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소방공사 분리발주’ 부실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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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 ‘소방공사 분리발주’ 부실화 우려
  • 이운주 기자
  • 승인 2020.05.26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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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화재사고는 소방공사보다는 불연자재 문제라는 지적도
최민수 건산연 박사 “소방공사 분리발주 요건 및 대상공사 등 한정해야”
K사 C대표 “건설공사 특성상 안전이나 품질의 사각지대 발생”
또 다른 K사 Y상무 “책임 소재 불분명해질 것이 불보듯 뻔해”
S건설 P대표 “불연자재나 난연자재 의무화하는 것이 정답”

[오마이건설뉴스-오세원기자]소방인들의 염원이었던 ‘소방공사 분리발주’ 내용이 담긴 소방시설공사업법 개정안이 결국 지난 20일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법안은 그동안 건설업계의 반대로 수십 년 동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동안 건설업계는 배수진(背水陣)을 치고 방어해 왔지만, 최근 이천물류창고 화재 참사와 같이 국민의 희생이 더 이상 발생하지 말아야 한다는 국민여론과 하도급 병폐 문제 근절 등 국민안전을 보장하는 법안의 취지가 인정되어 이번 제20대 국회에서 재석 179인 중 찬성 169인, 반대 2인, 기권 8인으로 통과했다.

이 법안 통과로 앞으로 발주자는 소방공사를 다른 업종의 공사와 분리해 발주해야 한다. 만약, 발주자가 분리발주 규정을 위반해 소방시설업자가 아닌 자에게 소방시설공사 등을 도급할 경우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이번에 통과된 ‘소방시설공사업법’ 개정안은 2017년 5월 발의되어 행정안전위에 회부된 이후 그동안 3년째 계류 상태였다. 그런데, 지난 4월 이천 물류창고 화재사고가 발생한 뒤 5월 소관위에 상정됐고, 20일 법사위를 일사천리로 통과했다.

전문가 및 건설업계에서는 우려했던 소방공사 분리발주가 현실화되었다면서, 건설공사의 특성을 고려치 않은 입법으로 인하여 소방시설의 안전관리가 더 힘들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최민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박사는 건설공사의 발주는 발주자의 재량 등이 매우 중요한데, 획일적으로 분리발주를 강제하는 것은 현장관리와 품질확보에 심각한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즉, 소방공사가 분리 발주된다는 것은 발주자가 소방공사업체를 따로 선정한다는 것인데, 건설업체는 발주처가 보내준 소방공사업체와 처음으로 호흡을 맞추게 되면서 생산성과 품질 확보가 더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더구나 소방공사의 분리발주시에는 공공입찰의 문턱이 낮고 입찰경쟁률이 과도하게 높아 기술력이 우수한 업체가 수주하는 것이 훨씬 더 어려워진다는 지적이다.

그는 하자책임 측면에서도 소방공사의 분리발주는 취약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소방공사는 영세업체가 많으며 10년 기업 존속률은 15% 내외로서, 결과적으로 공사후 부도, 폐업 등으로 하자보수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한다면, 이미 법안이 통과되었더라도 소방공사를 분리 발주할 수 있는 요건이나 대상 공사 등을 한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K건설 C대표는 사견임을 전제해 개인적으로 공사를 분리발주하는 것에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지만, 결국 분리발주를 할 경우 건설공사의 특성상 안전이나 품질의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발주자와 관계기관에서는 이 사각지대에 대한 책임주체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먼저 대책을 마련하고 관련법을 정비하는 것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대비도 없이 분리발주를 하게되면 건설현장은 매우 혼란스러워지고, 결국 건축공사를 하는 쪽에서 소방시설공사에 대한 정당한 댓가를 받지 못한 채 뒷처리만 담당해야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C대표는 이번 이천에서 발생된 화재는 소방공사의 문제가 아니라 건축공사의 구조적 문제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아마도 우레탄폼공사를 한 업체는 냉동설비공사 업체에서 시공하지 않았을까 추측되는데, 이런 일이 발생하면 인허가에 기관에 신고되어 있는 건축공사업체에게 모든 책임과 시선이 집중되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는 것이다.

아무튼 자칫 밥그릇 싸움으로 비춰질 우려가 있어서 조심스럽지만, 그보다는 건축공사와 소방공사 사이에서 관리의 사각지대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이 먼저라는 지적이다.

S건설 Y대표는 건설업계에서 소방공사 분리발주를 잘 막아왔었는데, 아쉽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N건설 Y상무는 일괄책임공사에서 연관공종을 분리발주하면 공사 진행에 차질은 당연하고, 책임 소재는 불분명해질 것이 불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 종합과 전문간 업역을 허물겠다고 제도를 정비하는 시점에서 엇박자 정책이라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려면, 종합건설사에 비해 상대적 약자라고 주장하는 소방공사업자에게도 주어진 권한 못지않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S건설 P대표이사는 소방공사를 분리발주한다고 품질이나 안전관리가 제대로 될것인가에 의문을 표시했다. 소방시설공사의 품질은 총괄 공사관리 책임으로부터 시작되며, 글로벌스탠더드는 제너럴컨트랙터, 즉 종합건설업체에게 총괄 책임을 맡기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견해이다.

P대표이사는 이천화재사고와 같은 유사한 사고를 방지하려면 소방시설 분리발주보다는 불연자재나 난연자재를 의무화하는 것이 정답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미국 정부공사에서는 불연자재 사용을 모두 의무화하고 있다고 전제하고, 이천화재사고는 소방공사가 분리되지 않아 발생한 사고가 아니며, 건축법 개정을 요구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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