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우리는 眞實을 가슴에 묻어두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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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우리는 眞實을 가슴에 묻어두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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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6.15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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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0일 개최된 턴키·대안 설계심의 개선방안 공청회에는 오랜만에 건설기술인들이 운집하여 정부에서 추진 중인 설계심의제도 개선방안 발표내용에 깊은 관심을 기울이며 지켜보고 있었다.
필자는 공청회 시작을 기다리며 몰려드는 건설기술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 분들의 얼굴에 가득찬 수심과 함께 기술인으로써 장인정신을 갈고 닦아 건설기술발전에 도움이 되도록 해야지 하는 야무진 모습을 그 어디에도 찾을 수가 없어 안타까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또한, 전 세계 어디에도 이 같은 공청회가 있을까하는 부끄러움에 금방이라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공청회장을 뛰쳐나가고 싶은 심정이 간절했다.
여하튼 예정된 공청회는 정해진 순서에 따라 연구진의 주제발표와 함께 8명의 각계 전문가 패널들의 토론으로 쉼 없이 이어졌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오늘도 우리는 진실을 가슴에 묻어두고 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 뿐이었다.
현행제도의 문제점 파악과 개선방안에 담겨진 내용이 진실을 왜면한 채 피상적인 미봉책으로만 채워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전세계 그 어느 곳에 한국식 설계심의와 같은 문제점이 있는지? 그렇지 않다면 그들은 어떻게 관련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지에 대해 진실하게 알아는 보았는지에 대해 정책을 연구하고 이를 입안하는 공직자분들께 묻고 싶었다.
특히, 왜 건설업체들이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한국식 턴키공사 수주에 물불을 안 가리고 뛰어들고 있는 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조차도 없었으며, 그 이유가 건설업이 태생적으로 안고 있는 수주산업이라는 산업적 특성과 현행 국가계약제도하에서 턴키공사 만이 유일하게 계획수주가 가능한 영역이라는 진실을 공청회는 철저히 외면하고 있었다.
사실 민간의 창의력을 통해 건설기술발전을 획기적으로 제고시킬 수 있는 제도가 턴키제도이며, 이같은 턴키제도를 발전시키고 문제점을 최소화할 수 있는 최적의 대안은 바로 최저가 및 적격공사에 기술경쟁방안을 도입하여 예측 가능한 계획수주가 가능할 때 달성될 수 있다는 진실을 국내 민간 및 해외공사를 사례를 조금이라도 되돌아 보면 쉽게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정책입안 과정에서 진실이 숨겨지는 것은 비단 턴키심의제도 뿐만이 아니다.
전체 공공공사 발주비중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최저가 및 적격부문에서도 최저가라는 개념이 무색하게 모든 입찰이 소위 “운찰”로 운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최저가 제도를 폐지하고 최고가치 낙찰제로 개선해야 한다고 호도하면서 속으로는 시간벌기식으로 현행 운찰제도를 끌고가고자 잔꾀를 부리는 진실을 왜곡하는 목소리가 높다.
또한, 그뿐인가? 현행 최저가 및 적격공사가 운찰제로 운용됨으로써 견실한 중견·중소건설업체가 시장에서 퇴출될 위기에 처하게 되었는데도, P/Q 변별력을 완화하고 턴키 설계보상비를 확대하며, 지역의무 지분율을 확대해야 한다는 등 기업가 정신을 말살하는 전 세계 그 어디에도 없는 국적 불명의 정책도입을 무책임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각 발주처별 원가사정율이 너무 높아 전체 건설업체들이 죽겠다고 아우성치기만하지 정작 건설적 대안제시는 눈을 씻고도 찾아 볼 수가 없다.
적정 낙찰율은 시장경제의 원리에 의해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것이 진실임에도 불구하고 운찰제에 기반하여 인위적으로 낙찰율을 제고하다 보니, 누구나 쉽게 건설업에 진입하여 공공공사를 해서 먹고살 수 있다는 생각에 무자격 부실업체가 판을 치게되고, 그 결과 오랬동안 건설업을 영위해온 건실한 중소건설업체가 오히려 공공시장에서 퇴출되고 마는 것이 현실이다.
더욱 두려운 것은 이 같은 현상이 자신들의 발밑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 에 자기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조차 모르고 기업가 정신을 죽이는 게으른 배분논리에 체면이 걸려 많은 건설인들이 허송세월만을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최근 1년간 건설선진화위원회에서 논의되어 대통령께 보고한 예산절감과 건설기술발전을 제고할 수 있는 순수내역입찰제와 대안제시 허용을 담은 정책개선안이 한 달도 채 못되어 업계 부담이 늘고 평가에 어려움이 있다는 이유를 들어 도입에 시간을 끌면서도, 시장기능에 맞지 않는 건설업체간 공동도급 제한이나 설계보상비 확대는 가격경쟁을 촉진하고 대통령께 보고한 사항이라 개선하기 어렵다고 하는 이율배반을 보노라면 정책의 진실성에 의문이 간다.
특히, 턴키보다 비용이 훨씬 덜 들고 시공 중인 현장에서 일반화되어 있는 순수내역 및 대안제시 제도가 입찰전에 건설업체별로 최고의 견적전문가들이 이를 작성하여 입찰하는 데 어려움이 있으니 도입이 곤란하다는 궁색한 주장을 곰곰이 생각해 보면 정말 건설정책을 둘러싼 진실은 실종된 것일까 하는 자문을 금할 수 없게 된다.
이같이 정책의 진실이 왜곡되는 현실은 국가계약정책에 국한된 사안이 아니라 10여년 이상 끌고 있는 시공능력 평가제도 등 건설산업정책 개선을 둘러싼 논란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가 있다.
시공능력평가제도 등 건설정책과 관련하여 지난날 정책을 책임지던 관계자와 소위 글로벌 선진기업이라고 외치던 기업이 자신들 만의 이익을 위해 그간 잘못된 정책으로 부정확한 정보를 국민에게 제공해왔던 모습을 되돌아보면, 아직도 그들이 이 나라의 건설산업을 책임지고 있다는 현실에 마음이 무거울 따름이다.
요컨대,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공적으로나 사적으로 많은 결정을 하고 이를 실행해 가는데 항상 진실하고자 노력한다.
하지만 불행히도 국가계약 및 건설산업정책에 있어서만은 우리 스스로가 문제점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눈 앞의 작은 이익과 우매함으로 인해 그 진실을 외면하고 거짓을 진실이라고 강변하고 있으며, 그러다 보니 잘못된 정책이 올바른 정책인양 호도되고 , 그 결과 건설인과 건설산업이 국민으로부터 점점 더 소외되고 사회로부터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지 않나 생각하게 된다.
모름지기 정부 정책은 문제점과 개선방안, 그리고 그 집행이 진실하게 추진되고 정착될 때 건설기술이 발전하고 대·중·소 건설업체가 상생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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