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빌트인 특판가구 구매입찰 낙찰예정자·입찰가격 등 담합행위 적발

[오마이건설뉴스]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반도건설이 발주한 총 38건의 빌트인 특판가구 구매 입찰에서 13개 가구 제조·판매업체들(이하 ‘가구업체들’)이 2014년 1월부터 2022년 3월까지 약 8년간 사전에 낙찰예정자를 합의하거나 투찰가격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담합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51억 7,300만원(잠정금액)을 부과키로 결정했다.
해당 13개 가구업체들은 ㈜한샘, ㈜현대리바트, ㈜에넥스, ㈜넵스, ㈜선앤엘인테리어, ㈜에몬스가구, ㈜매트프라자, ㈜우아미, ㈜우아미가구, ㈜리버스, ㈜동명아트, ㈜한특, ㈜위다스 등이다.
빌트인 특판가구는 대규모 공동주택 사업에서 건설사 및 시행사에게 공급되는 빌트인가구로 싱크대, 붙박이장처럼 신축 아파트·오피스텔 등에 설치된다.
반도건설은 가구업체들의 입찰 참여 실적(입찰가격 등)·신용평가 결과 등을 고려해 입찰참여업체를 지명하는 제한경쟁입찰을 실시, 최저가 투찰 업체와 계약했다.
가구업체들은 저가수주를 방지하기 위해 입찰 전 모임 또는 유선연락을 통해 사전에 낙찰예정자를 결정하고 이메일, 카카오톡 등을 통해 견적서를 공유함으로써 투찰가격을 합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낙찰예정자를 명시적으로 합의하지 않고 견적서 교환을 통해 입찰가격만을 합의하기도 했다.
입찰가격이 기재된 견적서를 공유받은 업체는 그대로 또는 그보다 높게 투찰하는 방식으로 합의를 실행했다.
이 사건은 국내 주요 가구업체들이 장기간에 걸쳐 입찰담합한 경우로서 관련매출액이 949억원에 달해 대다수 국민들의 주거공간인 아파트의 분양원가 상승에도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공정위는 이전 민간 건설사 발주 특판가구 입찰 담합 사건들(관련매출액 약 1조9,000억원)에 연속해 처리한 이 사건 제재를 통해 가구업계의 고질적인 담합 관행이 근절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공정위는 이 사안에 대해 검찰의 고발요청에 따라 지난 2023년 4월 8개 가구업체 및 12명의 전현직 임직원을 고발한 바 있으며, 작년 6월 1심 판결 후 현재 항소심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특판가구의 개념 및 시장현황 = 특판가구란 아파트·오피스텔 등 대단위 공동주택의 건축사업에서 건설사 및 시행사를 대상으로 공급하는 빌트인 가구를 의미한다.
특판가구는 크게 ‘주방가구’와 ‘일반가구’로 분류된다. 주방가구에는 싱크대, 상부장, 하부장, 냉장고장, 아일랜드장 등이 있고, 일반가구에는 붙박이장, 거실장, 신발장 등이 있다.
특판가구 입찰은 대부분 최저가 지명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되며, 건설사들은 협력업체 풀을 정해놓는 경우가 많아 건설사별로 입찰참여업체들이 달라진다.
이에 따라 가구업체들은 대부분 건설사별로 영업 담당자를 지정해 놓고 입찰에 참여하게 된다.
◇반도건설 발주 특판가구 입찰방식 개관 = 반도건설은 가구업체들의 입찰 참여 실적(입찰가격 등)·신용평가 결과 등을 고려, 입찰참여업체를 지명하는 제한경쟁입찰을 실시해 최저가 투찰 업체와 계약했다.
모든 입찰참가업체의 입찰금액이 입찰예정가격을 초과하는 경우, 최저가 입찰업체와 계약금액을 협의하거나 시공능력우수 업체 중 2∼3개를 대상으로 1∼2회 재입찰을 실시했고, 재입찰에서도 입찰예정가격을 초과하면 가격협상을 통해 낙찰자를 선정했다.
반도건설의 경우 주방가구를 취급하지 않는 동명아트를 제외하고는 주방·일반가구 입찰의 구별 없이 참가업체를 유사하게 지명했다.

◇담합의 배경 = 가구업체들은 경쟁 심화로 인한 저가수주 방지, 입찰참가자격 유지 등을 목적으로 이 사건 공동행위를 합의하고 실행했다.
2008년 금융위기 여파로 2010년경까지 위축되어 있던 건설경기가 2011년 이후 활성화되면서 아파트 입주 물량이 대폭 증가하였고 중소형 가구업체들이 특판가구 시장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기존에 대형 가구업체 위주로 유지되던 특판가구 시장의 경쟁이 심화되었고, 가구업체들 간에 출혈경쟁을 피하고자 하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반도건설을 포함한 대부분의 건설사들은 가구업체들의 입찰참가 실적, 투찰가격, 신용평가결과 등을 토대로 입찰참가 자격을 유지하거나 제한하기도 하므로, 가구업체들은 입찰참가 자격 유지를 위해 낙찰을 희망하지 않는 입찰에 대해서도 투찰할 필요가 있었다.
이때 가구업체들은 입찰에는 참여하면서도 견적서 작성에 드는 노력은 줄이기 위하여 낙찰 희망업체와 담합하거나, 낙찰 비희망 업체끼리 견적서를 교환할 유인이 있었다.
◇법 위반 내용 = 13개 가구업체들은 2014년 1월부터 2022년 3월까지 반도건설이 발주한 총 38건 입찰에서 사전에 모임 또는 유선연락 등을 통해 낙찰예정자·낙찰순번 또는 입찰가격 등을 합의했다.
가구업체들은 연도별(2015, 2022년 제외) 모임을 통해 반도건설 홈페이지에 업로드되는 분양 현장 리스트를 토대로 각 가구업체의 선호를 고려, 현장별 낙찰예정자를 결정했다. 대부분의 업체가 모임에 참석했지만, 불참 업체가 있는 경우 유선으로 합의 내용을 전달했다.
연도별 모임이 없던 2015년에는 현장설명회 이후 모임을 통해 현장별 낙찰예정자를 정했고, 2022년에는 일부 업체들 간 유선 연락을 통해 낙찰예정자의 정함이 없는 입찰가격 교환 합의가 이루어졌다.
이렇게 합의된 낙찰예정자 또는 견적공유자가 견적을 작성해 들러리사에게 이메일 등을 통해 전달하면 들러리사는 수령한 견적가격을 그대로 또는 상향 조정(가구업체들은 담합 적발을 회피하기 위하여 교환한 견적서 금액을 조정하는 행위를 ‘흔들다’라는 용어로 지칭함)해 투찰하는 방식으로 합의를 실행했다.
합의 결과, 합의 대상이 된 38건 입찰 모두에서 입찰가격 공유가 실행됐고, 낙찰예정자 합의가 있었던 36건 중 32건을 낙찰예정자가 낙찰받았다.
이를 통해 낙찰예정자 또는 견적공유자인 업체는 낙찰확률을 높이거나 높은 순위를 확보할 수가 있었고, 견적서 및 투찰가격을 제공받은 업체는 입찰참가자격 유지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