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컬레이터 두줄서기 이외엔 대안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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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컬레이터 두줄서기 이외엔 대안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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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3.10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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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길 바쁜 사람들을 위해 길을 터주자는 배려의 의미에서 1998년부터 시작된 시민캠페인이 에스컬레이터 한줄타기 운동이다.
배려라는 그럴싸한 명분을 대입해 문화로 정착시킨 것이다.
지하철이나 백화점에서는 아예 에스컬레이터 스텝에 노란 중앙선까지 만들어 한 줄로 이용하게끔 유도했다.
호응은 좋았다.
우리나라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와도 잘 맞아떨어지면서 한줄타기는 급속한 속도로 퍼져나갔고, 시작한지 몇 년이 안돼서 문화로 정착됐다.
매일 아침 시민단체 소속의 회원들은 지하철에서 피켓을 들고 바쁜 사람들을 위해 한 줄로 이용하자고 호소했고 좌측에 서있는 이용자는 배려도 모르는 무지한 사람으로 오해받기 일쑤였다.
그런데 미처 생각하지 못한 일이 있었다.
한줄타기로 인해 굳어진 이동습관이 에스컬레이터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또 에스컬레이터에서 걷거나 뛰는 행동은 에스컬레이터 장치에 충격을 주기 때문에 고장이나 기계수명에도 좋을 게 없다는 점이다.
지난 2002년부터 2006년까지의 에스컬레이터 안전사고를 분석해 보면, 이동하다가 균형을 잃어버려 넘어지는 안전사고 비율이 전체사고중 59%를 넘는다.
지하철 경우 76%가 전도사고다.
한줄타기가 에스컬레이터 안전사고에는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통계로도 알 수 있다.
더구나 한 줄타기는 어린이나 청소년들에게도 에스컬레이터에서는 움직여도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에 문제의 심각성은 크다.
이같이 잘못된 이용습관이 반복되는 한 에스컬레이터 전도사고는 줄어들 지 않을 게 분명해 보인다.
첨단기술로 해결이 가능한 문제라면 좋겠지만, 현재로선 에스컬레이터에서 걷거나 뛰는 행동을 기술로 해결할 수는 없다.
제도적으로 막는 일은 시민들에게 불만을 살 뿐이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질서문화의 변화와 함께 안전의식을 높이는 일이 최선이다.
예전에는 뭐하고, 지금 와서야 사고가 많으니 두줄로 이용하라고 호들갑을 떠는 것이냐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보다 승강기 이용문화가 100년 이상 앞선 유럽이나 미국에서도 에스컬레이터에서 걷는 등의 이용자를 문제 삼지는 않았기 때문에 도입당시만 하더라도 안전사고에는 크게 무게를 두지 않았다.
미리 알았다면 한줄타기를 시작하지는 않았을 게다.
이제는 잘잘못을 따지기 보다는 에스컬레이터 이용문화를 바꿔나가야 한다.
현재로선 두줄서기가 가장 합리적인 대안이다.
실제로 인천지하철 부평역사의 경우 지난해 에스컬레이터 두줄타기 캠페인을 주기적으로 실시한 결과 2006년에 16건이던 안전사고가 지난해에는 6건으로 63%나 줄어 들었다.
또한 지난해 9월부터 에스컬레이터 두줄타기 캠페인을 본격화한 도시철도공사의 경우 5-8호선 구간의 안전사고가 월평균 3.2건(9%) 정도 줄어든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같은 현상들만 보더라도 에스컬레이터 두줄타기가 안전사고 예방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다.
요즘 지하철을 이용하다보면 작은 변화들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두줄로 올라가는 장면이 그것이다.
또 좌측에 서있어도 뒷사람들이 소리를 지르며 빨리 가라며 항의하는 모습도 많이 줄어 들었다.
물론 개인적인 생각일 수도 있지만, 에스컬레이터 두줄서서 타기 캠페인을 전개하는 기관에 근무하는 직원 입장에서는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
지금의 여러 논란들은 변화된 습관을 고치는 단계에서 일어나는 당연한 마찰이다.
바꾼다는 것은 귀찮고 짜증나는 일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서는 두줄서서 타기가 대안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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