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내역입찰의 운용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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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내역입찰의 운용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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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11.09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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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에서는 ‘건설산업 선진화대책’의 일환으로서 순수내역입찰제를 도입할 예정으로 있다.
순수내역입찰제는 공사 입찰시 발주자가 물량내역서를 교부하지 않고, 입찰자가 직접 물량 내역을 뽑고 단가를 산출하여 입찰하는 방식이다.
정부 계획을 보면, 발주처가 자율적으로 시행하되, 2010년에 1,000억원 이상 공사에 적용하고, 그 이후 단계적으로 확대 적용할 계획으로 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내역입찰제는 발주기관에서 교부한 물량내역서에 단순히 단가만 기재하여 입찰에 참여하기 때문에 공법이나 자재 등이 결정된 상태에서 가격 경쟁만을 유도하는 단점이 있다.
즉, 입찰 참여자가 과다 설계 내역이나 원가절감 요소를 찾아낼 유인이 없으며, 설령 발견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노출하여 설계를 변경할 유인도 부족하다.
결과적으로 당해 공사에 대한 이해나 효과적인 시공법 등에 대한 검토가 없는 상태에서도 입찰 참여가 가능하므로 수십, 수백개사가 입찰에 참여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또, 공사 수행 과정에서 설계 착오나 약간의 물량 변동 등에 대응하여 상당한 설계변경이 불가피하게 된다.
순수내역입찰제에서는 사용자재와 시공법의 선택 권한이 입찰자에게 주어지기 때문에 동일한 조건에서 낙찰받기 위해서는 신기술·신공법 적용 등을 통하여 입찰 가격을 낮추려는 적극적인 노력을 유도할 수 있다.
또, 물량내역서 작성과 견적 업무가 증가되면서, 해당 공사와 관련된 기술력이 있는 업체를 중심으로 입찰 참가자가 크게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발주자, 시공자 모두 부담 증가그러나 순수내역입찰제가 갖고 있는 문제점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우선, 순수내역입찰제는 거래비용(transaction cost)을 증가시켜 건설업체의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
대형 업체는 별도의 견적부서를 보유하고 있는 사례가 많으나, 중견이하 업체에서는 견적부서의 기능이 활성화되어 있지 않으며, 견적 업무를 외주에 의존하는 사례가 많아질 전망이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중소업체의 입찰 참여를 인위적으로 억제하고, 대기업에 유리한 입찰 제도로 기능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두 번째는 입찰자의 책임이 증가된다는 점이다.
순수내역입찰제에서는 현장 여건의 변동이나 발주처에 귀책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설계변경이 가능하나, 그 외의 경우는 모두 입찰자의 책임이 된다.
즉, 입찰내역서 작성시 입찰자의 과실에 의한 물량 누락이나 부적합한 견적단가 등에 의한 추가 비용은 모두 입찰자의 부담이 된다.
결과적으로 짧은 입찰기간을 감안할 때, 건설업체의 부담이 가중될 수 밖에 없다.
세 번째로 발주처에서도 입찰내역서의 심의 등에 상당한 부담이 증가된다는 점이다.
순수내역입찰이 실시되면, 공종 구성에서부터 투입 장비에 이르기까지 입찰자별로 다양한 내역서가 제출될 전망이다.
발주자는 입찰자가 설계도면과 시방서를 잘 이해하고, 이에 근거하여 물량을 정확히 산출했는지, 혹은 현장 여건에 부합되는 시공법을 적용하였는지, 제출 단가는 적정한지에 대하여 다각적인 검토가 필요한데, 최저가 입찰자부터 심의하더라도 상당한 인력과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즉, 현재 조달청 보유 인력으로 업무 수행이 가능한지 의문이 제기된다.
내역 수정 부분만 입찰자 책임을 부여해야 결론적으로 국내의 현실을 살펴보면, 순수내역입찰제를 적용할 여건이 아직 성숙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적산이나 견적 능력이 매우 중요한 공사, 즉, 처음 시도되는 공법이나 고난도 구조물 등으로 한정하여 순수내역입찰을 시범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또한, 최저가낙찰제와 연계하여 단순히 입찰 참여자를 제한하거나 혹은 입찰자에게 물량내역서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려는 목적으로 순수내역입찰이 도입되어서는 곤란하다.
일부에서는 물량도 뽑지 못하는 회사는 입찰 참여를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으나, 동일한 설계도서를 가지고, 입찰 참여자가 모두 물량내역을 뽑고 단가 산출을 중복적으로 시행하는 것도 사회적인 낭비 요인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업체의 기술력을 검증하기 위해서는 물량내역서는 발주자가 작성하되, 입찰자가 신기술·신공법 적용 등을 통하여 물량내역서를 수정하여 입찰하는 방식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
현재 정부에서는 순수내역입찰제 이외에 300억원 이상 공사에 대해서 ‘물량내역서 수정 방식’을 도입할 예정으로 있다.
그런데, 현재 정부에서 구상하고 있는 방식을 보면, 발주기관이 교부하는 물량내역서는 단순히 참고자료로 취급하고, 입찰자가 검토하여 수정 제출한 물량내역서를 계약서류로 하여 입찰자에게 모든 책임을 부여할 전망이다.
그러나 이는 발주기관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제도이며, 시공업체의 피해가 확산될 우려가 높다.
따라서 발주자와 입찰자 모두 대등한 계약 조건이 되기 위해서는 현행과 같이 발주자가 제시한 물량내역서를 법적 효력이 있는 설계도서로서 인정할 필요성이 있으며, 다만, 입찰자가 내역을 수정한 부분에 대해서는 입찰자가 물량 산정의 오류에 대하여 책임을 지도록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나아가 순수내역입찰제의 도입이 대형 업체에 유리할 것이라는 인식을 불식시킬 수 있도록 업체간 기술 경쟁을 강화하도록 하되, 군(群)제한 경쟁이나 도급 상·하한제의 개선을 통하여 호혜평등한 경쟁 환경을 구축하는데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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