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공사 입낙찰제도, 가격경쟁에서 가치경쟁으로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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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공사 입낙찰제도, 가격경쟁에서 가치경쟁으로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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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7.15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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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계약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이 금년 6월 28일자로 입법예고되었다.
이번 개정안의 내용은 지난 1년간 발표된 대통령자문 건설기술·건축문화 선진화위원회의 ‘선진화 전략(2006.6)’, 감사원의 ‘설계·시공 일괄입찰제도 등 운용실태’에 대한 감사결과보고서(2007.5), 조달청의 ‘정부공사제도 개선방안(2007.6)’이 종합적으로 반영된 것이다.
가장 큰 변화는 뭐니뭐니 해도 건설업계와 학계 및 연구계에서 줄기차게 주장해 온 ‘최고가치 낙찰방식(Best Value Selection)’의 제도적 수용이라고 본다.
최저가 낙찰제 확대는 시대착오적일 뿐만 아니라 품질확보를 어렵게 만들고, 건설산업 전반의 부실화를 초래할 수 밖에 없다는 인식이 널리 확산된 것과도 연관된다.
행복도시 건설을 위하여 발주되는 공사중 상징성, 예술성 등 창의성이 필요하거나 고난이도 기술을 요하는 시설물에 대해 적용할 수 있도록 기술제안입찰제도 및 설계공모·기술제안입찰제도를 신설한 것도 같은 이유다.
비록 “기술제안입찰제도”라는 이름을 빌리기는 했지만, 낙찰자는 입찰가격으로만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비가격요소까지 포함하여 결정하는 ‘최고가치 낙찰방식’을 제도적으로 수용한 것이다.
사실 품격있는 명품도시를 만들자면서 300억원 이상 공사에 모두 최저가 낙찰제를 적용한다면, “품격”과 “명품”을 포기하고 “싸구려 도시”를 만들겠다는 주장을 하는 것이나 다를 바가 없다.
비록 단기적으로는 행복도시와 혁신도시에 국한되어 적용되지만, 중장기적으로 공공공사 전반에 확대 적용할 계획이기 때문에 향후 최저가 낙찰제 공사의 상당부분이 기술제안입찰이나 설계공모·기술제안입찰로 발주될 것이다.
공사특성에 맞는 낙찰방식의 다양화도 입낙찰제도의 선진화를 위한 큰 변화다.
모든 공사에 최저가 낙찰제 적용을 강제하는 것이나, 모든 공사에 최고가치 낙찰제를 적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공사 특성에 적합한 입낙찰방식을 적용하는 것이 선진화된 입낙찰제도임은 틀림없다.
국가계약법령에서는 다양한 입낙찰방식을 예시하고, 어떤 공사에 어떤 입낙찰방식을 적용할지는 발주기관이 정하도록 한 것도 분권화와 자율화 추세에 적합한 제도개선 방안이다.
최저가 낙찰제 공사에 시범적으로 새로운 기술·공법 등에 의한 제안을 허용하고, 추정가격 1천500억원 이상 공사에 대해서는 건설업체의 견적능력을 제고하기 위하여 순수내역입찰제도를 도입한 것도 환영할 만한 하다.
최저가 낙찰제의 도입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진작부터 발주기관이 교부한 설계서 및 새로운 기술·공법 등 제안 내용에 따라 입찰참가자가 직접 물량과 단가를 산출하여 입찰시 제출토록 하는 순수 내역입찰제도를 도입했어야 했다.
이번 국가계약법령 개정안은 형식적인 가격중심의 경쟁에서 기술경쟁, 가치경쟁으로 공공공사 입낙찰제도를 바꾸겠다는 일종의 패러다임 변화라고 볼 수 있다.
방향은 물론 바람직하다.
입낙찰제도의 글로벌 스탠다드를 수용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실행가능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많은 의문이 남아있다.
예컨대 기술제안입찰제도를 보자. 어떤 공사에 적용하며, 어느 범위까지 기술제안을 허용할 것인가? 기술제안에 대한 심사는 누가, 어떻게 할 것인가? 기술제안에 대한 심사가 현재 건설업계가 당면하고 있는 일괄입찰공사의 설계심의에서와 동일한 문제를 야기하지 않겠는가? 다양한 낙찰방식의 도입도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항상 감사원 감사를 의식해야 하는 발주기관에서 과연 소신껏 공사특성에 적합한 낙찰방식을 적용할 것인가? 혹시나 최저가 낙찰방식만을 고집하지 않을까? 유리한 낙찰방식의 적용을 위해 건설업체가 발주기관에 과도한 로비를 벌이지는 않을까?기술제안입찰이건, 순수내역입찰이건 모두 입찰비용이 과도하게 들 수 밖에 없고, 대기업에 유리한 입낙찰제도가 아니냐는 중견 및 중소건설업체들의 비판적 시각도 있다.
특히 기술제안입찰의 경우, 기술심사를 통과한 6개사중에서 낙찰자를 선정하도록 하고 있어 이를 둘러싼 시비가 심각하게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
공공공사 입낙찰제도의 변화는 모든 건설업체에게 동일한 효과를 초래하는 것이 아니다.
차별적인 효과를 가져오게 된다.
지금까지 무난하게 입찰에 참가해 왔던 업체의 입찰참여가 어렵게 되기도 한다.
건설업계는 대체로 자신에게 유리한 제도변화는 찬성, 불리한 제도변화는 반대해 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운찰제(運札制)”나 “가격 중심” 낙찰방식으로 회귀해서는 안된다.
건설산업의 선진화를 위해서는 가치중심의 입낙찰제도, 입낙찰제도의 글로벌 스탠다드를 수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발주자의 소신과 전문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관건이다.
투명하고 공정한 기술제안의 심사나 공사특성에 적합한 낙찰방식 선정은 어디까지나 발주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가격경쟁에서 가치경쟁으로 공공공사 입낙찰제도를 전환하고자 하는 이번 국가계약법령 개정의 성공 여부는 건설업계가 아니라 발주자에게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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