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우먼파워 - 남양건설 유 현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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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 우먼파워 - 남양건설 유 현 이사
  • 이태영 기자
  • 승인 2008.05.29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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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 롤 로 그서울 논현동 소재 건설회관 2층 중회의실 한 세미나장에 오롯이 앉아있는 한 여성패널이 있다.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중견건설사를 대표해 목소리를 낸 남양건설 유현 이사다.
유현 이사는 건설업계의 꽃인 수주영업담당 임원그룹에 속한 인물이다.
취재차 사람들을 만나면 줄곧 유현 이사의 이름이 건너다니곤 했다.
기자는 유현 이사에 대해 호기심이 발동했다.
인터뷰 장소인 카페 통유리로 한낮의 열기가 그대로 전해지고 있었다.
목이 마를 때쯤 단정한 차림의 유현 이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악수한번 하시죠?” 미처 인사준비를 갖추지 못한 기자에게 유현 이사는 선뜻 손을 내밀었다.
딱 떨어지는 이목구비에 중간 톤의 일정한 목소리를 가진 평범한 커리어우먼 분위기다.
토론회 패널참석차 건설회관에 들른 유현 이사는 건설제도에 관련된 토론회나 세미나에 패널로 자주 모습을 내비친다.
최근 건설업계의 상황이 좋지 않은 시점에서 유현 이사가 있어야할 자리와 역할이 많아져 더 바빠졌다.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유현 이사는 해외사업 업무를 맡고 싶어 건설산업에 발을 들여놓게 됐다고 말한다.
영문학과 건설 수주영업. 뭔가 어색한 조합이지만 유현 이사에게는 어색함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것이 연륜인가보다.
글쓰기와 책읽기를 좋아하던 문학소녀가 …당당함으로 건설산업의 중심에 서다!특별하지 않으면서도 특별함을 가진 그녀만의 인생 노하우…그것은 원칙을 지키려는 노력"‘권위’라는 것은 스스로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주위사람들이 만들어 주는 것이니까요"-건설산업에 입문하셨을 때 어떤 일들을 하셨는지요?“입사 당시에는 전화 받는 것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었어요. 하루는 그것 때문에 자존심이 많이 상했거든요. 그때부터 회사업무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컴퓨터, CAD, 건축기술사 자격 취득, 대학원 진학 등 늘 쉬지 않고 열심히 살았습니다.
”유현 이사가 처음부터 적극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영업·기획 쪽에서 일을 하다 보니 ‘공사수주’라는 결과물이 나오게 되고 ‘성취감과 자긍심’이라는 즐거움을 맛본 후 적극적으로 임하게 된 것이다.
건설산업은 건설현장의 ‘활동성’ 때문에 모집자나 지원자들이 여성이 근무하기 힘든 업종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있다.
유현 이사는 편견이 가득한 환경도 문제지만 건설업에 진출하려는 여성들의 의식전환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건설산업의 여성인력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여성이 근무하기 힘든 업종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것이 한 요인이고, 여성들의 프로의식 결여가 한 몫 하는 것 같습니다.
”-영업이사로는 (여성)유일하신데 남다른 점이나 노력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요?“여성이기 때문에 특별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인간 대 인간으로서 만나 함께 섞이고 어울리면서 적극적인 자세를 취해야 하죠.”유현 이사가 밝힌 대안은 의외로 명료하다.
‘여성과 남성이 아닌 인간 대 인간으로 만나 동등하게 상대를 대하라는 것’이다.
입사 전과 후에 항상 최선을 다하는 자세로 임하면 건설업도 곧 다른 업종 못지않게 여성들의 진가가 발휘 될 수 있을 거라고 덧붙였다.
그녀는 곧은 자세를 유지하고 간간히 왼쪽 손으로 제스처를 써가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여자답다고 하기에는 눈빛이 강하고 남성적이라고 하기에는 고운자태다.
눈빛이 살아있다고 표현해야 할 것 같다.
그렇지 않아도 쌍꺼풀이 짙고 또렷한 눈매인데 상대를 응시하는 눈빛이 압도적이었다.
간혹 기자의 속을 꿰뚫고 있는 듯해서 부끄러운 마음까지 들었다.
- 카리스마가 있다고 하는데 그 카리스마는 어디서 나오는 겁니까?“카리스마요? 후훗, 카리스마는 부드러움에서 나온다고 생각해요. 무서움을 내세워 강압적으로 행동하는 것보다 부드럽고 편하게 대해주는 게 서로 좋지 않을까요. ‘귄위’라는 것은 스스로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주위사람들이 만들어 주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잘못한 점에 대해서는 용서하지 않는답니다.
”-비지니스의 인간관계에서 중요하게 여기시는 부분이 무엇입니까?“원칙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신의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인연을 맺은 사람과는 좋은 관계를 지속합니다.
”-만일, 원칙과 의리 사이에서 갈등하게 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원칙을 지키겠습니다.
일을 하다보면 결과를 번복할 수밖에 없는 일들이 생기게 돼요. 의리를 내세운다면 순간적으로는 좋을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멀리 봤을 때는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이에 관련된 에피소드가 있다.
유현 이사가 차장이었던 시절이다.
A회사 실적사와 남양건설이 철저한 약속을 하고 지방의 공사를 공동도급으로 같이 가기로 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A회사의 업무담당 임원이 연락을 해와서는 친분이 있는 B회사와 같이 가야해서 공동도급이 곤란하게 됐다며 일방적인 통보를 한 것이다.
약속을 가장 중요시 하는 유현 이사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당시 B회사 고위층 임원은 내로라하는 주먹계 인사. 망설일 여유도 없이 유현 이사는 바로 B회사 주먹계 인사와의 통화를 시도했다.
20여분 넘게 ‘상도義’를 강조한 유현 이사의 일방적인 통화에 상대방은 긴 한숨을 내뱉더니 결국 손을 들었다.
-주먹계 인사에게 겁나지 않으셨습니까? 어떤 식으로 말씀하셨나요?“인간적인 면에 호소한 거죠, 뭐. 앞으로 우리 회사와 부닥칠 일이 없겠느냐. 길게 봐야한다는 식으로 강하게 주장하면서도 설득하듯이 했죠. 그때는 겁 없이 밀어붙였는데 만약에 지금 또 그런 일이 생긴다면 겁날 것 같은데요. 하하하…. ”-일하시면서 제일 뿌듯하실 때는 역시 입찰에 성공하실 때 인가요?“아무래도 영업을 하다보니까 수주가 목적이죠. 적격공사 때 하루 3건을 성공시켜서 뿌듯했던 적이 있었는데 적격공사는 숫자가 당락을 결정하다보니 매일 꿈에서까지 숫자를 봤어요. 언젠가는 꿈에 나온 숫자로 근접하게 낙찰에 성공하기도 했었죠. 이쪽분야에 계신 분들 중에 점을 보신 분도 계시더라고요.”한번은 유현 이사가 목사님 한 분에게 숫자를 점지 받았다.
결과에 관계없이 편하게 쓰라고 숫자를 주셨는데 낙찰이 됐다.
그 후로 몇 번 그 목사님을 찾았는데 행방이 묘연하시더란다.
-일 외적인 부분에서는 주로 어떤 분야에 관심 있으신가요?“운동을 좋아해서 골프, 스키, 수영을 하는데 최근에는 저를 지목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골프에 시간을 많이 할애하고 있죠. 또 책은 꾸준히 읽고 있고, 책 읽는 것을 좋아합니다.
”- 바쁜 와중에도 책을 읽으시나요? 혹시 예전에 문학소녀 아니셨습니까?“하하, 네. 여고 시절에 문학소녀였죠. 책 읽는 것도 좋아하고 서정주 시인이 선배로 계시는 ‘동리’문학회에서 작품 활동도 했었어요. 학교 선생님들께서는 제가 신문방송학과에 가길 권유하셨죠.”-그럼 책만 좋아하는 얌전한 학생이셨겠네요?“그렇지도 않았습니다.
노래, 운동, 교내 행사 모든 분야에서 적극적이었거든요. 한 가지 아쉬운 것은 고등학교 때 보수적인 부모님께서 한양진출을 반대하신 거예요. 그게 지금까지 미련이 남네요.” 곧추세운 자세가 학창시절의 성적이 좋았음을 연상케 했는데, 그 예상이 맞았다.
여고시절 유현 이사는 성적이 좋은 특수반아이들로 구성된 기숙사 생활을 했다.
그러고 보니 유현 이사와 문학소녀의 이미지가 잘 어울린다.
양 갈래로 머리를 땋은 문학소녀 유현학생….-가족관계가 어떻게 되시나요?“대학에서 건축과 교수로 재직 중인 자상한 남편이 있고 초등학교 5학년인 딸이 있습니다.
”-따님이 바쁜 엄마에게 투정을 부리지는 않나요?“처음에는 ‘엄마 회사 가지 마’라며 울고 그랬었죠. 그런데 좀 크니까 엄마를 이해해 주고, 밖에서 활동하는 엄마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학교에서는 아나운서로 활동하고 있는데 공부도 잘하고 다 컸는지 엄마를 많이 이해해 줘서 고맙죠.” -남편 분께서도 건설관련 업종에 종사하시는데 혹시 직장 내에서 만나셨습니까?“아니요, 전 제가 일하는 분야 말고 다른 분야 사람을 만나고 싶었어요. 그런데 우연찮게 남편이 건축 공부를 하더라고요. 교회에서 만났거든요. 나중에야 건축 공부하는 걸 알게 되고 남편 부탁으로 리포트도 써주고 그랬죠. 리포트를 써주다 보니까 이것도 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던데요.”- 엄마로서의 역할과 ‘남양건설 영업이사’로서의 역할 중에 더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무엇이죠?“남양건설이사죠. 하지만 엄마로서 챙겨줄 것은 챙겨줘야 하겠죠. 같이 영어 공부도 하고 시간이 있을 때 마다 함께 보내려고 노력합니다.
”사실 이 질문을 하면서 기자는 유현 이사가 ‘엄마’로서의 역할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고 대답할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그는 ‘이사’로서의 역할이라고 대답하면서 ‘남양건설’은 인생의 절반가량을 몸담아 온 ‘마음의 고향’이라 했다.
여성인 자신에게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동등한 기회를 준 마형렬 회장(존칭생략)을 멘토로 삼고, 원칙을 지키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달려온 지 20여년.유현 이사는 뭐든지 ‘직접’하는 것이 마땅하다.
간단한 형식의 질의요지는 대부분 부하직원들을 시키는 것이 예삿일 이지만 본인 스스로 처리해야 직성이 풀린다.
영업직은 과도한 업무와 스트레스, 잦은 술자리로 인해 삶이 평탄하지 않다는 설(說)이 있다.
이에 대해 한 정신과 의사는 영업사원이 가장 강력한 스트레스를 받는 직종 중 하나라고 밝혔다.
특히 일정한 기간 내에 결과를 내놓아야 하고 그것이 그대로 실적으로 이어져 심한 중압감으로 작용한다고 한다.
하지만 유현 이사는 별다른 스트레스를 못 느끼고 있다.
스트레스 받을 일이 있으면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린다.
매사에 긍정적이고 망설임 없이 밀어붙이는 성향이 내적갈등의 소지를 줄이는 게 아닌가 싶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그는 인터뷰 내용 중 일부 언급한 것에 대해 수정할 게 있다고 연락해 왔다.
잘나온 사진으로 초이스 해달라는 농도 덧붙였다.
그는 명쾌하고 딱 부러지는 건설인이다.
■대담: 이태영 기자 글: 최효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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