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조선업, 안전은 “그저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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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조선업, 안전은 “그저 그래”
  • 임소라 기자
  • 승인 2010.08.30 15: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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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지폐 중 가장 큰 단위는?지난 2009년 6월 23일 발행된 5만 원 권이다.
5만원권은 우리나라 지폐 처음으로 여성인 신사임당이 새겨져 더 큰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무거운 돈은? 당연히 5백 원짜리 동전이다.
그런데 이 5백 원짜리 동전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지폐였다.
1966년 8월 16일 처음 발행된 5백 원 지폐는 1982년 6월 21일에 동전으로 바뀌면서 16년동안 사용되었다.
그런데 이 5백 원 지폐에 얽힌 잊히지 않는 실화가 하나 있다.
바로 우리 조선업을 최고 세계 수준으로 이끌었던 故정주영 회장과 관련된 것이다.
거북선이 조선 산업의 원동력이었다고?1971년 9월, 정주영은 조선소를 짓는 데 필요한 차관을 구하기 위해 영국 버클리은행을 찾아갔다.
당시 정주영에게는 열악한 국내 자금과 조선소를 지을 황량한 땅 뿐이었다.
게다가 조선소 설립 경험은 커녕 배를 주문하겠다는 곳도 없었다.
영국 버클리은행은 그 작은 나라에서 어떻게 큰 배를 만들 수 있겠느냐며, 바로 “No!”라고 대답했다.
그런데 여기서 물러날 수 없었던 정주영은 바지주머니에서 5백 원 지폐 하나를 펴 들었다.
그리고는 그들 앞에 이렇게 얘기했다.
“자, 보시오. 이것이 우리의 거북선이요. 우리는 영국보다 300년 전인 1500년대에 이미 이러한 철갑선을 만들었소. 이 거북선을 만들었던 기술력이 아직 우리에게 남아 있소. 우리를 한 번 믿어보시오.”정주영에게 거북선에 대한 설명을 들은 영국 버클리은행은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겠다며 태도를 바꿨다.
이후 정주영은 또 버클리은행 해외담당 부총재와 식사할 기회를 가졌는데 여기서 버클리은행 해외담당 부총재가 정주영에게 전공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초등학교 밖에 나오지 않은 정주영은 여기서 당황하지 않고, 이렇게 대답했다.
“제가 제출한 사업계획서를 읽으셨죠? 그 사업계획서가 내 전공이오. 옥스퍼드 대학을 나온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런 사업계획서를 써내진 못할 겁니다.
”라고 대답하며 부총재에게 신임을 얻었다.
이렇게 해서 정주영은 세계 최고의 버클리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데 성공할 수 있는 문턱까지 갔다.
그러나 문제는 아직 남아있었다.
영국의 은행에서 차관을 빌리기 위해서는 영국수출신용보증국의 보증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즉, 배를 살 사람이 있다는 증거를 가져와야 차관 승인을 내주겠다는 이야기였다.
여기서 포기할 수 없었던 정주영은 곧바로 유럽을 수소문해 한 가지 정보를 얻게 된다.
그리스의 부자 오나시스가 배를 구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즉시 정주영은 오나시스 측을 만나 파격적인 제안을 한다.
울산 해변의 사진을 보여주며 “만약 당신이 나에게 배를 주문하면 이곳에 조선소를 지어서 당신의 배를 만들어주겠다.
단, 반드시 좋은 배를 만들어 제때 인도할 것이며, 이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경우 계약금의 원금에 이자까지 지불하겠다”는 것이었다.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만든 가장 큰 배는 1만7천 톤짜리가 고작이었다.
그런데 아직 조선소를 짓지 않은 곳에서 26만 톤짜리 큰 배를 두 척이나 만들겠다는 약속은 믿기 힘든 것이었다.
그러나 오나시스 측은 모험하는 셈 치고 정주영의 제안을 받아들이며 ‘단 짧은 기간에 만들어 가져와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당신이 망하는 것은 물론, 대한민국 정부에 손해배상 물리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정주영은 그 조건에 동의하고 결국 영국에서 차관을 빌려 조선소를 지을 수 있게 되었고, 오나시스와의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되었다.
이 이야기를 듣고 보니, 정말 거북선을 만들었던 기술력이 여전히 우리 핏속에 남아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삼면이 바다라는 우리나라의 지형 역시 조선 산업 발전에 빼놓을 수 없는 이점 중 하나였음이 분명하다.
훨훨 나는 조선업, 설설 기는 재해율2008년 12월 기준, 영국계 조선 시황 전문 분석회사의 자료에 따르면, 한 나라의 기업이 조선 수주량에서 세계 1위부터 6위까지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나라가 바로 우리나라다.
1970년대에 겨우 태동하기 시작한 우리 조선업은 2006년 기준, 세계 수주량의 54%를 차지할 만큼 급속한 성장을 이룩해왔다.
관련 전문가들은 이러한 독주가 10년 이상은 계속될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지만, 안심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현재 중국이 빠른 속도로 우리 뒤를 쫓아오고 있고, 2015년쯤에는 우리나라를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또 현재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 조선강국의 위상을 유지하려면 기능인력 양성이 중요한데 한국조선협회는 국내 조선업계가 3년 내에 7,000명 이상의 기능인력 부족 사태를 빚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조선 기능 인력은 2010년까지 연간 약 1만 5,000명의 신규 인력이 필요하지만, 현재 인력공급 능력은 연간 1만 2,000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과 삼성, 대우, 한진중공업 등 우리나라의 6개 대표 조선사는 자체 기술교육원을 통해 연간 8,000여 명의 기능 인력을 양성해 인력수급에 나서고는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더해 조선업의 재해율 증가가 어두운 그림자를 한층 짙게 드리우고 있다.
2005년 2,327명이었던 조선업 재해자 수는 2006년 2,240명으로 약간 줄어들더니 2009년에는 2,413명으로 다시 늘어났다.
이 중 사망자는 2005년 40명에서 2006년 48명, 2009년 53명으로 줄어들기는커녕 증가하는 추세를 유지했다.
더욱이 지난해 전체 산업 재해율이 0.7%인데 비해, 조선업종의 산업재해율은 1.35%를 기록하여 매우 높은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대목에서, 故 정주영 회장의 일화를 다시 한 번 떠올리게 된다.
세계 최고의 조선 기술력을 갖춘 우리 근로자들을 불행한 사고 앞에 이대로 무기력하게 방치해도 괜찮은 것인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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