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가 제도의 바른 정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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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가 제도의 바른 정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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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12.05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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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계약제도가 건설업체에 고기잡는 기술을 전수해 주는 것이 아니라 잡은 물고기를 말썽없이 고루 나눠주는 데만 관심"실력이 아니라 연필을 굴려서 대학생과 취업자를 선발하고 추첨에 의해 입주 아파트 브랜드가 선정되며, 민의의 대변자인 국회의원이 또뽑기에 의해 선발되는 상황을 상상해 보자.이게 현실화 된다면 누가 열심히 공부하고 좋은 아파트를 건설하며 국민을 위해 봉사하고자 할까! 있을 수 없는 일이겠지만 이런 비상식적인 현상이 일어나는 곳이 건설산업의 현주소라면 국민들이 어떻게 바라볼까 하는 두려움이 앞선다.
2001년도에 공공공사에 가장 낮게 가격을 제시한 업체가 시공권을 확보하는 최저가제도가 도입되어 시행된 지도 벌써 8년이 지났다.
그간 덤핑에 의한 부실시공 우려로 많은 비판의 대상이 되어 왔지만 국가예산절감이라는 대의에 따라 전체 발주물량의 50% 이상이 최저가 방식으로 집행될 정도로 확대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최저가제도의 파행적 운용으로 가장 낮게 가격을 제시한 업체부터 수십개에 달하는 건설업체가 잘못된 제도인 저가심의 마저도 받아보지 못한 채 낙찰에서 배제되는 등 완전히 운찰제로 전락되어, 예산낭비는 여전히 개선되지 못하고 있고 기술경쟁을 통한 건설산업 발전과 부적격 건설업체 퇴출을 통한 건설산업 구조조정이라는 제도도입 본연의 기능 또한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최고가치 방식이 도입되어야 하고 세계 어디에도 최저가제도는 없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최저가제도에 대한 이해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다.
선진제국은 신기술?신공법 등 다양한 대안제시가 가능하고 입찰업체 스스로 물량내역서를 산출하여 경쟁력 있는 가격을 제시할 수 있는 창의적이고 생각하는 입찰방식으로 최저가 제도가 운용되고 있어 가격에 이미 가치개념이 포함되고 있다는 것을 간과한 것이다.
우리의 현실은 정부에서 요구하는 이상의 품질을 확보하고 가장 낮은 가격을 제시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는 것이다.
예로써, 서울에서 부산을 가는데 교통비와 시간절약을 고려함이 없이 반드시 특정 교통수단만을 이용해야 하고 경쟁업체의 투찰가격에 의해 저가심의 대상자로 선정되다 보니 다양한 대안제시를 통해 가격을 최적화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견실한 건설업체라 해도 건설기술개발과 기업가 정신을 발휘할 필요가 없어 공공시장에서 퇴출될 수 밖에 없고, 건설기술은 선진국의 77% 수준에 머무르게 되어 공공공사 예산절감은 물론 국민적 관심사인 아파트 분양가 인하에도 한계가 있다 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이같은 정책적 문제점은 최저가 방식으로 낙찰자를 선정하고 있는 턴키제도의 설계통과방식에도 잘 나타나 있다.
최저가 설계보다 못한 낙찰에서 떨어진 수준 이하의 설계에까지 정부 예산으로 설계비를 보상해 주고 있을 뿐 아니라, 대형건설업체간 공동도급 제한으로 과잉경쟁을 유발하여 연간 수천억원이 설계비로 낭비될 처지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또한, 잘못 평가되어 운용되고 있는 시공능력평가제도에 의해 수십 수백개사가 입찰에 참여하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정책과실이지만, 더큰 문제점은 이같은 사실들이 일부 정책실무자의 손에 좌지우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이 국가계약제도가 건설업체에 고기잡는 기술을 전수해 주는 것이 아니라 잡은 물고기를 말썽없이 고루 나눠주는 데만 관심을 두다보니 오늘날의 경제위기에서 건설산업이 타 산업에 비해 유난히 취약한 것이 우연만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요컨대, 국가예산절감과 기술경쟁을 통한 건설기술 발전, 그리고 견실한 건설업체의 육성을 위해 최저가제도를 바르게 정착시킬 때 국내 건설산업의 선진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고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산업으로 국가경제발전에 다시금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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