 지난해 국토부 소속·산하기관(28개 기관) 대상으로 실시한 하도급계약심사위원회 구성 및 운영실태 점검결과 대상기관(28개) 중 22개 기관(78.6%)이 위원회를 구성했으며, 6개 기관도 하도급계약 심사대상 발생전에 구성할 계획으로 나타났으며, 73건의 적정성 심사 결과 63건(86.3%)의 하도급 계약이 적정한 것으로 인정되어 하도급 적정성 심사가 어느 정도 내실있게 이루어지는 등 제도적 장치가 기능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다만, 수주물량 감소, 이자비용 증가와 공공부문에서의 원가율 상승으로 건설사 절반이상이 적자를 면치 못하는 등 건설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기에 약자 보호 등 상생을 위한 경제민주화를 위해서는 “준법경영이 경쟁력”이라는 인식을 더욱더 확고히 해야 할 것입니다.
서두에서 말씀 드렸듯이 원·하도급 문제의 기본 출발은 발주자와 원도급자간의 수평적 관계개선이므로 민간공사를 포함한 전체공사에서 원도급자가 ‘제값 받고 제값 주는’ 문화를 정착하는 것이 우선일 것입니다.
또한, 최근에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벌금 상향, 손해배상 입증책임 전환 등 하도급자만 보호하는 내용의 하도급법 개정안이 국회 논의중인 바, 자칫 규제 위주의 정책으로 투자 위축 등 건설업계의 경쟁력이 약화되어 공멸하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습니다.
이에 과도하고 일률적인 규제강화보다는 실질적이고 적정한 하도급자 보호방안(우수하도급자 보호·육성 등) 검토, 적정한 공사비 확보 등 건설사업 여건 개선, 건설근로자, 자재·장비업자 등 건설산업의 모든 이해관계자를 포괄한 공생발전 방안 마련이 절실합니다. 더불어 현재 제도화 되어 있는 법 규정 준수 차원에서 준법교육 실시를 강화함과 동시에 불법하도급 적발시스템을 구축하여 불법하도급 방지에 실효성을 기해야 할 것입니다.

 

Q. 분리발주시 발주자가 직접 공사관리를 담당하면서 공기지연이나 분쟁이 증가하고, 하자보수가 어려워진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과연 분리발주시 현재와 같은 통합발주방식과 비교하여 공사현장관리에 어떠한 변화가 나타날 수 있는지요?

- 최상근 실장 : 공사현장관리는 기술사나 기사 등 기술자의 영역인데, 종합건설업체는 1개사당 6.2명, 전문건설업체는 1개사당 0.6명으로서, 10배 가량 차이나며 일부 대형 전문건설업체를 제외하면, 전문건설업체는 기술인력 중심의 공사관리능력은 상당히 미흡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분리발주 하에서는 발주자가 해당 세부공종에 대해 설계 및 시방서 검토, 공사관리 등을 직접 담당하게 되므로 품질, 안전, 공사기간, 공사비 등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려면 발주자의 공사관리 전문성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나, 현실적으로 국내 공공공사 발주자는 공사현장에서 종합건설업체 수준의 공사관리능력을 갖추었다고 볼 수 없으며, 결과적으로 분리발주시 공공공사 수행의 질적저하 및 폐해 발생이 불가피하게 될 것입니다.
일부에서는 종합건설업체를 대체해 용역업체인 사업관리자(CM)을 활용하여 공사관리가 가능하다는 주장도 있으나, CM이 수행하는 공사관리는 발주자 측의 공사관리로서 종합건설업체가 수행하던 건설현장의 공사관리 업무를 대체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닙니다.
통합발주하에서 일괄도급업자인 종합건설업체는 하도급 협력관계를 통하여 시장에서 검증된 정예멤버를 시공에 투입하는 것이 가능하고, 원하도급간 장기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현장 공사관리가 용이합니다.
반면, 분리발주시에는 발주자가 하도급협력업체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지 않아 매번 공사마다 각 공종별 시공자를 선정해 새로운 팀을 꾸려야 하므로 1회성 계약관계가 급증해 계약자로서 신의성실의 의무가 약화되고, 매번 공사시마다 새로운 낙찰자를 선정할 경우, 현행 공공공사 입찰제도의 특성상 부적격한 업체가 낙찰될 우려가 높고, 결과적으로 시공과정에서 부도나 계약이행 거부 등으로 인해 공사현장관리가 어려워지게 될 것입니다.
 

Q. 분리발주시 도급 단계를 줄여 총 공사비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는 경우도 있고, 일부에서는 발주자 측에서 시공자 선정 비용, 공사관리비용, CM 등 외부컨설턴트를 고용 등으로 총 공사비 축소가 곤란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외국 사례를 보더라도 상반된 사례가 많은데, 분리발주시 총 공사비가 줄어드는 것이 가능한가에 대하여 의견을 주세요?

- 최상근 실장 : 분리발주 의무화는 1건 공사에 수십건의 설계·입낙찰·계약체결 등의 행정업무 발생으로 발주업무가 폭증(또는 CM 등 컨설턴트 추가고용)하고, 시공의 비효율성으로 인한 공기증가 등으로 공사비 증가가 불가피하다는 점은 각종 연구사례에서 증명되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의 저명한 경제연구소인 NBER(국립경제연구소)의 연구결과로서(’97), NBER은 미국 뉴욕주의 공공공사 분리발주 의무규정인 Wick’s Law에 의해 분리발주된 건축공사 248건과 통합발주된 공사 163건을 비교분석한 결과 분리발주는 통합발주 경우에 비해 평균 8%의 공사비 상승을 가져온다는 점이 드러났습니다. 이러한 계속된 예산낭비 비판에 따라, 뉴욕주는 2008년 Wick’s Law를 개정해 분리발주 대상 건축공사를 당초 5만불에서 50만불 이상공사로 대폭 적용을 축소했습니다.
연구결과 뿐만 아니라, 실제 예산을 집행하는 공무원도 같은 얘기를 합니다. 미국 펜실베니아주 교육청 공무원이 지역신문에 분리발주의 불합리성에 대해 기고(2005.12.19, Pittsburgh Business Times)한 내용을 보면 분리발주 강제로 1.5∼2.6백만불의 추가비용(전체비용의 3∼5%)이 발생한다고 합니다.
그럼 우리 발주기관은 어떨까요? 서울메트로(1∼4호선)는 분리발주에 따른 참여업체 상호간 비협조, 분쟁발생, 책임전가로 인한 공기연장(비용증가), 승객 사상사고 등 민원문제로 전기·통신공사 일괄발주 방안을 6개 협회에 의견조회(2013.2) 했습니다.
분리발주로 인한 비효율이 얼마나 답답했으면 현행법에 의거 명백히 분리발주가 강제된 공사에 대해 발주기관에서 이러한 의견조회를 했을지 이해가 갑니다. 비효율은 비용증가로 이어진다는 점은 자명합니다.

Q. 분리발주의 경우, 발주자는 각 공종별로 시공자를 선정하여야 하는데, 현행 공공공사 입찰 제도의 특성상 일반경쟁과 공개입찰이 불가피해지면서 입찰자수가 크게 증가할 것 같습니다. 결국, 분리발주 하에서는 전문건설시장도 큰 변화가 예상되는데, 건설업체의 하향 평준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최상근 실장 :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의 ‘전문건설업 실태조사 분석 보고서(2010.11.)를 보면, 현재도 하도급공사의 저가투찰의 원인 중 가장 높은 비율은 경쟁자가 많다(50.8%)’것입니다.
이와 같이, 건설시장에서 경쟁자가 많으면 수주산업인 건설업의 특성상 자연적으로 입찰시 저가투찰이 발생하게 되고, 건설업체의 하향 평준화가 초래될 가능성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분리발주가 법제화되면, 발주자는 기존 계획·관리·조정기능을 담당한 종합건설업자가 배제된 상태에서 원활한 공사진행을 위해 전문건설업자가 종합건설업자는 아니라도 그 정도의 능력을 갖고 있는 전문업자를 선정하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오히려, 분리발주시 낙찰자는 2~3개 이상의 전문업종을 보유한 대형 전문건설업자의 몫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로 갈 것입니다. 그리고 1~2개 전문면허를 보유하고, 하도급 위주로 전문건설업을 영위하는 영세 전문업체는 전문공종별 분리발주 시장에서 도태되는 현상이 발생할 것입니다.
물론, 대다수 영세한 종합건설업자는 현행 건산법상 업역제한 문제로 분리발주 공사에 참여할 수 없는 형평성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을 것입니다. 따라서, 분리발주 법제화는 영세한 종합·전문업자에 가장 많은 피해를 가져다 줄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정부가 추진중인 경제민주화에도 역행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특히, 건설현장의 안전문제를 볼 때도 하나의 건설공사를 다수의 전문건설업체가 분리수주함으로써 종합적 안전관리가 어려워져 건설현장 산재증가 등 건설노동자의 안전을 저해하고, 건설근로자 임금체불 등 건설노동자 복지가 악화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입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한 민주노총은 “공공공사 분리발주 시행중단 의견서”를 국회 및 정부 각 부처에 제출했습니다.

 

Q. 종합과 전문 업역을 획일적으로 구분하는 것은 글로벌화된 시장 환경에 적합하지 않으며, 공사특성에 적합한 발주방식 선정 등 발주자에게 재량권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종합과 전문으로 구분되어 있는 건설 업역을 전면 개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는데요?

최상근 실장 :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은 종합공사 업종과 전문공사 업종간의 상호 배타적인 구분을 통하여 종합공사는 종합건설업자, 전문공사는 전문건설업자가 시공토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런 칸막이식 업역 구분은 법령 적용의 명확성 보장과 해당업종의 보호라는 긍정적 측면이 있으나, 유연하고 효율적인 생산체계를 구현하지 못해 건설산업의 선진화에 걸림돌이 되어 왔습니다. 즉, 기술과 경영이 뛰어난 건설업자에게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비즈니스의 기회를 제공하지 못해 전문분야에 특화된 경쟁력 있는 건설업자를 활성화하지 못하고, 공사특성에 따라 적합한 생산방식과 업체를 선택하여 공사비를 절감하고 품질을 제고할 수 있는 발주자의 선택권마저 침해하게 되는 문제점을 늘 지녀왔습니다.
특히 이러한 폐쇄적인 업역구분은 건설시장의 대·중소기업 구분을 왜곡하여 정책당국으로 하여금 관련 중소기업 육성정책을 건설산업에 맞춤형으로 설계조차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2011년 통계를 보아도 종합건설업체의 98.9%인 10,061개사가 중소기업이고, 대기업 비중은 전문건설업체(305개사)가 종합건설업체(116개사)보다 거의 3배 가까이 많은 시장상황에서 여전히 “대기업 = 종합건설업체, 중소기업 = 전문건설업체”라는 업역중심의 이분법적 사고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중소기업을 위한 대책이 업역간 갈등으로 나타나고 건설산업의 고질적 병폐로 사회적 지탄을 받아왔습니다.
원·하수급인 자격을 종합·전문건설업자 모두에게 인정하는 업역 제한 폐지는 2009년 건설산업선진화위원회를 비롯한 그간의 건설산업 선진화 및 경쟁력 강화 논의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한 과제로 지금이야말로 생산적 기술경쟁을 통한 창조경제로의 도약을 위해 업계가 마주앉아 고민해야 될 일이라 생각합니다.

 

Q. 그동안 정부에서는 일정비율 하도급 의무화 등을 강제하면서, 불가피하게 다단계 생산 체계를 유발하는 사례가 많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따라서 건설공사 도급 단계 축소나 종합건설업체의 역할 강화 등을 추구하려면, 종합건설업체에게 강한 ‘직접시공’ 의무를 부과하여 시공자 본연의 위치로 회귀시키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습니까?

최상근 실장 : 건설현장의 상시적인 임금체불, 산재사망사고 다발 등 각종 사회적 병폐의 근원은 아시다시피 불법 하도급임을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현행 건설산업 생산체계는 건설업법 이래 지금까지 종합적인 계획·관리 및 조정을 하는 종합건설업자와 직접 시공을 전담하는 전문건설업자의 2단계 구조 아래 기술력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제도화되어 발전해 왔습니다.
그러나, 업체수 난립과 저가 경쟁, 건설생산체계 참여자의 준법 의식 결여, 일괄하도급·재하도급 등 하도급 관련 예외 조항의 지속적인 확대, 시공참여자 제도 폐지에도 불구하고 불법적인 고용관계의 활용 등으로 적게는 3단계, 많게는 4~5단계 등 다단계 하도급위주의 건설공사 수행으로 부실공사, 부정·부패 및 불법·탈법행위가 여전히 만연되고 있는 것 또한 현실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다단계 하도급으로 인한 공사비 누출은 건설현장의 서민계층인 건설근로자와 장비·자재업자에 대한 체불로 이어져 건설산업의 경제민주화와 이미지 개선에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연도별 건설 근로자의 임금 체납 현황(고용노동부 체불사업장 실태조사)과 장비대금 체납 현황(대한건설기계협회 신고 자료)을 보면, 노임의 경우 하도급자에 의한 체불(76.6%)이 원도급자(23.4%)보다 3배 이상, 장비대금의 경우 하도급자에 의한 체불이 건수·금액 모두 4배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나 다단계 하도급의 사회적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만약 발주자로부터 최하층 건설근로자 등 2차 협력자에게까지 각 단계별 적정 대금이 제대로 지급되는 건설산업의 생산체계가 정착되면 건설기술자·기능인에 대한 일자리창출과 더불어 인력육성을 통한 직업전망과 위상도 제고되는 시너지 효과도 기대가 가능할 것입니다.
이에 이제는 건설업계가 국민의 관점에서 직접시공 제도의 전면적인 개편을 통한 다단계 하도급 근절에 중점을 두어야 할 시기라고 판단됩니다. 계획·관리·조정에 의한 시공관리가 공사 품질확보 측면에서 바람직한 종합건설업계에는 300억원 미만 공사에 규모별로 20∼50% 수준의 한도로 직접시공 의무를 부여하고 기술력과 경쟁력 강화 측면에서 전문건설업계는 모든 공사에 100% 직접 시공 의무를 부여해 업종 특성에 맞는 건설 본연의 모습을 보여 줘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경제민주화와 상생 관련해 건설산업 內에서 다양한 토론과 제도개선이 이루어져 왔는데요. 그러나 하도급을 담당하는 전문건설업체나 장비, 근로자 측에서는 제도 개선이 아직 미흡하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반면, 종합건설업체나 발주자 측에서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주계약자 공동도급 등의 대책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일부 존재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최근 새정부 국정과제로서 중소건설업체 및 전문건설업체를 보호한다는 취지하에 공공공사의 분할발주 및 분리발주 원칙이 포함되면서 종합건설업체와 전문건설업체간에 논쟁이 더욱 증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에 최상근 건설협회 계약제도실장을 모시고 ▲주계약자공동도급 ▲공사용자재 발주자 직접 구매 ▲하도급대금 발주자 직불제도 등 그동안 정부가 추진했던 경제민주화 및 상생정책의 효과에 대해 토의해보고, 최근 검토되고 있는 분리발주 법제화를 포함해 새로운 정책 대안에 대해 들어보겠습니다. 최상근 실장님 안녕하십니까.

 

Q. 먼저 그동안 국내에서는 하도급업체나 자재업체를 보호한다는 취지하에 분리발주, 주계약자공동도급, 공사용자재의 발주자 구매 등이 추진되어 왔는데요. 이러한 제도들이 실제 하도급업체 보호에 기여하고 있는지, 아니면 부작용은 없는지 의견주시죠?

- 최상근 실장 : 주계약자 공동도급제도는 ‘상생협력’ 관계를 위해 도입된 제도의 목적과는 달리, PQ 통과기준을 충족하는 일부 대형 전문업체만 입찰참여할 수 있는 구조로 변질되어 종합-전문간 업역 분쟁과 위화감을 조성GO 사회 통합을 저해하는 불합리한 규제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통상 종합건설업체는 전문건설업체를 협력업체로 등록하여 장기적인 원-하도급 협력관계를 유지하나, 주계약자 공동도급의 경우 양자의 관계가 공사수주를 위한 공동도급에 지나지 않아, 1회성 협력관계로 변질되어, 신뢰를 바탕으로 한 장기적 파트너십이 붕괴됨으로써 시공품질을 담보하기도 곤란합니다.
그리고, 건설공사는 대부분 공종별로 유기적으로 연관되어 있어 주계약자관리방식의 경우와 같이 전문공종별로 공동수급체를 구성할 경우 구성원간 하자책임 구분이 어려워 분쟁을 야기 시키고, 적기하자보수도 곤란하며, 하자책임 구분이 불분명한 경우, 결국 주계약자가 최종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어 주계약자의 부담만 증가하는 불합리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안전행정부가 그 동안의 주계약자공동도급에 대한 성과분석을 위해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을 통해 ‘주계약자 공동도급제도의 성과분석 및 개선방안’연구용역을 실시(2011년)한 결과에서도, 종합건설업체와 전문건설업체의 업체수 차이로 제도의 실효성이 낮고 부계약자가 의무를 등한시 하고 권리만 강조하는 등 협조가 잘 이루어지지 않으며, 주계약자와 부계약자간 하자책임 불분명 문제 다수 발생하는 등 각종 문제가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습니다.
(공사용 자재의 발주자 구매)중소 제조업자의 보호를 위해 도입된 공사용 자재 분리발주가 일괄, 대안입찰에서 마저 운용될 경우 다음과 같은 많은 문제점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일괄·대안입찰은 건설공사 입찰시 기술(설계)경쟁을 통해 기술력이 우수한 업체를 선정함으로써 품질향상과 기술발전에 기여하고 국제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로서 공사품질 및 시공효율성 향상 뿐만 아니라 가격경쟁력 또한 담보되는 설계가 요구되기 때문에 입찰자는 다양한 신공법·신자재 등을 적용하고 이에 따른 품질확보 방안, 시공계획 등을 치밀하게 준비하여 제시하는 등 치열한 기술경쟁이 이루어지는 공사입니다.
이에 불구하고 일반적이고 보편화된 관급자재 품목을 설계에 반영시키는 것을 우대하는 것은 일괄·대안입찰제도의 취지에 반하며 기술경쟁을 통한 기술발전을 저해하는 행위로 볼 수 밖에 없습니다.
또한, 일괄·대안공사는 입찰자 스스로의 설계작성을 통해수많은 자재와 인력·기술을 조합하여 시설물을 완성하는 종합시스템 산업으로 자재구매를 관급으로 구매할 것을 우대할 경우 공사수행의 효율성을 크게 떨어뜨리게 될 것입니다.
좀더 상세히 설명하자면, 건설자재를 설치·조합하는 책임은 건설업자에게 두고 건설자재의 구매만을 별도 관급한다면 건설업자의 시공관리기능을 극도로 제한하게 되어 책임과 권한의 불일치가 발생하며, 자재를 관급으로 구매할 경우 자재를 사급하여 적기에 공급할 경우에 비해 건설업자의 자재 설치·조합 노하우와 시공관리능력 등을 활용한 효율적 시공에 제한을 받게 되어, 공정관리에 막대한 지장을 끼쳐 공사수행의 효율성 극도로 저하시키게 될 것입니다.

 

Q. 하도급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그동안 하도급대금 저가심의제, 필요시 하도급대금 발주자 직불, 하도급대금 지급보증 등 다양한 제도를 통해 개선되어 왔는데요. 이러한 제도가 실제 기능하고 있는지, 만약 기능하지 못한다면 어떠한 문제가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보완되어야 하는지 의견을 주세요?

- 최상근 실장 : 먼저 하도급 개선사항, 제도의 기능 작동여부 및 문제점 등을 말씀드리기 전에 공정한 하도급 제도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원도급 (발주자-원도급자), 하도급(원도급자-하도급자), 2차 협력(하도급자-자재·장비업자·근로자)의 각 단계에서 적정한 거래질서를 확립하는 선결과제가 논의되고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그동안 정부에서도 적정 하도급대금 지급 등 하도급자 권리보호 내실화를 위한 다양한 제도개선를 추진해 왔습니다.
특히, 지난해 저가하도급 방지를 위한 적정성 심사대상 확대(하도급율 82%미만⇒예정가격 대비 60% 미만 요건추가), 하도급 적정성심사 통과점수 상향조정(85점⇒90점), 하도급대금 지급보증서 발급 예외사유 최소화(4천만원 이하 면제⇒1천만원) 및 하도급대금 지급보증서 미발급시 직불의무화 등 건산법령 개정작업을 통해 하도급자 보호를 강화한 바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원도급사들도 상생협의체 운영 활성화, 하도급 대금 현금결제 확대, 대형건설사의 재원 출연 및 금융기관과 협약체결을 통한 상생펀드 조성으로 협력업체에 무이자 또는 저리로 자금 대출을 지원하는 등 동반성장 이행에 노력해 왔습니다.
이러한 제도적 장치 및 업계 상생노력의 결과로 지난해 국토부 소속·산하기관(28개 기관) 대상으로 실시한 하도급계약심사위원회 구성 및 운영실태 점검결과 대상기관(28개) 중 22개 기관(78.6%)이 위원회를 구성했으며, 6개 기관도 하도급계약 심사대상 발생전에 구성할 계획으로 나타났으며, 73건의 적정성 심사 결과 63건(86.3%)의 하도급 계약이 적정한 것으로 인정되어 하도급 적정성 심사가 어느 정도 내실있게 이루어지는 등 제도적 장치가 기능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다만, 수주물량 감소, 이자비용 증가와 공공부문에서의 원가율 상승으로 건설사 절반이상이 적자를 면치 못하는 등 건설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기에 약자 보호 등 상생을 위한 경제민주화를 위해서는 “준법경영이 경쟁력”이라는 인식을 더욱더 확고히 해야 할 것입니다.
서두에서 말씀 드렸듯이 원·하도급 문제의 기본 출발은 발주자와 원도급자간의 수평적 관계개선이므로 민간공사를 포함한 전체공사에서 원도급자가 ‘제값 받고 제값 주는’ 문화를 정착하는 것이 우선일 것입니다.
또한, 최근에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벌금 상향, 손해배상 입증책임 전환 등 하도급자만 보호하는 내용의 하도급법 개정안이 국회 논의중인 바, 자칫 규제 위주의 정책으로 투자 위축 등 건설업계의 경쟁력이 약화되어 공멸하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습니다.
이에 과도하고 일률적인 규제강화보다는 실질적이고 적정한 하도급자 보호방안(우수하도급자 보호·육성 등) 검토, 적정한 공사비 확보 등 건설사업 여건 개선, 건설근로자, 자재·장비업자 등 건설산업의 모든 이해관계자를 포괄한 공생발전 방안 마련이 절실합니다. 더불어 현재 제도화 되어 있는 법 규정 준수 차원에서 준법교육 실시를 강화함과 동시에 불법하도급 적발시스템을 구축하여 불법하도급 방지에 실효성을 기해야 할 것입니다.

 

Q. 분리발주시 발주자가 직접 공사관리를 담당하면서 공기지연이나 분쟁이 증가하고, 하자보수가 어려워진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과연 분리발주시 현재와 같은 통합발주방식과 비교하여 공사현장관리에 어떠한 변화가 나타날 수 있는지요?

- 최상근 실장 : 공사현장관리는 기술사나 기사 등 기술자의 영역인데, 종합건설업체는 1개사당 6.2명, 전문건설업체는 1개사당 0.6명으로서, 10배 가량 차이나며 일부 대형 전문건설업체를 제외하면, 전문건설업체는 기술인력 중심의 공사관리능력은 상당히 미흡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분리발주 하에서는 발주자가 해당 세부공종에 대해 설계 및 시방서 검토, 공사관리 등을 직접 담당하게 되므로 품질, 안전, 공사기간, 공사비 등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려면 발주자의 공사관리 전문성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나, 현실적으로 국내 공공공사 발주자는 공사현장에서 종합건설업체 수준의 공사관리능력을 갖추었다고 볼 수 없으며, 결과적으로 분리발주시 공공공사 수행의 질적저하 및 폐해 발생이 불가피하게 될 것입니다.
일부에서는 종합건설업체를 대체해 용역업체인 사업관리자(CM)을 활용하여 공사관리가 가능하다는 주장도 있으나, CM이 수행하는 공사관리는 발주자 측의 공사관리로서 종합건설업체가 수행하던 건설현장의 공사관리 업무를 대체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닙니다.
통합발주하에서 일괄도급업자인 종합건설업체는 하도급 협력관계를 통하여 시장에서 검증된 정예멤버를 시공에 투입하는 것이 가능하고, 원하도급간 장기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현장 공사관리가 용이합니다.
반면, 분리발주시에는 발주자가 하도급협력업체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지 않아 매번 공사마다 각 공종별 시공자를 선정해 새로운 팀을 꾸려야 하므로 1회성 계약관계가 급증해 계약자로서 신의성실의 의무가 약화되고, 매번 공사시마다 새로운 낙찰자를 선정할 경우, 현행 공공공사 입찰제도의 특성상 부적격한 업체가 낙찰될 우려가 높고, 결과적으로 시공과정에서 부도나 계약이행 거부 등으로 인해 공사현장관리가 어려워지게 될 것입니다.
 

Q. 분리발주시 도급 단계를 줄여 총 공사비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는 경우도 있고, 일부에서는 발주자 측에서 시공자 선정 비용, 공사관리비용, CM 등 외부컨설턴트를 고용 등으로 총 공사비 축소가 곤란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외국 사례를 보더라도 상반된 사례가 많은데, 분리발주시 총 공사비가 줄어드는 것이 가능한가에 대하여 의견을 주세요?

- 최상근 실장 : 분리발주 의무화는 1건 공사에 수십건의 설계·입낙찰·계약체결 등의 행정업무 발생으로 발주업무가 폭증(또는 CM 등 컨설턴트 추가고용)하고, 시공의 비효율성으로 인한 공기증가 등으로 공사비 증가가 불가피하다는 점은 각종 연구사례에서 증명되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의 저명한 경제연구소인 NBER(국립경제연구소)의 연구결과로서(’97), NBER은 미국 뉴욕주의 공공공사 분리발주 의무규정인 Wick’s Law에 의해 분리발주된 건축공사 248건과 통합발주된 공사 163건을 비교분석한 결과 분리발주는 통합발주 경우에 비해 평균 8%의 공사비 상승을 가져온다는 점이 드러났습니다. 이러한 계속된 예산낭비 비판에 따라, 뉴욕주는 2008년 Wick’s Law를 개정해 분리발주 대상 건축공사를 당초 5만불에서 50만불 이상공사로 대폭 적용을 축소했습니다.
연구결과 뿐만 아니라, 실제 예산을 집행하는 공무원도 같은 얘기를 합니다. 미국 펜실베니아주 교육청 공무원이 지역신문에 분리발주의 불합리성에 대해 기고(2005.12.19, Pittsburgh Business Times)한 내용을 보면 분리발주 강제로 1.5∼2.6백만불의 추가비용(전체비용의 3∼5%)이 발생한다고 합니다.
그럼 우리 발주기관은 어떨까요? 서울메트로(1∼4호선)는 분리발주에 따른 참여업체 상호간 비협조, 분쟁발생, 책임전가로 인한 공기연장(비용증가), 승객 사상사고 등 민원문제로 전기·통신공사 일괄발주 방안을 6개 협회에 의견조회(2013.2) 했습니다.
분리발주로 인한 비효율이 얼마나 답답했으면 현행법에 의거 명백히 분리발주가 강제된 공사에 대해 발주기관에서 이러한 의견조회를 했을지 이해가 갑니다. 비효율은 비용증가로 이어진다는 점은 자명합니다.
 

Q. 분리발주의 경우, 발주자는 각 공종별로 시공자를 선정하여야 하는데, 현행 공공공사 입찰 제도의 특성상 일반경쟁과 공개입찰이 불가피해지면서 입찰자수가 크게 증가할 것 같습니다. 결국, 분리발주 하에서는 전문건설시장도 큰 변화가 예상되는데, 건설업체의 하향 평준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최상근 실장 :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의 ‘전문건설업 실태조사 분석 보고서(2010.11.)를 보면, 현재도 하도급공사의 저가투찰의 원인 중 가장 높은 비율은 경쟁자가 많다(50.8%)’것입니다.
이와 같이, 건설시장에서 경쟁자가 많으면 수주산업인 건설업의 특성상 자연적으로 입찰시 저가투찰이 발생하게 되고, 건설업체의 하향 평준화가 초래될 가능성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분리발주가 법제화되면, 발주자는 기존 계획·관리·조정기능을 담당한 종합건설업자가 배제된 상태에서 원활한 공사진행을 위해 전문건설업자가 종합건설업자는 아니라도 그 정도의 능력을 갖고 있는 전문업자를 선정하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오히려, 분리발주시 낙찰자는 2~3개 이상의 전문업종을 보유한 대형 전문건설업자의 몫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로 갈 것입니다. 그리고 1~2개 전문면허를 보유하고, 하도급 위주로 전문건설업을 영위하는 영세 전문업체는 전문공종별 분리발주 시장에서 도태되는 현상이 발생할 것입니다.
물론, 대다수 영세한 종합건설업자는 현행 건산법상 업역제한 문제로 분리발주 공사에 참여할 수 없는 형평성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을 것입니다. 따라서, 분리발주 법제화는 영세한 종합·전문업자에 가장 많은 피해를 가져다 줄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정부가 추진중인 경제민주화에도 역행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특히, 건설현장의 안전문제를 볼 때도 하나의 건설공사를 다수의 전문건설업체가 분리수주함으로써 종합적 안전관리가 어려워져 건설현장 산재증가 등 건설노동자의 안전을 저해하고, 건설근로자 임금체불 등 건설노동자 복지가 악화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입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한 민주노총은 “공공공사 분리발주 시행중단 의견서”를 국회 및 정부 각 부처에 제출했습니다.


건설업역제한의 폐지에 대해

Q. 종합과 전문 업역을 획일적으로 구분하는 것은 글로벌화된 시장 환경에 적합하지 않으며, 공사특성에 적합한 발주방식 선정 등 발주자에게 재량권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종합과 전문으로 구분되어 있는 건설 업역을 전면 개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는데요?

최상근 실장 :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은 종합공사 업종과 전문공사 업종간의 상호 배타적인 구분을 통하여 종합공사는 종합건설업자, 전문공사는 전문건설업자가 시공토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런 칸막이식 업역 구분은 법령 적용의 명확성 보장과 해당업종의 보호라는 긍정적 측면이 있으나, 유연하고 효율적인 생산체계를 구현하지 못해 건설산업의 선진화에 걸림돌이 되어 왔습니다. 즉, 기술과 경영이 뛰어난 건설업자에게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비즈니스의 기회를 제공하지 못해 전문분야에 특화된 경쟁력 있는 건설업자를 활성화하지 못하고, 공사특성에 따라 적합한 생산방식과 업체를 선택하여 공사비를 절감하고 품질을 제고할 수 있는 발주자의 선택권마저 침해하게 되는 문제점을 늘 지녀왔습니다.
특히 이러한 폐쇄적인 업역구분은 건설시장의 대·중소기업 구분을 왜곡하여 정책당국으로 하여금 관련 중소기업 육성정책을 건설산업에 맞춤형으로 설계조차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2011년 통계를 보아도 종합건설업체의 98.9%인 10,061개사가 중소기업이고, 대기업 비중은 전문건설업체(305개사)가 종합건설업체(116개사)보다 거의 3배 가까이 많은 시장상황에서 여전히 “대기업 = 종합건설업체, 중소기업 = 전문건설업체”라는 업역중심의 이분법적 사고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중소기업을 위한 대책이 업역간 갈등으로 나타나고 건설산업의 고질적 병폐로 사회적 지탄을 받아왔습니다.
원·하수급인 자격을 종합·전문건설업자 모두에게 인정하는 업역 제한 폐지는 2009년 건설산업선진화위원회를 비롯한 그간의 건설산업 선진화 및 경쟁력 강화 논의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한 과제로 지금이야말로 생산적 기술경쟁을 통한 창조경제로의 도약을 위해 업계가 마주앉아 고민해야 될 일이라 생각합니다.


원도급자의 직접 시공에 대한 의견

Q. 그동안 정부에서는 일정비율 하도급 의무화 등을 강제하면서, 불가피하게 다단계 생산 체계를 유발하는 사례가 많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따라서 건설공사 도급 단계 축소나 종합건설업체의 역할 강화 등을 추구하려면, 종합건설업체에게 강한 ‘직접시공’ 의무를 부과하여 시공자 본연의 위치로 회귀시키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습니까?

최상근 실장 : 건설현장의 상시적인 임금체불, 산재사망사고 다발 등 각종 사회적 병폐의 근원은 아시다시피 불법 하도급임을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현행 건설산업 생산체계는 건설업법 이래 지금까지 종합적인 계획·관리 및 조정을 하는 종합건설업자와 직접 시공을 전담하는 전문건설업자의 2단계 구조 아래 기술력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제도화되어 발전해 왔습니다.
그러나, 업체수 난립과 저가 경쟁, 건설생산체계 참여자의 준법 의식 결여, 일괄하도급·재하도급 등 하도급 관련 예외 조항의 지속적인 확대, 시공참여자 제도 폐지에도 불구하고 불법적인 고용관계의 활용 등으로 적게는 3단계, 많게는 4~5단계 등 다단계 하도급위주의 건설공사 수행으로 부실공사, 부정·부패 및 불법·탈법행위가 여전히 만연되고 있는 것 또한 현실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다단계 하도급으로 인한 공사비 누출은 건설현장의 서민계층인 건설근로자와 장비·자재업자에 대한 체불로 이어져 건설산업의 경제민주화와 이미지 개선에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연도별 건설 근로자의 임금 체납 현황(고용노동부 체불사업장 실태조사)과 장비대금 체납 현황(대한건설기계협회 신고 자료)을 보면, 노임의 경우 하도급자에 의한 체불(76.6%)이 원도급자(23.4%)보다 3배 이상, 장비대금의 경우 하도급자에 의한 체불이 건수·금액 모두 4배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나 다단계 하도급의 사회적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만약 발주자로부터 최하층 건설근로자 등 2차 협력자에게까지 각 단계별 적정 대금이 제대로 지급되는 건설산업의 생산체계가 정착되면 건설기술자·기능인에 대한 일자리창출과 더불어 인력육성을 통한 직업전망과 위상도 제고되는 시너지 효과도 기대가 가능할 것입니다.
이에 이제는 건설업계가 국민의 관점에서 직접시공 제도의 전면적인 개편을 통한 다단계 하도급 근절에 중점을 두어야 할 시기라고 판단됩니다. 계획·관리·조정에 의한 시공관리가 공사 품질확보 측면에서 바람직한 종합건설업계에는 300억원 미만 공사에 규모별로 20∼50% 수준의 한도로 직접시공 의무를 부여하고 기술력과 경쟁력 강화 측면에서 전문건설업계는 모든 공사에 100% 직접 시공 의무를 부여해 업종 특성에 맞는 건설 본연의 모습을 보여 줘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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