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건설정책’에서 ‘시설정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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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건설정책’에서 ‘시설정책’으로
  • 이운주 기자
  • 승인 2019.07.29 1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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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종 고려대학교 건축사회환경공학부 교수(전 한국시설안전공단 이사장)

요즈음 건설산업이 어렵다고 한다. 왜 그럴까? 이 질문에는 매우 다양한 답이 나올 수 있다. 혹자는 예산이 복지로 가서 그렇다고 하고 또는 우리나라 건설이 할 만큼 했다고 하고… 등등 의견들도 분분하다.

건설은 오랫동안 우리 산업의 주요 축의 하나로 인식되어 왔고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으로 인식이 되어 “건설산업을 부양해야 한다” 든지 “건설산업을 활성화해야 경제가 좋아진다”라는 말들은 자주 회자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설경기는 좋아지지 않고 있다.

건설이라는 단어는 우리 국가와 국민에게 목적이 될 수는 없다. 국가와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건설의 결과물인 각종 시설들이다. 국가 경쟁력과 국민의 편의나 복지를 위해서는 아직 우리사회에 필요한 시설은 상당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론은 “건설산업을 활성화해야 한다”라는 말에는 좋은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필자가 기억하기로는 아마 1994년 12월에 마지막 방송이었던 대한뉴스 이후에는 언론을 통해 “건설”이라는 단어가 “건설적”으로 국민에게 보도된 기억은 거의 없고 그 대신 부정과 부패, 그리고 비리 등 부정적 이미지로 도배되었다.

그래서인가? 국민은 건설산업을 진흥하자는 의견에는 호응을 하지 않지만 이런 저런 시설이 필요하다는 말에는 지지하는 듯 하다. 내용은 같은 것인데 그만큼 이미지가 중요하다. 이미지는 그렇다 치고 시설이라는 목적을 만들기 위한 행위인 건설이라는 말보다 목적인 시설이라는 단어를 앞세우는 것이 당연하다.

시설은 필요한 시설이어야 건설되어져야 한다. 어떤 시설이 필요한 것일까? 그동안 우리나라에 축적된 시설은 국가경쟁력과 국민의 삶에 어떤 역할을 해 왔을까? 그리고 이 부분을 국민은 얼마나 구체적으로 인지하고 있을까?

얼마 전 세계은행이 발표한 우리나라 명목 GDP는 1조6194억 달러이고, 1인당 국민소득은 3만1000달러를 상회한다. 우리나라 생산성을 보여주는 지표이다.

우리는 흔히 명목 GDP를 인구수로 나누어 1인당 국민소득을 계산하고 국가의 1인당 생산성의 척도로 사용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착시현상을 갖게 된다. 1인당 생산성이라 부르면서 생산성을 사람이 좌우하는 것으로 생각하게 된다. 마치 감기약을 먹으면 감기바이러스를 사멸시킨다고 착각하게 되는 것과 같다.

생산이란 무엇인가? 결국 사람에게 필요한 것을 공급하는 행위이다. 생산성은 필요한 것을 더 빨리 그리고 더 많이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이다.

현대사회에서 “더 빨리” 그리고 “더 많이”는 사람의 능력이 아니고 시설과 설비의 몫이 대부분이다. 시설과 설비가 생산성을 좌우한다는 말이다.

외국여행을 하다 보면 시설을 잘 갖추지 못한 선진국은 볼 수 없고 반대로 시설이 잘 되어 있는 후진국도 볼 수가 없다. 결국 시설이 생산성을 좌우한다. 그래서 개발도상국의 지도자들은 그 사회에 필요한 시설을 갖추도록 모든 노력을 경주하곤 한다.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도 문재인 대통령과의 대면에서 북한의 철도와 도로가 여기만 못해서 불편하다고 토로한 것을 보아도 시설은 그만큼 국가 경쟁력과 국민의 삶에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는 해방 이후 교통부, 부흥부, 건설부를 거쳐 1994년 건설교통부 2008년 국토해양부, 그리고 2013년 국토교통부로 변화하면서 이 기관을 중심으로 체계적인 국토개발에 힘써 왔고 그 결과 1970년도에 800여개에 불과하던 시설물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규정된 1,2종 대형시설이 2018년 말에는 9만3000개를 상회할 만큼 성공적으로 주요시설의 확충에 성공하였다.

전후 개발도상국에서는 전무후무하게 안정적으로 공백 기간 없이 시설확충에 성공했으며 결국 우리나라를 명목 GDP 세계 12위라는 엄청난 결과를 이루었다.

시설 덕분이다. 그러나 시설의 확충에 따른 경제효과는 이제 그전만 못하다. 1970년도에서 1975년도 5년사이에 1,2종 시설은 812개에서 1282개로 58% 증가하는 동안 GDP는 2조7900억원에서 10조5100억원으로 277% 증가했다. 워낙 생산기반인 시설이 미미했던 시절에는 시설물의 확충이 조금만 되어도 국가 생상성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했다.

그런데 2010년에서 2015년 사이에는 1,2종 시설의 수가 6만1000여개에서 7만7000여개로 25.6% 증가하는 동안 GDP는 1265조에서 1559조로 23.2% 증가하는데 그쳤다. 시설의 양적증가에 따른 GDP 증가효과가 둔화되었다. 이러한 경향은 최근에 와서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이는 시설물의 충분한 확충이 된 상태에서는 추가적인 시설의 양적 증대에 따른 생산성 증대 효과가 상당히 둔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 지난 4~50년 동안 건설하여 이미 상당한 시설을 보유한 상태에서는 시설물의 비율적 양적증가를 이루는 일은 상당한 예산이 소요되어 쉽지도 않은 일이다.

우리는 지금의 현실을 정확히 직시하고 앞으로의 방향을 설정하여 정책과 제도에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지금의 시설 현황은 1962년도 건설부가 만들어질 때의 그것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우리 사회가 보유한 시설이 상당하고 불행히도 시설들은 노후화가 진행되고 효율이 저하되고 있다. 시설의 효율이 저감되면 생산성에 부정적인 요인이 되어 이에 대한 대책이 모든 선진국의 공통된 과제이다.

정부도 이제는 건설위주의 정책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시설정책으로 발전해야 할 시점이다. 두 개의 축, 즉 새로운 시설의 건설이라는 축과 기존 시설의 효율적인 성능관리라는 축, 모두를 아우르는 시설정책이 정부에 구축되어야 할 것이다.

다행히 2018년에 “기반시설 유지관리 기본법”이 제정되어 2020년도 시행을 앞두고 있어 시기적절한 대응이 이루어지고 있어 환영할 만하다.

처음부터 완벽한 시행은 어렵겠지만 내실있고 성과있는 법시행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건설사업의 확충이 경기를 부양하는 효과가 있다고들 한다. 그러나 이 이유가 시설을 건설하는 주요 이유가 되어서는 안된다.

시설은 사용함으로써 국가경쟁력과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되게 한다. 그런 이유로 시설이 건설되어야 한다. 시설의 사용에 대한 생산 효과를 우리는 보다 정량적으로 가늠할 수 있는 노력을 해야 한다. 현재의 비용편익분석제도는 개선될 부분을 적극 발굴하여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대동맥이 되었던 경부고속도로의 건설이 현재의 비용편익분석 방법으로 통과되었을지도 의문이다.

자산 가치 증식 개념을 도입하든지 또는 국민의 시간절감효과를 생산성 향상으로 환산하는 방법을 도입하든지 시설이 만들어낸 경제 효과를 정량적으로 분석하는 체계가 연구되고 정립되어야 한다. 그래서 시설을 건설하는 것이 타당한지의 여부 뿐 아니라 기존시설의 성능관리사업에 대한 타당성 여부가 논리적으로 정립되어야 한다.

기존에 건설되어 사용 중인 시설들이 우리나라에 해마다 얼마만한 생산성 증대에 기여 했는지 정량적으로 분석을 해서 그 결과가 국민에게 공유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면 건설되어야 할 시설은 건설될 것이고 과거 수많은 시설을 건설한 기관, 조직, 그리고 건설인들의 자긍심이 국민들에게 환호받을 수 있을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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