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크로스구조연구소 기술사사무소 김정선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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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크로스구조연구소 기술사사무소 김정선 소장
  • 최효연 기자
  • 승인 2008.10.27 1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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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도곡동 소재의 크로스구조연구소기술사사무소의 문을 두드렸다.
마침 김정선 회장의 귀빠진 날(생일)이다.
오랜 만의 단비로 선선한 가을날의 오후, 소장은 가을 단풍이 온 듯 다채로운 상의를 입고 자리에 앉았다.
인터뷰 내 유쾌한 웃음소리를 들려줬던 그는 크로스구조연구소기술사사무소의 소장이자 한국여성건설인협회(이하 여건협)회장이다.
건축구조기술사로 25년간 외길을 걸어온 그가 건축구조기술사로, 여건협 회장으로 활동하면서 지니게 된 생각은 무얼까? 그가 달려온 날들은 뒤돌아 봤다.
미래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을떨치고 ‘선택과 집중’으로 매진한다면 꿈은 이뤄집니다◆내 인생의 브레이크?, ‘절대 안 된다’던 여고시절김정선 회장은 정통 건설인이다.
연세대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같은 전공을 마쳤다.
그는 어린 시절 건축시공기사였던 아버지가 부동산·건설 관련 책을 보는 모습을 보고 자랐다.
자연히 ‘건설’과 밀접한 시기를 보내고, 자연스레 건축 공학을 택했다.
대학에서 그는 ‘유일’하기도 했으나, ‘별종’이기도 했다.
공대를 온 여학생에 대한 의아한 시선임과 동시에 그의 고등학교 학력에 의문을 갖은 이가 있었던 것.그는 파주의 모 여상을 나왔는데, 당시엔 여상 출신 학생은 대학 입학이 흔치 않았던 이유다.
그의 한 대학 친구는 김 회장을 ‘별종’으로 몰았다.
다름 아닌, 얼마나 ‘독하기에’ 여상에서 연세대의 공대를 왔는가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별다른 사연은 없었다.
그는 별종도 아니고 그저 ‘무던’했을 뿐 이었다.
그가 어린 시절을 보낸 파주에서는 근처에 고등학교가 없었고, 가까운 여상을 택했던 것.고등학교 시절, 그는 ‘인생에 있어 가장 브레이크가 많았던 시기’라고 했다.
특히 그의 어머니가 지나친 염려의 눈길로 지켜본 것. 그는 배움에 뜻이 컸는데, 주위의 시선이 염려와 ‘안된다’는 짐작들뿐이었던 것이다.
고등학교 시절, 연세대 건축공학과를 지원하는 그에게 모두가 ‘안 된다’며 우려했지만, ‘안 된다’는 이들이 더 의아했던 그였다.
“여고시절에 많은 것을 겪었기 때문에 오히려, 건축공학과를 입학 한 후부터는 별다른 어려움 없이 순탄하게 흘러갔어요. 스스로의 판단에 책임을 져야하는 성인이 된 이후로는 줄곧 앞만 보고 달려왔지요.”◆아직도 일하세요? 그는 수학이 적성에 맞아 건축구조기술사의 길을 택했다.
그가 기술 분야를 택했던 때에는 ‘이번 회 건축구조기술사 시험에서 여자 접수는 처음’일 정도로 남성 위주였다.
하지만, 그가 선택한 길로 들어선 후 단 한 번도 걱정과 후회를 한 적은 없었다고 말한다.
구조기술사로 막 활동할 무렵, 그는 그저 몇몇 사람들의 고정관념에 대해 답답할 뿐이었다.
초창기에는 그가 여자라는 사실을 알고 놀라는 사람들이 꽤 있었는데 그들끼리 주고받는 이야기 중 ‘여자랑 일하니까 말 한마디가 어렵다’는 것을 우연히 듣게 된 것이다.
그 근본적인 이유는 ‘막혀있을’ 것이라 생각에서 나왔다고 훗날 지인을 통해 듣게 됐다.
구조기술 일을 하면 설계와 구조가 잘 맞아 떨어지지 않을 때가 있는데, 설계사들이 구조를 변경해 달라는 잦은 요구를 해올 때가 있는 것.그런데 그가 ‘구조가 중요하기 때문에 절대 변경해 줄 수 없다’고 단번에 거절했다가 그런 오해를 사게 된 것이다.
그때 그는 비즈니스 차 오랜만에 만난 그들로 부터 이런 질문을 받았다.
“아직도 일하세요?”그는 말한다.
“할 줄 아는 게 이것 밖에 없어, 다른 건 생각해 본 적 없습니다.
”그가 초창기에 활동했던 것에 비하면, 현재 많은 여자 후배들이 구조기술사를 지원하고 있다.
작년 ‘여성건설인의활용증진방안 프로젝트’를 통해 연구했던 내용에 의하면, 최근 건설을 전공하는 남성들은 전문회사보다는 대기업을 더 희망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높은 연봉과 시간상의 여유 때문이다.
한편, 월급이 적고 일도 많은 전문적인 곳에는 여학생의 지원이 더 많다고 한다.
“일에 있어 남여의 특성이 작용한다고 생각하지 않으나, 일은 똑같이 하되 각 적성과 성격에 맞도록 구별되고, 편중적인 현상이 없도록 증진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그는 25년 동안 건축구조사로 일하며, 예술의 전당, 대학교, 교회 등 수 많은 구조물들에 대한 안전을 설계했다.
단연 힘든 건물은 예술의 전당이었다.
예술의 전당은 건물 안에 최적의 음향조건을 갖추기 위해 소리가 고루 퍼질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
그로 인해 기둥이 적재적소에 받쳐질 수 있도록 계산하는 것에 심혈을 기울여야 했다.
그는 비교적 까다로운 복합건축물은 ‘안전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디자이너의 의도대로 해결해 주려고 노력’하는 것이 최선이라 말한다.
-디자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보수가 적다면, 구조기술을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인가“어차피 모든 일들이 사람을 상대로 하는 것을 전제로 하지요. 그런 면에 있어서 구조기술을 하는 사람들은 대개 전문지식을 갖추고, 지적인 수준이 높은 사람들과 상대하는 장점이 있습니다.
말이 통하는 사람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는 것만큼 편한 건 없지 않나요?”◆“때로는 현실에서 고뇌하기보다 ‘관조하는 것’이 필요하다”그는 소문난 요리왕이다.
여건협에서 활동하며, 행사에 직접 떡 케이크를 만들어 와 ‘떡 만들다가 회장이 된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를 들었을 정도다.
궁중요리와 이태리요리 등 요리를 스스로도 ‘정말’잘한다고 말하는 그는 여러모로 ‘요리가 무기’이다.
그는 모임도 많다.
동기 모임, 각종 협회 모임, 친지 모임 그 모임들은 결국 그의 보금자리에서 진행된다.
그게 다 그의 ‘음식’때문.“전 노래도 못하고 음주가무를 즐기지 않아요. ‘상다리 휘어지게’ 차려놓고 사람들이 맛있게 먹으면, 그게 스트레스 해소가 됩니다”그는 미리 앞선 걱정과 두려움이 ‘가장 버려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또 “자신의 역량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은 과감히 버리고, 꼭 해야 할 것과 필요한 것에만 매진하는 것이 지금껏 살아온 노하우”라고 밝힌다.
그는 누구보다 바쁘고 치열하게 세상을 살아가지만, 단 한 가지 비법 ‘세상을 관조’하며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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