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인터뷰?] ‘단순시공시대는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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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인터뷰?] ‘단순시공시대는 갔다’
  • 최효연 기자
  • 승인 2009.01.05 16: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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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담건축사무소 이재림 대표. 그는 현재 대한여성건축사협회 회장으로서 지난 6월 건축기본법이 발효되기까지 일조했으며, 건축부문의 영역을 넓히고 표면으로 부각시키는데 공헌한 건설인이다.
그는 서울시 건설기술심의위원회, 도시재정비위원회, 국토해양부 국토해양미래기술위원회 등 각 기관에서 위원으로 활동하며 건축설계 디자이너를 대표 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 목소리를 들어봤다.
생존율 10% 건축설계 분야, 사회적인 제도로 뒷받침해 줘야…◆“정체성을 가지면서 경쟁력을 갖춰야”이재림 대표가 모 대기업의 계획설계부로 첫 입사를 할 당시. 각서 한 장을 써야했다.
결혼을 하면 퇴사를 하겠다는 각서였다.
그는 일종의 계약을 파기한 셈이다.
결혼 후에도 직장 생활을 이어 갔으니 말이다.
결혼을 한 후에도 직장 생활을 한 최초의 여성으로, 팀장급으로 진급한 최초의 여성으로 그는 ‘최초’라는 바람을 몰고 다니는 이였다.
그 무렵, 사내에서 분당신도시 현상 공모에 당선돼 참여기회를 잡게 된 그이. 도시계획이라는 개념이 처음 도입됐던 분당신도시가 그의 계획안으로 초석을 다졌다.
그로부터 몇 년 후 국내 처음으로 주문주택을 도입, 양재동의 빌라타운을 5차까지 진행했다.
그는 닭장 같은 아파트 설계에 변화를 주고 싶었다.
“주문주택은 주택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시작된 사업이었다.
따라서 당시 빌라타운은 각 주택이 전부 다른 설계안으로 계획됐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수십억원의 고가 빌라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처음의 사업적인 동기가 변모된 것이다” 그는 도시재정비 사업인 뉴타운 사업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건축분야의 유일한 도시재정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현재 님비현상으로 인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부문에 대해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낙후된 지역을 발전시키는 것이 왜곡 돼, 모든 동네를 아파트화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재개발이라는 명목으로 멀쩡한 집을 다 부숴버리는 것은 잘못된 현상이다.
무조건적으로 아파트화하기 보다, 정체성을 가지면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그는 잠실재개발에도 반대한 바 있었는데, 이유는 지나치게 높은 용적률 때문이었다.
하지만 당시는 그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못했다.
본격적으로 그가 목소리를 낸 것은 재정비위원회로 활동하면서 부터다.
그는 용적률을 낮춰줄 것을 주문하고, 반드시 해당 도시의 옛터를 남기고 재개발을 하도록 제안했다.
또 초고층을 지을 때 안전장치를 필수로 하는 기준을 만들어 현재 전체 뉴타운에서 시행되도록 했다.
“건축을 하는 사람은 자신만의 소신을 가지고 있는 것이 중요 하다.
잘못된 점에 대해 개선해 나가는 것은 건축인으로서의 보람이다.
◆슈퍼우먼 컴플렉스를 버려라IMF 직후, 건너 사무실 줄줄이 문을 닫는 걸 지켜본 이 대표. 그는 직원들의 월급만은 밀리지 말자는 일념으로 버텼다.
하필 그 시점에 육아문제와 맞물렸던 것이다.
“여성이 사회생활을 하면서 결혼과 육아에 지장을 받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현실이다.
따라서 슈퍼우먼 콤플렉스로 남성과 똑같거나 혹은 이기려고 노력하지 말고, 도움을 청해야 한다.
”“육아문제로 힘든 시기가 있다.
그 시기의 여성 직장인에 대한 배려와 보호가 필요하다.
자칫 작은 일에도 포기를 생각할 만큼 힘든 정신적 고통을 받기 때문이다.
이 시기는 반드시 지나가고, 그러한 시기를 겪은 사람은 최상의 실력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조건을 갖추게 되기 때문이다” 고비 속에서 그가 손을 놓지 않았던 것은, 일을 맡겨준 사람에 대한 책임감 때문이었다.
◆“디자이너에 대한 존경심 갖는 사회적 풍토 조성돼야”대학 졸업 후, 건축설계 디자이너로 그가 이름을 알리기까지 강산이 변했다.
전공 분야를 이수하기까지와 건축사과정, 실무기간에 따른 것이다.
그는 건축설계자는 일적으로 많은 희생이 따른다고 말한다.
특히, 대학에서 전공 공부를 마친 후 사회에서 안정된 자리를 확보하기까지의 생존률이 낮다고 설명한다.
미국의 경우 15% 내외로 분석됐으나, 국내의 경우 이보다 더 낮은 10% 내외일 것으로 예상했다.
즉, 전공자 10명이 대학을 졸업한 후 사회활동을 펼치는 이는 1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그는 생존률을 높이기 위해 사회적 풍토가 뒷받침 돼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에서는 지식기반 산업인 건축설계와 디자인 분야를 국가 지원 사업으로 지정해 장기적으로 집중 관리하는 한편, 청년건축사들과 디자이너 양성에 심혈을 기울였다.
가치산업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 결과가 경제부흥으로 이어져 수조원에 이르는 부가가치를 창출해 내고 있다.
지식산업은 100% 순이익을 가져다주는 산업이다.
국내에서도 건축설계와 디자인 분야를 사회적인 제도로 뒷받침해 줘야한다.
아울러, 더 이상 건설의 하부개념으로 생각하는 의식에서 깨어나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 그는 또 영국에서 진행 중인 사회 운동으로 ‘정시에 일을 마치는 것’과, ‘아빠가 아이들 학교에 데려다주기 운동’이 있다고 밝히고 벤치마킹 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후자의 경우 아빠의 역할을 위해 사내에서 시간 조절을 해준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일의 능률이 30~40% 올랐다고 전했다.
즉, 직장이라는 곳은 친환경적·친가정적인 일터로 만들어야 가장 효율적이라는 것이 입증된 것이다.
이 대표는 “야근을 하는 것은 자랑이 아니다”고 말한다.
◆참아주는 것도 봉사다그가 대표이사로 재직 중인 건축사무소에서는 7~8명의 건축사가 배출됐다.
가족 같은 분위기로 자율성을 우선시 하는 직원들과는 등산을 즐기며, 소통을 원활히 하고 있다.
이에 대해 그는 오너로서의 자세로 ‘참아주는 것’이 제일이라고 말한다.
“제가 3시간이면 끝낼 수 있는 일인데, 후배가 하면 며칠이 걸리겠죠? 그래도 기회를 줘야 한다는 의미다.
역량을 발휘할 때까지 참아주고, 기다려줘야 한다.
그 외에는 후배가 8시간을 일해도 20시간 일한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쾌적하고 편안한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우선이다” 기다려주고, 참아주는 것도 하나의 봉사다.
그는 인간의 삶을 윤활케 하는 것이 봉사라고 생각한다.
“자신에게 맞는 봉사활동이 바로 윤활제다.
봉사란 것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나의 봉사는 대한여성건축사협회에서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은 것이 봉사이고, 사무소에서는 내가 조금 덜 가져가더라도 직원들에게 월급을 좀 더 주는 것이 대표이사로서의 봉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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