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파산 재촉하는 공공입찰제도, 개선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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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파산 재촉하는 공공입찰제도, 개선 시급”
  • 오세원 기자
  • 승인 2011.04.08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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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이 일정한 경우 공공입찰에 참여할 수 없도록 하는 ‘공공입찰참가자격제한제도’가 지나치게 과도해 이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경련은 최근 발간한 ‘공공입찰제도 개선방안’ 보고서에서 이 제도가 사소한 위반행위만 있어도 해당 업체가 수행하는 모든 사업 영역에서 입찰을 금지하는 과잉처벌의 문제, 이미 다른 법령에서 처벌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추가적으로 공공입찰 참가를 금지하는 중복처벌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현행 국가계약법에 따르면 해당 공공기관 뿐만 아니라 다른 정부기관, 지자체, 공기업 등이 발주하는 공공입찰 전체에 참여할 수 없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
우량 업체였던 A사의 경우는 글로벌 경제위기 여파로 경영난이 발생, 공공기관으로부터 수주받은 사업에 일정 차질이 발생했다는 이유로 수개월간 ‘공공입찰 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받았다.
어려운 기업일수록 신규 수주를 받아야 살아날 수 있는데, 원천적으로 살아날 길을 봉쇄한 것이다.
결국 A사는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법정관리 절차(회생절차)에 들어가게 되었다.
최근에는 엎친데 덮친격으로 10년전 보증을 섰던 공사에 문제가 발생하여 또다시 처분을 받을 위기가 발생, 기업회생에 애를 먹고 있다.
국가계약법 위반 경험이 없는 성실사업자인 B사는 법위반행위로 인해 공정위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공정위의 처벌을 인정하면 바로 공공입찰 자격 제한 처분이 중복적으로 부과되어 과징금보다 수백배나 많은 매출 손실이 발생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처분보다 부수적 처벌이 훨씬 강력한 ‘주객전도형 처벌 제도’로 인해 사실상 기업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공공입찰 참가자격 제한’ 처분은 현실적으로 기업에 대한 ‘사형판결’로 작용하고 있다.
2006년∼2009년 공공입찰 참가 자격 제한 처분을 받은 종합건설업체 80개사 중 70%에 달하는 56개사가 폐업했다.
실제 전경련이 50대 건설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의하면, 공공입찰 참가자격 제한 제도가 기업경영에도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기업의 73%인 30개 업체는 자격제한제도로 인해 경영 애로를 겪은 적이 있으며, 이중 17%인 5개 업체는 최근 2년내 실제 처분을 받았다고 응답했다.
제도 개선 필요성에 대해서는 대부분(98%)의 기업들이 한 목소리로 ‘그렇다’고 응답했다.
개선 과제로는 절반 이상(55%)이 ‘중복처벌 해소‘를 꼽아 이의 개선이 가장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입찰참가 자격 제한 제도를 과징금·과태료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이 27%, 성실 사업자 또는 경미한 위반 사업자에게는 일정기간 처분의 효력을 유예하는 유예제도 도입이 13%, 처벌 범위 축소가 5%로 나타났다.
특히 공공입찰 참가자격 제한 제도를 개선하면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게 더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분석됐다.
50대 건설사의 매출액 대비 공공부분 의존도는 34%인데 비해 50대 이하 중소건설사의 의존도는 80% 이상으로 나타나 ‘공공입찰 참가자격 제한=파산’이라는 등식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전경련은 이와 같은 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제도개선에 발벗고 나설 예정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이처럼 기업들의 공공부문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자격 제한 처분은 매년 1,500건이나 부과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와 같이 강력한 처벌 제도는 해외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위헌소지 마저 있는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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