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우먼파워- CNC종합건설 손성연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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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 우먼파워- CNC종합건설 손성연 대표이사
  • 이태영, 최효연 기자
  • 승인 2008.06.16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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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채비를 서둘렀다.
오전 10시 안양 인덕원 소재 CNC종합건설의 손성연 사장을 만나기 위해서다.
언론을 통해 화제가 됐던 손사장의 행보는 드라마틱했다.
중소건설업체의 CEO인 그는 회사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행패를 부리는 건장한 남자들을 말 몇 마디로 제압했고, 대립 도중 책상에 올라서 분위기를 압도했다는 소문도 들렸다.
손성연 사장은 대한건설협회 시도협회 부회장 중에 유일한 여성CEO다.
그가 건설시장에 뛰어든지 20년이 넘었다.
건설업계의 잘못된 관행을 하나씩 깨뜨리고 정직함과 꼼꼼함으로 승부수를 내건 손성연 사장을 만났다.
‘어머니 같은 사장’이 건설업계에서 떴다!부드러움…때론 강인함으로 건설현장 종횡무진최근 고유가와 원자재 값 폭등으로 인한 건설경기부진에 대해 손사장은 ‘전쟁’이라 표현했다.
20년 넘도록 이번과 같은 파장은 처음이라며 입을 뗐다.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데 근황이 어떠신지요.“인생사도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잖아요. 사업도 마찬가지죠. 내려감으로 인해 다시 또 올라갈 수 있는 길이 있는 거죠. 회의할 때 ‘이대로 죽는 거냐. 머리띠라도 메야하는 것 아니냐’고 했을 정도로, 상황이 어려운건 사실입니다.
지역중소업체들을 살리기 위한 경기부양책이 시행돼야 할 텐데 말입니다.
”대북 사업진출로 개성공단에서 건설공사에 참여중인 손사장은 대북 사업현장으로의 왕래가 잦다.
◆ 직원의 미래가 ‘나의 숙제’비가 많이 내리던 어느 날, 개성공단 사업현장을 방문한 손사장은 차를 타고 가고 있었다고 한다.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폭우로 바닥은 온통 진흙으로 질척이고 있었고, 저 만치 건설근로자가 몸을 움츠리고 걸어가고 있었다.
손사장은 차를 세웠다.
손사장이 문을 열어주자 근로자는 진흙투성이가 된 안전화를 가리키며 손사래 쳤지만, 손사장은 결국 근로자를 차에 태웠다.
-직원들과 소통은 잘 되십니까.“얼마 전에 개성공단에 방문했는데 제가 온다고 직원들 전부 집합해서 대청소를 해놨더라고요. 그러지 말라고 했습니다.
현장이 조금 지저분할 수도 있고, 날도 더운데 힘쓰지 말라고요. 그런데 오히려 직원들은 저를 위로합니다.
(원자재 값 폭등 때문에 어려운 상황을) 걱정하지 말라면서 더 열심히 하겠다고 하는데 거기에 제 使命이 있습니다.
”개성공단을 방문할 때마다 직장장(북측 사장)과 직원들은 희망의 메시지로 손사장의 어깨에 힘을 실어줬다.
1백여 명의 인부들과 그들 가족의 생계권이 손사장에게 달려있다.
“나를 믿고 따라와 준 직원들의 미래가 저의 숙제입니다.
회사 직원들은 저와 10년 가까이 함께 해왔기 때문에 회사 크기보다는 비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튼튼한 회사를 만들어, 내 사람들이 꿈을 펼칠 수 있게 해주고 싶은 게 희망입니다.
”◆ CNC 종합건설은 ‘살아있는 유기체’손사장은 한 우물만 판다.
남들이 깔에 맞춰 구두와 핸드백을 매치 할 때 손사장은 선택한 구두만 닳도록 신었다.
대학에서 남성들의 전유물인 토목공학과를 전공한 손사장은 다른 여지없이 곧 바로 건설업계로 진출했지만 업계는 녹록치 않았다.
-CEO가 될 결심을 하게 된 게.“입사당시엔 차별이 많았죠. 헤드(우두머리)가 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가 없겠다고 생각했어요. 불이익을 뛰어넘으려면 리더가 돼야겠다고 마음먹고 그때부터 마음의 준비를 했던 것 같습니다.
” 건설업계에 발을 딛고 17년 만에 CEO의 자리에 앉게 됐다.
언론인 출신인 남편과 두 명의 자녀를 둔 주부이기도 한 시점이었다.
-건설업계에 흔치 않은 여성 CEO로 설립 과정에서의 어려움은 없으셨는지.“지금은 든든한 지원자이지만, 처음에는 가족의 반대도 있었고 동종업계에서는 축하 인사를 던져줬는데 5년 후에 다른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1년 만에 회사를 접을 거라는 얘기가 당시에 오고 갔다고요.”오랜 준비기간을 두고 CEO가 됐지만 장벽이 있었다.
무조건 돈을 요구하는 난동꾼들이 찾아오고 곳곳에 지뢰 같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손사장은 가치기준을 세우고 옳은 곳에서 굳게 버텼다.
-여성 CEO 라는 점이 회사 이미지나 분위기에 영향을 미쳤다면 어떤 점인지.“아무래도 거칠다는 이미지가 없는 거겠죠. 직원들이 건설회사 같지 않다고 해요. 건축주나 클라이언트와의 불협화음이 없고 신의를 먼저 주려고 하기 때문에 좋은 이미지가 부각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도덕성에서 크게 어긋나지 않겠다는 생각에 믿어주는 부분도 있고 꼼꼼할 거라고 생각하시는 것도 있죠.”-CNC종합건설의 방향은.“회사를 제 소유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잠시 제가 맡고 있다고 생각하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는 거죠. 제가 없더라도 CNC가 계속되길 바랍니다.
‘CNC는 살아있는 유기체’거든요.”◆’두 얼굴’로 살다 손성연 사장은 진지했다.
우스갯소리가 파고들 틈새가 없었다.
그러다 개인적인 질문이 던져지자 환하게 웃는데, 보조개가 굉장히 신선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누구나 어린 시절 한번쯤 보았을 인자한 담임선생님의 인상과 닮았다.
-가정에서도 혹시 CEO이십니까.“아니요. 전혀 그렇지 않아요. 집에 들어가는 순간에 평범한 주부일 뿐입니다.
시아버님과 17년째 함께 살고 있거든요. 아흔(90세)이 다 돼 가시는 시아버님을 모시고 제가 CEO 일수 있겠어요. 후훗.”대학에서 건축을 전공중인 큰 딸과 비즈니스 분야를 공부중인 아들은 이전에 손사장에 대한 기사를 보고 의아해했었다.
평범한 우리네 어머니일 뿐인데, 때론 남자들과 맞서 큰소리도 치고, 그들을 이기기도 해야만 하는 건설업계의 속성 때문이다.
손사장은 자신의 召命이 많다며 꼽아보였다.
‘CNC 종합건설 사장’ ‘아이들의 엄마’ ‘한 남자의 아내’ ‘시아버님을 모시는 며느리’ ‘친정어머니의 딸’ …. 손사장은 스스로를 평범하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여자보다 강하다’는 말처럼 40대에 CNC종합건설을 창업한 손사장은 어머니로서의 강인함을 발판삼아, 더욱 힘차게 CEO로의 도약을 꿈꿀 수 있었던 건 아닐까.-굉장히 강인한 이미지로 소문이 나있는데 혹시 무서워하는 것은.“사람은 무섭지 않아요. 제가 무서워하는 건 안전과 자연입니다.
아무리 강조하고 조심해도 현장에서는 사고를 장담할 수 없고, 건강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사람들이 작은 충격에도 다치거든요. 항상 안전에 대해 조심하고 우려하고 있어요. 또 자연도 인간의 힘으로 할 수 없기 때문에 무서워하죠. 예측을 한다고 해도 막상 닥치면 다를 수가 있거든요. 땅속의 지하구조, 변화무쌍한 기후 등 예측할 수 없는 자연이 겁이 납니다.
”전화벨이 울렸다.
손사장은 전화를 받고 자리에 돌아와 앉았다.
그의 전화는 24시간 꺼지지 않고 울린다.
안전에 대한 대비와 우려 때문이다.
-자연으로 인해 피해를 보거나 절박했던 순간은.“4년 전 쯤 흙막이 공사를 하는데 예상치 못한 폭우가 한 달 가량 왔어요. 철저하게 준비했는데도 자연 침하가 생긴 겁니다.
그 옆에 열악한 상황의 연립주택들이 있었거든요. 그 연립주택들의 안전이 너무나 우려되고 두려워서 일에 대한 회의를 느꼈었습니다.
‘내가 왜 이 일을 시작 했던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자연 침하 중인 공사현장을 지켜보면서 손사장은 안전을 기도했다.
우산을 받칠 수 없을 정도로 비가 쏟아지는 밤이었다.
◆인생의 중심에는 ‘계획’가난한 어린 시절, 박정희 대통령의 ‘5개년 경제개발 계획’을 보며 가슴속에 새겼던 손사장은 5년 단위로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25살 전에 결혼을 하고 40살이 된 후에 CEO가 되겠다는 계획이 주축이 됐다.
새벽4시30분에 일어나 새벽기도를 하고 그 날의 계획을 세우는 손사장은 ‘반성’과 ‘감사’로 하루를 시작한다.
시간 관리에 남다른 손사장은 24시간 중에 1시간은 기도하는 시간, 1시간은 운동하는 시간으로 우선순위를 정해놓고 나머지 시간에도 순위를 정해 계획적으로 움직인다.
-계획에 대한 특별한 의미는.“내년 생일로 50이 되는 해인데요. 지인들에게 오래 전부터 제 50이 되는 생일에 선물을 하고 축하해 달라고 부탁했어요. 제 자신에게 수고했다는 격려와 함께 앞으로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는 또 다른 계기를 가지고 싶거든요.” -앞으로는 어떤 계획을 가지고 계신지.“제가 아이들을 좋아하거든요. 여사장님들이시라면 한번쯤 생각해 보셨을 텐데 사회사업에 관심이 있어요. 나중에 고아원을 하는 것이 꿈입니다.
CNC종합건설 CEO로서의 적임자가 나타나면 저는 예쁜 아이들과 지내고 싶어요. 그 때까지는 제 자리(CEO)에서 하루하루 사명을 다해야겠죠.” ◆ ‘부름’을 받다-많은 소명이 있다고 하셨는데 그중에 가장 큰 소명이 무엇인지.“1순위는 제 아이들입니다.
아이들이 가장 큰 소명이죠. 아이들이 대학에 가기 전에는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는데 대학을 간 후에 엄마가 어떤 삶을 살고 시간을 보내는 가를 보여주는 것도 참교육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가장 큰 도움이 됐던 장점은.“남들보다 머리가 뛰어나다거나 그런 건 없어요. 저는 성실합니다.
성실하고 정직하게 살려고 노력합니다.
남에게 누를 끼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 이것저것 생각하지 않고 밀고 나가죠.”-일하면서 즐거운 순간이 있다면.“현장에 어려운 문제가 있으면 머리가 아파옵니다.
그러다 직접 현장에 가서 보고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면서 머리 아팠던 게 사라지거든요. 無에서 有를 창조하는 것을 보게 되면 엔돌핀이 내 몸 깊은 곳에서 솟구치죠. 그 열정이 나를 행복하게 합니다.
”-건설산업계에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건설산업은 어렵고 거칠다는 선입견이 기성세대들에게 있고, 신입생들에게도 무의식적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여성인력이 많이 들어오면 부정부패의 이미지가 정화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생들의 인식변화가 필요하고, 인식을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도 필요할 것입니다.
”손사장은 결론을 못 내리는 사안이 있을 때 어머니께 조언을 구한다.
어머니는 늘 양보와 이해를 강조하지만 어느 때에 들어도 어머니의 조언은 틀린 적이 없다.
가치기준과 일에 대한 어머니의 조언 한마디가 손사장을 ‘어머니 같은 사장’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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