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학 • 신원재 변호사(법무법인 율촌)] 책임감리제 공사에서 발생한 인명사고와 관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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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학 • 신원재 변호사(법무법인 율촌)] 책임감리제 공사에서 발생한 인명사고와 관련
  • 오마이건설뉴스
  • 승인 2014.09.03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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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주청 공사관리관에게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여부
▲ 정태학<좌> 신원재<우>

세월호 사건을 비롯하여 각종 인재(人災)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사건 관련자들에 대해 어느 정도까지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가 문제되고 있다. 특히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기업이나 준정부기관이 발주한 공공공사의 시공 과정에서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경우에, 대부분 책임감리제로 시행되는 위와 같은 공사의 안전관리 소홀로 인해 발생한 사고에 대해 발주청 공사관리관(공무원)에게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에 관한 논란이 있는데, 최근 서울고등법원에서 관련 판결이 선고되었기에 살펴보고자 한다.

 서울고등법원은 최근 올림픽대로 상수도관 공사 중에 한강의 범람으로 인해 7명의 근로자가 사망한 사건과 관련하여, 발주청(서울특별시)의 공사관리관(공무원)이 업무상 과실치사의 형사상 죄책을 부담하는지 여부에 관한 항소심 판결을 선고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14. 7. 4. 선고 2014노433 판결).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책임감리로 실시되는 공사의 경우, ① 책임감리원[이는 구 건설기술관리법 제2조 제11호, 제12호에 규정된 바와 같이, 감리전문회사에 소속되어 책임감리 등을 하는 자를 말하는 것으로서, 앞에서 언급한 공사관리관(공무원)과는 구별되는 자이다]은 시공감리와 발주청의 감독권한을 대행하고, ② 발주청은 건설공사의 계획∙설계∙발주∙감리∙시공∙사후평가 전반을 총괄하고, 감리원이 보고한 설계변경, 준공기한 연기 요청, 기타 현장실정보고 등 방침 요구사항에 대한 의사 결정 통보, 기타 감리전문회사와 계약으로 정한 사항 등 감리용역 발주자로서의 감독업무와 같은 감리 및 시공계약 이행에 필요한 업무를 수행하며, ③ 발주청의 공사관리관은 원칙적으로 현장에 비상주하면서 당해 공사의 수행에 따른 업무연락 및 문제점 파악, 민원해결, 용지보상 지원업무 및 감리원에 대한 지도∙점검, 품질관리 및 안전관리에 대한 지도 등의 업무를 수행하여 그 밖의 사항에 관하여는 정당한 사유 없이 감리원의 업무에 개입 또는 간섭하거나 감리원의 권한을 침해할 수 없다. 따라서 발주청의 공사관리관은 당해 공사와 관련하여 감리원이 현장에 상주하는지 여부 등 형식적인 사항에 한하여 감리원을 지도∙감독할 책임이 있는 것이지, 당해 공사에 대하여 실효성 있는 감리를 하는지 여부와 같은 실질적인 사항에 대하여서까지 감리원을 지도∙감독할 책임까지 부담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라고 판시하였다.

아울러 재판부는 당해 사건에서 발주청 공무원에게 구체적∙실질적인 업무상 주의의무를 부담시킬 만한 특별한 사정 역시 없다고 판시함으로써, 발주청 공사관리관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1심을 유지하였으며, 해당 부분은 검사가 상고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되었다.

 책임감리제 하에서 발주청 공사관리관의 형사책임을 부정한 판결은 예전에도 있었는데, 1998년 5월경 중랑천 범람사고가 발생하였을 당시 발주청 공무원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상의 죄책이 인정되는지 여부가 문제된 사건이 그것이다.

동 사건에서, 1심 재판부는 발주청 공무원들에 대하여 유죄를 인정하였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하면서, “책임감리제 공사에 있어 발주청 업무담당자(공무원)의 감리원에 대한 지도, 점검의 책임은 건설공사가 설계도서 등에 의해 적합하게 시공되고 있는지를 감리원이 제대로 감독하고 있는지 점검하는 등과 같은 실질적인 공사의 감독에 관한 사정은 배제된 채 모두 감리원의 근태사항 점검 및 업무연락과 같은 형식적인 사유에 한정될 뿐이고, (중략) 발주청 업무담당자의 감리원에 대한 지시, 감독 책임은 모두 일반적, 추상적인 것에 그칠 뿐, 나아가 감리원을 통해서 이 사건 공사를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지휘, 감독할 지위에 있었다고 할 수 없다”라고 판시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02. 10. 24. 선고 2001노517 판결).

 위 판결들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책임감리제로 시행되는 공공공사의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인명 사고와 관련하여 공사 현장과 격리되어 있는 발주청의 공사관리관에게는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것이 원칙이나, 그렇다고 하여서 발주청의 공무원은 어떤 경우에도 형사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일반화할 수는 없다. 위 서울고등법원 2014노433 판결에서도 알 수 있듯이,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서 만일 발주청 공무원이 당해 사고의 발생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고 나아가 이를 방지할 수 있었다면 그와 같은 주의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여 발생한 인명사고에 대해서는 업무상 과실치사상의 책임을 부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 각종 대형 인명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감독할 공무원의 책임 범위를 확대하고자 하는 관계 법령의 개정 노력이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추후 책임감리 공사에 있어서도 발주청 공무원의 감독 책임의 범위가 확대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책임감리 공공공사 중에 발생한 인명 사고에 대해 발주청 공사관리관 역시 형사책임을 부담하게 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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