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주택·부동산산업의 길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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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주택·부동산산업의 길을 묻다
  • 이운주 기자
  • 승인 2019.07.29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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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주택도시연구실장

주택산업의 규모가 빠르게 축소되고 있다. 2015년 52만5000호에 달했던 분양물량은 2018년 28만3000호로 감소하였다. 3년 만에 반토막 수준으로 축소되었다. 2019년도 5월까지의 분양물량도 전년 동기 대비 8.0% 감소하였다. 금리 안정세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경제여건, 금융규제 강화, 수요 위축 등으로 분양 감소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안타깝게도 우리의 주택산업 구조는 신축시장 축소를 완충할만한 유지보수 시장을 갖고 있지 못하다. 분양물량 감소로 대변되는 신축시장의 축소는 직접적인 주택산업 규모 축소와 어려움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우리나라 주택산업과 기업은 성장시대를 구가하면서 주택 신축 공급과 분양사업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고 비즈니스 모델도 이에 맞추어져 있다. 집값이 상승할 때 개인들의 주택 구매가 급증하는 것은 필연적이며, 분양형 신축 시장은 경기에 의존적이라는 한계를 가진다. 지금까지 분양과 신축 중심의 산업 구조에 대한 변화 요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외환위기, 금융위기와 같은 쇼크 직후 찾아온 주택시장 침체기 때마다 주택산업의 체질 개선과 비즈니스 모델 변화 요구가 컸다. 그러나, 비교적 짧은 침체 이후 도래한 회복기 동안 산업 구조 변화 요구는 잊히고 다시 분양 중심으로 시장은 재편되었다. 하지만 이미 2018년부터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하였다. 서울을 중심으로 가격 상승에 매몰되어 있는 현재에도 더 많은 물량이 포진된 지방 시장 침체의 골은 깊다. 앞으로 침체 이후 회복이라는 과거와 같은 패턴을 반복할 수 있을지는 누구도 단언하기 어렵다. 침체 사이클 기간을 버텨낸 이후 호황 사이클에서 분양사업으로 수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은 침체 사이클이 짧을 때 가능하다. 하지만, 장기 침체의 늪에 빠진다면 생존하기 어려운 전략이다.

주택산업의 체질 개선은 우리가 당면한 가장 큰 숙제다. 그래서, 2019년 7월 현재 장기 저성장기를 겪은 일본 주택산업의 교훈을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시장 전반과 주거용, 비주거용 상품을 아울러 일본시장의 경험이 재검토되어야 한다. 다만, 흥미로운 사실은 일본의 건설투자는 반 토막 나고 신규 주택공급은 급감했지만, TOP 3 주택메이커의 연평균 매출 증가율은 지난 10년간 5%를 상회하였다는 점이다. 더욱이 영업이익률은 6%를 넘어선다. 미츠이부동산, 미츠비시지쇼 등 종합부동산업체가 주로 추진하고 있는 복합개발에서의 성과는 더욱 눈부시다. 이러한 사실은 저성장기에도 기회가 존재함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자산가치와 임대료가 동반 하락하는 시장에서 시장 참여자 간 리스크를 분담할 수 있는 임대주택으로 주력상품을 전환하였고, 시장 변화와 소비자 요구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여 비즈니스 모델을 바꾼 결과다.

그러나, 상위 업체의 성장은 주택시장 내에서 과점화 양상이 강력해짐을 의미한다. 결국, 저성장기 도래 이후 과점화 기업에서 탈락하면 틈새시장 이외에는 기회가 제한될 수 있다는 무서운 예지이기도 하다. 경쟁력을 갖춘 주택사업 비중 유지와 저성장기 도래 이전 강력한 시장 지위 선점을 위한 노력이 동시에 경주되어야 한다. 시장은 구조적 모습이 있고 점진적으로 이행한다. 자산가치 상승이 유지되는 시장에서는 분양사업만큼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도 없다. 또한, 전세 중심의 우리나라의 임대차시장은 임대주택산업에 가장 큰 걸림돌이다. 분양사업과 임대사업의 적절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면서 경기 변화와 시장 구조 변화에 동시에 대응해야 한다. 비즈니스 모델 측면에서는 선순환 모델 구축이 필요하다. ‘기획/시공→관리/운영→자산관리’의 선순환 모델을 구축하여, 수요자에게는 토탈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이는 장기고객 확보 및 파생사업 진출로 이어질 것이다. 신규 개발 물량은 향후 유지관리 및 재건축 물량의 기 수주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무엇보다 기업과 산업적 측면에서 근본적 혁신에 대한 고민은 지속되어야 한다. 기존의 미츠이부동산 전략목표는 ‘부동산 솔루션 파트너’였다. 그러나, 2020년을 대비해서는 ‘비즈니스와 일상생활의 솔루션 파트너’로 전환했다. 이는 부동산의 가치는 부동산 자체가 아니라 부동산을 소비하는 소비자 니즈에 있음을 인식한 결과다. 최근에는 하나의 자산이 아닌 여러 기능이 통합되어 새롭게 탄생하는 신규 공간이 증가하고 있다. 공간 콘텐츠의 변화 주기가 더욱 짧아지고 있다. 소비자 니즈의 변화 속도는 과거와 달리 급격히 빨라지고 있지만, 주택과 부동산은 장기 구조물을 통해 공간과 서비스를 구현한다. 메우기 어려운 속도 차가 존재한다. 결국, 끊임없는 혁신만이 이러한 격차를 줄이고, 산업적 성장과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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