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지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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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지내십니까?
  • 이태영 최효연기자
  • 승인 1970.01.0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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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온 환경은 우리를 변화시킨다-건축계의 거목에서 시민단체의 대표로 서다-"초록빛 같은 건강을 지키고 푸른빛 같은 생명을 지키면서 아름다운 삶을 살자"-프롤로그-서초동에 있는 그의 사무실은 복층으로 된 오피스텔이었다.
사무실은 공간 전체를 아우르는 시원한 창유리와, 자투리 공간마다 있는 서랍장이 인상적이었다.
접대용 소파에 몸을 파묻은 그는 " 도시가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서울특별시 건축사 회장을 거쳐 대한건축사 회장을 역임해 20세기 건축계의 기둥이 됐던 김영수 대표. 그가 있었기에 신건축 문화가 바로섰다.
김영수대표는 건축계의 유명인사다.
각종 매체를 통해 잘 알려진 그는 뛰어난 필재로, 지면에 게재된 칼럼만도 책 한권이 된다.
그가 해외 건축연구차 여행기행문을 내 놓았을 때는 회원사들이 빼놓지 않고 정독했을 정도였다.
대학시절 학보의 편집국장을 맡았던 이력에서 비롯된 그의 필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해, 대한건축사협회 회장 재임시에는 종합건설면허제도의 철회를 이끌어 내기도 했다.
대한건축사협회 회장으로 법령과 제도 개혁에 앞장서고, IMF라는 칼날의 위에서도 국난극복을 위해 건축인들을 똘똘 뭉치게 했던 그가 이제 녹청련 (녹색건축 청색도시 시민디자인 연대)이라는 시민단체의 대표로 나섰다.
건축계의 별들로 자리 잡은 후배들과 후학들의 존경을 받으며 한 주에 한번쯤 강단에 서며 지내도 그 위상과 기세가 아직 꼿꼿한데, 건축계의 최초 종합시민단체 녹청련을 만들었다.
과연 그가 시민단체를 만들어 펜과 목소리로 피력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를 만나봤다.
◆시민이 디자인의 주체가 되어야한다"이제는 시민이 디자인의 주최가 돼야 해. 특히, 도시문제에 있어서 시민이 주최가 되어 참여하고 새로운 도시문화를 형성해야하지. 일방적으로 정부에서 뜯어버리고, 역사와 문화가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것은 잘못된 거야. 시민이 도시 재생의 주최로 나서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형성해야 한다.
그래야, 도시가 살아난다.
" 김영수 대표는 요사이 부쩍 더 청색과 녹색에 대해 생각하는 날이 늘었다.
앉으나 서나 푸름에 대한 생각인 것이다.
얼마 전 김 대표는 수암부에 다녀왔다.
그 곳에서 새삼 느낀 것은, 녹과 청은 결국 하나라는 것이었다.
언어는 그 나라의 문화와 직결돼, 언어습관으로 이어진다.
초록색은 풀의 푸른색을 나타내는 한자어인데, 푸른색은 녹과 청으로 구별된다.
풀(草)에서 갈라져 나온 푸르다(녹), 파랗다(청)는 뚜렷한 경계가 없이 사용돼 오면서 언어의 앞뒤 문장과 문맥 흐름상으로 짐작해 구별하고 있다.
"산을 올려 다 봤는데 가까이에 있는 산은 녹색이고, 뒤에 있고 멀리 있는 색은 청색인거야. 결국 녹색과 청색은 하나지. 자연과 인간에 들어오면 다 하나야. "현업에 있을 당시에도 김 대표는 자연과 어우러지는 건축물에 초점을 뒀다.
특히 자연친화적이면서 한국적 정감이 솔솔 풍기는 작품이 대체적이었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주로 주거 건축을 비롯해 종교, 교육용 건축이 대종을 이뤘다.
그는 일반 시민들이 보더라도 똑같은, 획일적인 건축물을 보면 가슴이 답답해 졌다.
-녹청련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녹색건축 청색 도시를 의미하지. 녹색은 건강을 상징해. 청색도시는 땅과 하늘을 이야기 한다.
생명을 말하지."-녹청련 시민단체를 만드신 취지가."요즘 친환경이라는 말 많이 쓰지? 친환경이란 말은 맞는 말이 아니지. 시커먼 매연이 뿜어지는 환경인데, 친환경이라는 말 대신 친자연, 친인간, 친문화 라는 말을 사용해야지. 친인간적일 수 있는 것은 친자연적일 때 가능해. 인간이 바로 자연이지 않은가. 자연 속에 우리 인간이 존재하고, 인간 속에서 친문화가 탄생하지. 우리가 살아갈 때 발전, 개발을 막을 수는 없지만 친인간 친환경 속에서 이미 잘못된 금수강산을 살려보자는 뜻이었어." ◆건축은 자연, 인간, 문화가 하나가 된 것이다김 대표의 평생철학이 있다.
건축은 자연, 인간, 문화가 하나가 된 것이라는.30년간 건축활동의 창작론으로 삼았던 건축은 자연, 인간, 문화라는 철학은 김대표를 참 건축가로 만들었다.
자연친화를 모티브로 한 건축물에 남다른 조예가 있었던 그는 자녀교육에도 자연과 새로운 경험을 밑거름에 두었다.
땅과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며, 일상생활의 소소한 부분에서도 디자인에 배려를 했다.
부엌의 작은 창과 화장실의 창에도 세심하게 디자인했던 그의 열정과 작은 정성들은 그의 자녀에게도 영향을 주었다.
현재 그의 차녀가 건축을 전공, 그의 열의와 건축세계를 이어받아 건축계의 떠오르는 신예로 촉망받고 있다.
-건축과 자연에 대한 남다른 철학에 대해 설명해 주신다면"자연은 아름다운 것이고, 인간은 즐거워야 하지. 문화는 영원한 것아닌가. 그래서 건축은 아름다운 것, 즐거운 것, 영원한 것이 하나가 된 것이야. 아름다움은 건축의 원형(原形)이야. 즐거움은 인간의 생유(生由)지.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시간과 공간속에 영원히 이어주는 문화의 영속성이 바로 건축의 생명이야."그는 인간의 이상(理想)이 지식화 되고 시대화 되면서 계속 발전해 나가는 과정이 곧 문화의 본질이고, 건축은 바로 이러한 인간의 이상을 담는 삶의 환경을 창조하는 직업이라고 말한다.
-녹청련의 향후 활동 목표와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사항은 어떤 것이 있는지"녹청련 시민단체가 다른 단체와 차별화 되는 점이 전문적인 것이지. 건축전문가들, 도시전문가들, 디자인전문가들, 에너지전문가들의 시민운동 전문가들이 모였어. 그 속에서 어떤 하나의 문제점을 풀기위해 종합된 연구와 판단에 따라 프로젝트를 완성하지. 매일 시민디자인 회의를 해. 시민단체나 디자인전문가 등이 모여서 매월 어떤 도시분야의 한 주체를 놓고 회의를 하는거지."-녹청련은 주로 어떤분들이 회원으로 활동하시는지"공동대표가 6명이야. 고문이 4명인데 삼환엔지니어링 김형주 회장이 고문으로 있지. 대한건축학회 회장을 지낸 이명호 교수, 경실련 도시계획센터의 이사장도 있고, 도시분야에는 여홍구 교수, 조경분야 임승빈교수, 국제정치학계 은인영 박사...학계에서도 많이 참여하고 있어. 업계와 박사들이 한 50여명 정도 있어."김 대표는 시민단체의 회원 조건으로 하나를 꼽는다.
그것은 봉사에 자질이 있는 사람이다.
-우리나라의 건축설계와 디자인 수준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시는지."단순평가를 한다면, 시공기술 등은 세계적으로 뒤떨어질게 없어. 총체적인 문제점은 빠른 시간내에 급하게 성장을 하다 보니, 허점들이 복병으로 숨어있다는 점이지. 복병들은 언제든지 나타날 수 있어. 대비가 필요하겠지."◆전통을 소중하게 생각해야한다-글로벌 스탠더드화가 화두가 되고 있는데,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조건을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서양의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느냐가 문제지. 이해도 하지 못한 채 글로벌스탠더드라고 하는 건 잘못된 것이 아닌가? 급격히 성장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전통적인 문화, 역사가 망각돼 버렸어. 우리는 경제가 성장해 온 만큼 성장하지는 못했어. 표면적으로 보면 크게 문제될 건 없지. 평가는 해야 하는데 그 속에는 일그러진 자화상이 있지. 바로잡지 않고서는 발전할 수 없는 거야. 전통을 소중하게 생각해야 해.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고 하지."녹청인의 생활 수칙은 베스트 라이프이다.
최고의, 최선의 생활을 누리자는 것.김 대표는 녹청인 가족들과 함께 세 가지 운동을 하고 있다.
그것은 자동차 엔진 끄기, 사무실 에어컨 끄기, 집에서 전기 끄기 운동이다.
그는 후손들에게 부실건축과 불량도시가 아닌, 세세손손 안락한 터전을 물려주고 싶다고 말한다.
◆고향집에 가면 왜 눈물이 납니까?살아가면서 우리는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김 대표는 우리의 후손들에게 자연과 환경에 더불어 사는 건강을 물려주고 싶다.
풍수지리에서 묘자리가 중요한 것도 디엔에이 때문이라고 말하는 그는, 좋은 산 좋은 기운은 우리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영향을 끼친다고 했다.
그는 정신적인 디엔에이가 과학적으로 증명 안될 뿐이지 사람이 살아가는 데 큰 영향을 준다고 말한다.
"고향집에 가면 왜 눈물이 납니까?"그가 기자에게 질문했다.
고향집에 가면 우리 삶의 기운과, 정신적인 거름이 된 디엔에이 때문에 눈물이 나는 것이라고."잘 먹고 잘 사는 게, 고급음식 먹고 큰 집에서 사는 것만은 아니야. 경제도 문화속에 존재하는 거야. 문화는 어디서 찾느냐. 문화의 핵은 디자인이지. 디자인의 주최가 시민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내가 내 몸과 내 마음을 디자인하는 것과 같아. 자기 자신은 본인이 디자인 하는 거야. 집과 가정을 디자인 하는 것도 마찬가지이지. 이웃을 디자인하고 우리 도시를 디자인하는 것이 바로 녹청인이야. 건강과 생명에서 비롯된 것이지."◆자신만의 건축논리를 만들어라김 대표는 1971년 사무실을 개업했다.
그가 활동하는 시기에는 건축계가 지금처럼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IMF 이후에 상황이 악화되면서 현재 건축계 전공 대학지원률이 낮아졌다.
그는 이러한 현실에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건축전공 과정을 4년에서 5년으로 추천한 것도 바로 김대표였다.
그는 끊임없이 배우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건축을 전공하거나 배우려는 후학들에게 한마디 하신다면."디자이너가 된다는 생각은 버려야 돼. 메이저 설계 사무소에 디자이너는 두 세명만 있으면 되거든. 나머지는 그 디자인을 위한 기획 자료를 수집하는 일이야. 대학 강단에 서서 내가 그랬어. 이 중에 드로잉 자신 있는 사람 누구 있소? 그렇지 않거든, 디자이너가 된다는 생각 말고, 건축이라는 분야에서 다른 독보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을 개발하라고. 그렇지 않으면 직업적인 영역과 디자인 영역에서 살아남을 수 없거든. 폭넓게 수양을 길러야 해. 건축을 공부하려면 먼저, 사회학 인문학 분야를 먼저 터득하고 그 속에서 자기의 건축 논리를 만들어야 해. 사고와 저력은 무엇인지, 건축관은 무엇인지, 작품관은 무엇인지, 이런 것들이 다 아우러져야 비로소 참 건축인이 되는 거지."◆‘법고창신’을 기억하라그는 현재 녹청련의 공동대표로서 활동의 폭을 넓히고 있으며, 이후에 학계에서 건축계 후학들을 양성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다산 정약용의 옛것을 모르고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낼 수 없다는‘법고창신’을 강조한 그는, 옛것을 본받아서 새로운 것을 창조해야 진정한 창조가 되는 것이라 했다.
"옛날에는 궁궐의 문을 열 때에도 음양을 따져서 문을 열고 닫고 했어. 우리 민족의 생활 속을 하나하나 뜯어보면, 문화가 있고 건축이 있는거야." 그는 앞으로 녹청련의 활동으로 산소량 1%늘리기 운동, 지역명소 만들기 운동, 정원 만들기 운동을 진행 할 예정이다.
특히 국민들에게 녹색도시 청색도시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곳곳에 정원을 만들 계획이며, 어린이들의 참여도 높이기 위해 블루왕자, 그린공주 선발대회도 기획 중에 있다.
김 대표는 인간은 결국 즐겁게 사는데 의미가 있지 않나는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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