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모듈러 건설의 기회와 과제
상태바
[긴급진단] 모듈러 건설의 기회와 과제
  • 이운주 기자
  • 승인 2019.07.29 11: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미래기술전략연구실장

4차 산업혁명은 지난 1~3차 산업혁명과 달리 ‘더하기’가 아닌 ‘곱하기’의 속도와 규모로 우리 시대를 변화(change)가 아닌 전환(transformation) 시키고 있다. 전환의 시대에는 기존 산업 간의 영역이 붕괴하고 생산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된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에 대응하지 못하는 산업은 타 산업에 ‘융복합’이라는 이름 아래 사라지게 된다. 건설산업도 절대 예외가 될 수 없다. 인류 문명이 존재하는 한 건설산업의 역할은 지속될 것이라는 예측은 건설(construction)이 갖는 본래의 속성이 유지된다는 의미이지 건설기업의 영속성을 의미하지 않는다.

맥킨지의 분석에 따르면 건설산업은 타 산업에 비해 낮은 디지털화(digitalization) 수준을 보일 뿐만 아니라 생산성이 최하위로 제조업의 약 64% 수준이다. 이러한 건설산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생산 프로세스의 고도화와 자동화 등을 가능케 하는 다양한 디지털 기술의 활용이 확대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새로운 개념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다시 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는 모듈러 건설(modular construction)이 있다.

최초의 모듈러 방식의 건설사업은 1830년대에 영국에서 제작되고 오스트레일리아로 운송되어 현지에 조립된 이동식 목조주택(portable colonial cottage)이다. 1851년에는 전시를 위한 수정궁(crystal palace)이 2주 만에 설계를 완료하고 2~3개월 만에 건설된 후 모두 해체되어 다른 지역으로의 운송 및 재조립되었다. 이처럼 모듈러 건설의 역사는 일반적으로 인식하는 것보다 오래되었다. 미국에서는 1940년대에 세계대전 이후 증가하는 주택 수요를 기반으로 모듈러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고 영국에서도 전후 복구를 위해 모듈러 방식의 사업이 다수 추진되었다. 하지만 붕괴사고 등으로 인해 품질과 안전 등에 대한 불안과 의구심이 높아지면서 시장에서 모듈러의 호황은 지속되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의 모듈러에 대한 관심의 증가는 기술인력의 부족이나 임금 상승 그리고 건설 수요의 확대 등에 기반한다는 점에서 과거와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인력 중심의 생산 프로세스로는 향후 지속적으로 증가할 글로벌 건설 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산업의 낮은 생산성을 제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에 다수의 건설기업이 모듈러를 활용한 생산 방식의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모듈러는 기존의 옥외 현장에서 대규모 노동력을 활용해 일회성으로 생산하는 건설산업의 태생적 특성을 공장에 제작하는 제조(manufacturing) 방식으로 전환시키고 있다. 과거 주거용 시설물에 제한적으로 활용되던 모듈러 방식은 호텔, 병원, 오피스 등의 상업시설로 확대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초고층 빌딩에도 적용이 확대되고 있다. 산업시설 분야에서는 모듈러 방식이 위험도가 높은 시설과 원거리 지역에서의 사업 수행에 효과적인 대안이 되고 있다. 모듈러 건설은 설계 후 현장에서 시공작업이 이루어지는 기존의 과정과는 달리 설계가 완료되고 현장 착공과 함께 모듈 제작이 동시에 이뤄질 수 있기 때문에 공사 기간의 절감이 가능하다. 메킨지에서는 모듈러 방식을 활용한 건설사업의 경우 최소 30%에서 50%의 공기 단축이 가능하며 동시에 10% 수준의 공사비 절감이 가능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모듈러 방식의 이점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사업의 초기 단계에서 모듈러 제작업체를 비롯해 설계자 및 시공자 그리고 발주자 등 사업 참여자 간의 통합(integration)이 중요하다. 참여자 간의 관계 구조가 얼마나 효율적이고 유기적인지에 따라 모듈러 건설사업의 성공 여부가 판가름 난다. 또한, 모듈러 방식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건설사업 수행과정에서 나타나는 의사결정의 시점이 기획 및 설계 단계에서부터 요구되고, 모듈 제작을 위한 초기 투자 비용이 증가도 불가피하다. 그리고 현장이 아닌 제조시설에서 제작된 모듈을 운송하는 과정도 사업 시행자에게 높은 수준의 계획과 관리 역량을 요구하게 된다. 이처럼 모듈러 방식의 적용에는 건설기업의 사업 영역 확대와 함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구축 및 사업 수행 역량 고도화가 필요하다.

모듈러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모듈러는 건설기업이라면 반드시 활용해야 할 필수 기술도 아니며 모든 사업에 적용 가능한 기술도 아니다. 하지만 모듈러 기술이 가져다줄 수 있는 이점은 활용하고자 하는 기업에만 쥐어지는 몫이다. 기회와 과제가 공존하는 지금이 시작(kick-off)할 최적의 시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