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무시한 탁상행정식 서울시 정책에… “업계 분통”
상태바
현실무시한 탁상행정식 서울시 정책에… “업계 분통”
  • 신은희
  • 승인 2012.02.27 10: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험가동도 해보지 않고, ‘하도급대금지급 실시간 확인시스템’ “엉망”
지난달 19일 서울시는 ‘하도급 대금 지급 실시간 확인시스템’을 내놓았다.
이는 하도급 대금 지급 여부를 (문서를 통해)사후 확인하던 ‘하도급대금 직불제도’ 방식에서 벗어나 원도급대금과 하도급대금을 분리지급하고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것으로 전환하겠다는 게 골자다.
그러나 공사 관련 대금미지급 문제는 원도급에서가 아니라 2차 하도급에서 더 많이 발생해 시스템 추진 목적에 대해 전문가들은 오류투성이라고 지적한다.
‘하도급 대금 지급 실시간 확인시스템’이란 서울시가 하도급대금 지급확인시스템에 공사대금을 지급하면 원도급자는 도급대금을 받고 나머지 하도급대금은 하도급자에게 이체할 수 있는 승인권을 가진다.
이때 이체 전 하도급대금은 융통할 수 없게 묶어둔다.
전 과정은 온라인으로 모니터링 돼 서울시와 원도급, 하도급이 모두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지난달 19일 우리은행, 기업은행과 건설업체 공정거래 기반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 시스템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원도급 업체는 은행 계좌(가상 계좌)를 신설해야 하고 서울시는 은행과 온라인 연계가 필요하므로 은행과 업무적 제휴가 필요하다.
서울시는 시스템 추진의 이유로 ‘하도급 대금 부정행위 방지’를 들고 있다.
공사대금을 제휴 금융기관의 지정계좌에 입금하면 원도급대금과 하도급대금으로 분리 지급되고, 시는 시스템을 통해 하도급 대금지급 상황을 언제나 모니터링 할 수 있어 종전에 발생하던 미지급, 지연 지급, 어음 지급 등의 부정행위가 발붙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종합건설사 측은 “하도급 대금에 대해 이체 승인권만 주는 것이라면 직불제 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는 입장이다.
사실상 원도급자는 하도급대금까지 수령한 뒤 하도급대금 지불 날까지 현금을 융통시킬 수 있었다.
하도급 업체는 한두 군데가 아니고 다 결제일이 다르므로 현금유통은 필요한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온라인 시스템 구축으로 하도급의 결제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서울시의 주장에서도 전문가들은 반박했다.
대한건설협회 서울시회 오병선 부장은 “서울시는 하도급 대금 지급 실시간 확인시스템을 이용하면 증빙 서류 제출이 줄어 업무가 간소화된다고 하지만, 막상 이 시스템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현장마다 법인 지정계좌를 만들어야 하고 금융사고의 우려 방지와 계좌관리를 위한 행정수요가 생기기 마련이므로 업무가 간소화된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또 하도급대금 직불제도에서 해결이 어려웠던 하도급업체서 발생하는 체불임금의 해결이 쉬워진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스템 자체가 하도급업체가 아닌 원도급업체에 대한 감시이기 때문에 하도급업체의 체불을 관리하기란 쉽지 않다는 비판이 있다.
서울시가 ‘하도급 대금 지급 실시간 확인시스템’이 ‘하도급대금 직불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다는 추진 근거로 삼고 있는 도시기반시설본부 ‘원도급 및 하도급업체 체불임금 비율’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2월부터 2011년 12월까지 원도급 업체의 체불임금 비율은 전체 186건이며, 이 중 하도급업체에서 발생한 것이 161건으로 87%를 차지하고 있다.
오병선 부장은 “서울시가 내놓은 보고서는 원도급이 아닌 하도급의 체불에 대한 관리가 시급한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원도급이 하도급에게 체불하는 건수는 고작 13%에 불과한데 원도급의 체불을 방지하기 위해 이러한 시스템을 마련한다는 것 자체가 이해가 가질 않는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지적에 대해 서울시는 “시스템을 이제 시작하는 것이기 때문에 계속 보완 중에 있다”고 두루뭉술한 답변을 내놨다.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건설총괄부 김종근 부장은 2차 하도급 대금 체불이 원도급의 체불보다 더 큰 문제이지 않으냐는 질문에 “2차 하도급 대금 지불은 감시해야 한다는 법적 근거가 없으므로 하도급업체의 체불임금 등은 시스템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서류상으로 확인해야 할 문제”라고 못 박았다.
또 서울시가 근거자료로 내놓은 ‘원도급 및 하도급업체 체불임금 비율’ 보고서에 하도급업체에서 발생한 체불임금의 비율이 87%인데도 불구, 서울시는 “서울시 발주 건에 2차 하도급 체불임금에 관한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며 단호하게 짤라 말했다.
전문가들이 서울시의 하도급 대금 지급 실시간 확인시스템에 문제를 제기하는 부분은 또 있다.
일반적으로 정책이 시행되기 전 업계 관계자들을 통해 의견을 묻기 마련이지만 그러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에 서울시는 “중앙정부랑도 얘기하기 전 건설 쪽 의견을 들을 필요는 없다”고 대답했다.
한편, 서울시는 시스템 시작을 공표하기에 앞서 두 업체에서 시범운영을 해봤다고 했지만 두 업체는 지난해 말 발주를 받으며 서울시에서 프로그램을 시작하라고 해 현재 원도급 업체 회원관리만 이뤄졌을 뿐 아직 하도급업체가 선정되지도, 공사가 시작되지도 않아 선금이 입금되지도 않은 상황이라 시스템 이용은 사실상 해보진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