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공동주택 관련 하자분쟁 제도개선 및 대응방안’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아파트 등 공동주택 보급률 제고와 함께 공동주택의 품질에 대한 관심과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최근 2~3년 사이에 이러한 경향에 편승한 하자기획소송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주택건설협회 조사에 따르면, “2009년 현재 하자 관련 소송은 전국적으로 220여개 건설사를 대상으로 660여 건 이상의 하자보수 이행청구 또는 협의가 진행되고 있으며, 소송도 160건 이상이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 가운데 이행청구금액만 4,700억원을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03년에 60건에 불과하던 공동주택 하자소송이 2007년부터 가파르게 증가하기 시작해 2008년에는 5배 가까운 290건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하자기획소송은 외관상 하자소송의 형태를 취하고 있으나, 하자보수 자체보다 하자보수와 관련한 손해배상청구를 위주로 하여 하자진단업체나 변호사(법무법인) 등에 의한 소 제기가 강권되는 구조로 되어 있으며, 현재 수도권과 지방을 가리지 않고 전국적인 현상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두성규 연구위원은 “하자기획소송의 전국적 확산은 법적 분쟁의 측면을 넘어 하자보수보다 금전적 이익추구가 주된 목적이 되다보니 하자보수를 통한 안전성 확보나 품질증대 효과도 기대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건설업체와 입주자 또는 입주자들 사이에 갈등을 조장하는 부작용이 적지 않은 실정”이라고 밝혔다.
현행 주택법 등 관련법령에는 준공된 아파트에 하자가 발생할 경우 시공업체나 건축주의 하자보수 등 법적의무를 명시하고 있으며, 건설업체의 하자보수의무 이행을 담보하기 위한 하자보수보증제도도 완비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자분쟁이 하자기획소송 형태로 변질되고 있는 것에 대하여 두성규 연구위원은 “주택법과 집합건물의소유및관리에관한법률 등 관련 법령 간 부조화와 충돌, 하자판정 관련 규정이나 기준의 부재, 구체적 타당성보다 형식적 판단에 치우친 판례 등 현행 법제도의 사각지대가 존재하기 때문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 보고서 또 “현재 하자기획소송의 만연에 대한 정책당국의 하자관련 문제인식 수준은 주택법상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의 설치 등 형식적인 제도개선 수준에 머물고 있어 근본적 해결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분석했다.
또한, 건설업체들은 공동주택이 보편화되지 않았던 시절에 제정되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않은 민법이나 집합건물법 등 주택관련 법령의 허점과 주택소비자인 입주자를 단순히 사회적 약자로만 여기는 법원의 편향된 자세, 하자를 둘러싼 이해관계자의 갈등과 복잡한 사법구조의 틀로 인해 하자기획소송에 사실상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두성규 연구위원은 “아직 하자기획소송의 전국적 만연현상이 초기단계에 불과하지만, 그 폐해는 고스란히 입주자와 건설업체에 돌아오는 것은 물론 입주자들에게 극단적 이기주의를 부추겨 공동주택의 바람직한 주거문화 형성에도 악영향을 끼치는 등 심각한 사회문제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하자기획소송이 만연할 경우 건설업체가 소송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하여 시공비용을 급증시킴으로써 분양가 상승 등의 부작용도 우려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하자기획소송을 방지하고 실질적인 하자보수를 통하여 공동주택의 품질 제고 및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하자의 구체적 기준 마련을 통한 하자판정의 공신력 확보, 하자분쟁의 조정전치주의 도입, 현행 하자분쟁조정제도의 실효성 확보 등과 같은 제도개선이 뒷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하고, “현재 하자분쟁의 가장 큰 논란은 하자 여부의 판단이 쉽지 않다는 점과 하자판단에 대한 객관성과 전문성, 공신력 확보에 모아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무엇보다 하자의 구체적 기준 마련이 선결되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즉, “하자여부에 대한 구체적 기준이 마련될 경우 하자진단업체의 하자범위에 대한 자의적 해석도 줄어들 것이고, 법원도 분명한 기준에 따라 공신력있는 판단을 할 수 있게 되어 하자기획소송이 기생할 수 있는 토양을 제거하는 효과 등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두성규 연구위원은 “하자소송의 한계점(시간, 비용, 노력 등의 경제적 부담 지대)을 해소하기 위해서 도입된 하자관련 분쟁조정제도가 충분한 기대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i)하자판정 및 분쟁해결의 공신력 보강(공공기관의 하자판정, 조정성립시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 부여 등), ii)분쟁조정기관의 상설운영, iii)분쟁처리기관간의 상호보완 및 연계 구축(관련 서류의 효력 인정)이 가능한 방향으로 제도 보완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조정제도가 당사자의 참여와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으려면 분쟁이 발생한 경우 분쟁당사자인 입주자(대표회의)와 건설업체간에 반드시 조정을 거친 후에야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필요적 전치주의’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두성규 연구위원은 “건설업체들도 하자보수문제를 기존의 방식대로 음성적으로 대처할 것이 아니라 고객만족 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이고 전향적인 자세로 전환하여 입주자(대표회의)로부터 신뢰감을 축적하는 노력, 하자보수에 대한 건설업계의 공동 대처와 상호 정보 교류 등을 통해 효율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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