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조치...건설산업 재도약은 커녕 이미지 더욱 훼손
전문 분야 업체에 일을 맡겨 시공하는 것 “양질의 결과”
“철근·콘크리트 등 주요 공종 해당 전문건설사업자가 시공해야”
전문건설사업자들은 대한전문건설협회(회장 윤학수)를 중심으로 “‘서울형 건설혁신 대책’에 심각한 문제점이 있다”며 강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서울시는 원도급사가 직접시공하면 공공 건설공사의 품질 및 안전과 직결되고 모든 하도급은 품질 미확보로 국민의 생명·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로 치부하는 동 정책발표는 사실과 다른 보도자료로 국민에 혼란을 주고 건설산업의 재도약은 커녕 이미지를 더욱 훼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모든 건설공사는 수많은 작업공종이 복합되어 있어 사업 진행은 세부공사별로 전문 분야 업체에 일을 맡겨 시공하는 것은 양질의 결과를 얻기 위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의 불법하도급 사례를 이유로 전체 전문분야에 대한 하도급을 부정적으로 인식될 수 있게 하는 대책발표는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며, 사회적으로 그동안 쌓아왔던 전문건설업계의 이미지에 크나큰 타격을 주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전문건설업계는 제도의 합리적 추진을 위해서는 전문건설업계의 으견을 반영한 건설산업 혁신정책을 수립하길 촉구했다. 이에 본지는 전문업계의 주장을 대한건설정책연구원 발표자료를 토대로 지면(紙面)에 담았다,<편집자주>
서울시(이하 ‘市’)는 지난해 11월 7일 ‘서울형 건설혁신 대책’ 발표에 앞서 2022년 4월 원도급자 직접시공을 대폭 확대하는 ‘직접시공 확대 및 관리방안’을 발표·추진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건설현장 사고가 잇따르자 市는 이같은 사고가 하도급 관행에 의한 것이라고 규정하고 재발 방지·개선을 위해 원도급자 직접시공을 대폭 확대하는 정책을 발표한 것이다.
市의 원도급자 직접시공 확대 정책은 직접시공 공종 지정, 대형공사 입찰에 도입, 직접시공 이행 여부 점검, 하도급계약 적정성 심사 적용, 관련 법령 개정 건의로 요약된다.
직접시공 확대 정책 발표에 따라 市는 <건설산업기본법>에서 정한 70억원을 초과하는 대형공사 입찰에 원도급자 직접시공을 적용하여 시행하고 있다.
市가 법령의 원도급자 직접시공의무제도 시행 범위를 초과해 ‘건설공사 직접시공제 확대 시행’ 대상 공사로 발주한 일부 사례는 SH공사 발주 △고덕강일 공공주택지구 3단지 아파트 건설공사 △마곡 도시개발서업지구 10-2단지 아파트 건설공사 △망월천 및 신원천 하천공사 등이 있다.<표-서울시 ‘건설공사 직접시공제 확대 시행’ 적용 발주 사례 참조>
이같은 市의 직접시공제 확대 시행과 더불어 지난해 11월 “주요 공종 하도급 전면 금지 및 원도급사 100% 직접시공”을 포함한 ‘서울형 건설혁신 대책을 발표해 건설업계의 반발 등 크게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형 건설혁신 대책에는 앞으로 市의 모든 공공건설 공사시 철근·콘크리트공사 등 품질과 안전에 직결되는 시공은 하도급이 아닌 원도급사가 100% 직접시공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건설현장에 만연한 저가 불법 하도급 문제를 뿌리 뽑기 위해 서울시가 발주한 공사 및 산하 투자·출연기관 발주공사의 주요 공종은 하도급 금지 및 100% 원도급자 직접시공을 의무화했다.
여기에서 ‘주요 공종’이란 철근·콘크리트·교량공 등 시설의 구조안전에 영향을 미치면서 공사비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핵심 공종’을 말한다.
또한, 市는 행정안전부와 함께 협의해 원도급자의 직접시공 여부가 공사 수주에 실질적인 영향을 줄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 입찰시 낙찰자 결정기준(행정안전부 예규)’의 평가항목에 ‘직접시공 비율’을 추가하는 개정안을 협의 중이다.
시설공사 적격심사 세부기준의 “하도급관리계획 등의 적정성 평가”를 “직접시공 및 하도급관리계획 등의 적정성 평가”로 개정하고, 현행 “최근 1년간 하도급대금 직불실적” 및 “하도급대금 직불계획 제출” 평가를 삭제하는 대신 “계약상대자가 입찰금액 대비 직접시공할 금액의 비율” 평가를 신설한다.
직접시공할 비율은 △10% 미만일 경우 0점 △10% 이상~20% 미만일 경우 2점 △20% 이상~30%미만일 경우 4점 △30% 이상일 경우 6점으로 상당히 큰 배점 부여를 검토 중에 있다.
드러난 문제점, 어떤 방향으로 개선해야 하나?
첫째, 원도급자 직접시공의무제도 도입의 취지와 제도의 본질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건설산업기본법) 상의 원도급자 직접시공의무제도는 소규모 페이퍼 컴퍼니 난립 방지 등을 위해 의무하도급제 폐지를 대체해 지난 2006년 1월부터 시행된 제도다.
종전 의무하도급제도는 전문건설사업자 보호·육성 차원에서 도입된 제도였으나 원도급자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규제라는 차원에서 폐지된 반면, 대체 도입된 직접시공의무제도는 직접시공 능력이 없는 원도급자의 위장 직영 등으로 많은 하도급자의 피해가 예상돼 시작부터 종합과 전문 강의 상당한 이견과 논란을 야기한 제도다.
당초 직접시공의무제도는 소규모(30억원 미만) 공사에서 원도급자가 30% 이상을 자기 인력, 자재, 장비 등을 투입해 시공하는 제도로 운영되어 오다가 2019년 70억원 미만으로 적용 대상이 확대되었고, 이후 노무비(직접시공 노무비/총 노무비)만을 직접시공 비율로 산정하는 방식으로 변경해 운영 중에 있다.
또한, 건설생산구조 개편에 따른 종합-전문 간의 직접시공을 전제로 한 상호시장 진출 허용 이후에 종합건설사업자의 전문공사 수주시 직접시공 능력이 있는 것인지에 대한 논란과 종합의 편법(위장) 직접시공에 대한 우려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직접시공의무제도는 △페이퍼 컴퍼니가 난립하는 소규모 공사 수행 환경에 한정된 제도 △공사를 수주한 원도급사에게 부여한 법령이 정한 제한적 범위(70억원) 내에서의 최소한의 의무 규정임 △전문건설업의 전통적 영역인 노무비 중심의 실질적 직접시공을 요구하는 등과 같은 제도의 도입 취지와 본질적 특성을 잘 활용할 필요성이 있다는 게 전문계의 주장이다.
둘째, 하도급을 담당하는 전문건설사가 직접시공의 주체가 되도록 제도 정립의 필요성이다.
원도급사인 종합건설사는 현재에도 자율적 의사에 따라 100% 직접시공을 할 수 있으나, 생산의 효율화 및 현장운용의 합리화를 위해 전문 공종별로 분업화되어 있는 하도급사를 활용해 시공하고 있다.
특히, 품질과 안전에 직결된 토공사, 철근·콘크리트공사, 비계공사 등의 주요 공종은 전문건설업의 오랜 노하우와 특화된 기술의 활용이 매우 중요하다.
최근 3년간(2020~2022년) 대한전문건설협회 실적신고(서울시 공사 참여 업체의 하도급금액 비중 현황) 자료를 보더라도 철근·콘크리트공사는 원도급 1.2% 및 하도급 98.8%, 지반조성·포장공사(주력분야: 토공사)는 원도급 2.2% 및 하도급 97.8%의 실적을 나타내고 있어, 건설공사 주요 공종이 실제 원도급이 아닌 하도급으로 대부분의 시공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속속 드러났다.
이러한 상황에서 市의 갑작스러운 주요 공종에서의 하도급 전면 금지 및 원도급사 100% 직접시공 정책은 공사의 품질과 안전에 매우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성급한 정책 발표로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성급한 정책 발표의 전면 철회와 함께 전문건설사를 직접시공의 주체로 양성해 공사의 품질과 안전을 높일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대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고 원도급과 하도급의 본연의 역할에 충실한 건설산업제도를 만들어가기 위한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라는 게 전문업계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그리고 다양한 우려의 목소리들
지난해 12월 7일 서울특별시의회 도시안전건설위원회가 주최한 ‘부실공사 ZERO 서울형 건설혁신과제의 진단 및 의견수렴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지정 토론자들은 다양한 의견을 내놨다.
우선, 전영준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미래산업정책연구실장은 ‘부실공사 제로 서울 추진계획’에 대해 “위임여부를 벗어난 과잉 규제”라고 평가하면서 △시공사에 대한 처벌 강화 등은 건설산업기본법, 지방계약법 위반 소지 존재 △부실공사 업체의 영구적 공개는 부실기업에 대한 낙인 및 과잉처벌 우려 △하도급 및 원도급의 직무와 책임은 이미 명확히 규정되어 있으므로, 직접시공에 대한 필요성에 대한 의문 △음성적 위장 직영 공사에 대한 확대 우려 등을 지적했다. 전 실장은 이어 “정책의 실현 가능성”을 문제 삼으면서, △특별사법경찰 단속 권한, 공정 하도급 계약 체결 등의 낮은 실현가능성 △숙련 기능공 배치에 따른 비용 부담 △실현 가능성이 낮은 입찰제도 등에 따른 지역건설산업 활성화 저해 등을 꼬집었다. 이에 “부실공사에 대한 원인 분석은 정확하나, 대책은 실현가능성이 다소 낮다”며 “발주자에 대한 제재 미비 등 계약 당사자의 동등한 지위 고려 필요하다”는 총평이다.
유일한 대한건설정책연구원 미래전략연구실 연구위원은 △‘건설산업기본법’의 범위를 넘어서는 대규모 공사에도 직접 공사 의무를 부여하는 과도한 규제 △건설사의 시공 자율성 침해, 하도급자의 생존권 박탈, 지자체의 위임업무 범위 이탈 우려 △대다수의 주요 공종을 전문건설업체가 수행하는 현실에서, 직접 시공의 안전 담보 가능성에 대한 의문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이에대한 대안으로 △원도급제에 대한 책임성 강화 방향은 적정하나 과도한 직접 시공 확대 시행은 철회가 필요하며, 적정공사비 확보가 선행돼야 하고 △전문건설이 직접 시공하는 문화 선정착 필요 △중견 및 대형공사에 대한 직접공사 확대 대신, 기술형 입찰에 직접공사를 한정하는 등 선택적 도입 필요 △장기적으로 종합건설과 전문건설 이중간 도급 활성화 필요 등을 제안했다. 유 연구위원은 “상호 경쟁이 아닌 상생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면서, 공사 초기단계(설계·입찰단계)에서부터 적정공사비를 확보하는 방안을 중앙정부와 협의해주길 바한다”고 서울시에 요청했다.
박홍근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는 사고방지를 위한 품질확보를 위해 시공현장에서 기술자 간 협력과 견제가 가능토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고, 창의성 감리를 위한 감리 선발 및 교육훈련을 철저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원청자의 직접 시공 자체는 좋으나, 이는 현 건설 시스템에 부적정해 공사발주를 CM과 단순발주로 분류하고, 발주처가 적절한 금액을 배분해야한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종합건설업체와 전문건설업체는 상생의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고, 문제 소지가 많은 중소규모 현장에 대한 고급기술자의 중소규모 현장 관리 제도, 지역건축안전센터 도입 등 공공기관의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중대재해처벌법에 이어 ‘부실공사 제로 서울 추진계획’이 시행될 경우, 건설사업자의 적자 발생 등 건설업체의 사업 추진에 차질 우려된다면서 양 건설협회의 충분한 자문과 토론회 개최를 거쳐 시행해야하며 발주자를 위한 제도개선이 아닌,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을 위한 제도 개선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전문건설협회 관계자는 건설업은 수주산업이므로, 직접시공이 시행될 경우 전문건설업체는 경영이 불가하고, 부르즈칼리파 등 국내 건설사가 시공한 해외 랜드마크는 직접 시공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품질이 우수하므로, 직접 시공이 안전을 담보한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했다. 또한, 직접 시공은 반시장적인 대책(건설시장의 경쟁력 저하, 소형업체 경영난에 따른 고용문제 유발, 방부제 업체 등 기술개발 특허를 경시)이므로 철회돼야 하고, 품질과 안전은 직접 시공이 아닌 감리 등 다른 측면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낙찰률을 높이는 것이 안전 보장에 더 효과적일 수 있으므로, 이를 검토해줄 것과 현장 기능직 고령화 및 젊은 인재 유입 차단을 해결하기 위해 기능인의 사회적 인식과 처우를 개선해 줄 것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