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의 '읍소'… 정부의 ‘관용과 결단’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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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의 '읍소'… 정부의 ‘관용과 결단’ 호소
  • 오마이건설뉴스
  • 승인 2014.12.16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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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 발목잡힌 건설경기부양책… 민간시장 급랭/담합처벌로 대외신인도 하락한 해외건설 수주도 타격

올해 공공공사 발주물량 2009년 대비 27%에 불과그나마 저가낙찰 기피로 유찰사태 잇따라

[자료제공=한국건설경영협회]연말을 앞두고도 좀처럼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불황에 건설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올해 국내건설시장은 하반기 이후 정부의 건설경기 부양정책에 힙입어 민간주택을 중심으로 반짝 회복세를 보였지만, 관련 법률의 처리가 국회에서 발목을 잡히면서 급격한 위축세로 돌아섰다.

이처럼 국내 민간 내수시장의 수요가 얼어붙은 가운데, 국내 건설시장의 유일한 버팀목 역할을 해야 할 공공건설 시장도 올해는 최근년도에 비해 발주규모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실제 올해 200억원 이상의 공공공사의 발주규모는 지난 2009년의 61조원에 비해 27% 수준인 17조원 규모에 그치고 있다.

이처럼 공공공사 발주물량이 급격히 줄어든 가운데, 그마저도 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 공공공사 입낙찰제도의 저가낙찰 구조와 입찰담합 처벌로 건설사들이 입찰을 기피하면서 사상 초유의 유찰사태가 벌어졌다.

올해 정부가 발주한 턴키 및 대안입찰 등 기술형입찰 공사는 총 31건의 발주물량 가운데 64.5%인 20건, 금액으로는 3조9,916억원 가운데 58.5%인 2조3,344억원 규모의 공사가 유찰되는 사태를 겪었다.

한편, 그 동안 국내 건설시장의 장기 침체를 보완하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가경제 성장을 견인해 왔던 해외건설시장도 최근 완연한 성장세 둔화를 보이며 향후 전망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연말을 몇 일 앞두고 있는 12월 중순까지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건설수주는 596억 달러에 그치고 있다. 이에 따라 건설업계는 당초 정부가 올해 해외건설수주 목표로 삼았던 700억 달러 달성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 같은 해외건설수주 부진의 원인으로는 그 동안 국내 건설사들의 텃밭 역할을 해왔던 중동지역의 정세불안과 국제유가 하락, 인도·중국 등 해외건설 후발업체들의 추격, 유로화 및 엔화 약세에 따른 유럽과 일본기업의 가격경쟁력 회복 등이 거론되고 있다.

여기에 국내 건설사들이 공공공사 입찰담합으로 처벌받았다는 사실이 해외언론에 게재되고, 중국·일본·EU 등 경쟁국들의 집중적인 견제와 비방으로 이어져 해외발주기관의 불신을 초래하고, 플랜트, 발전소, 고속철도 등 초대형 프로젝트 수주에 악영향을 미치면서 국내기업들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실제 지난해 11월 입찰이 진행된 브루나이 교량사업 발주처는 입찰에 참가한 한국 건설사들에게 4대강 입찰담합 건으로 PQ(입찰자격사전심사)를 탈락시키겠다고 통보해와 해당 업체들은 긴급히 소명자료를 제출해야 했다. 또 12조원 규모의 쿠웨이트 신규 정유시설 건설사업의 경우 지난 2008년 현대건설, 대림산업, GS건설, SK건설이 4개 패키지에 대해 계약의향서(LOI)를 접수했고 내년 1월 최종낙찰자 결정을 앞두고 있지만, 입찰담합에 대한 제재처분이 대법원에서 확정될 경우 쿠웨이트 정부의 한국건설사들에 대한 사업참여 배제가 우려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2년 기준 산업별 수출액 비교자료를 살펴보면,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수주액은 649억 달러로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품목인 반도체(504억 달러), 자동차(472억 달러), 조선(398억 달러), 석유제품(561억 달러) 등을 넘어 한국을 대표하는 수출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아울러 건설산업은 고용유발계수에서도 10억원의 매출이 발생할 때 15.1명의 고용을 창출하는 것으로 나타나 국내 전 산업 가운데 최고 수준의 일자리 창출 기여도를 보여주는 산업이다.

그러나 지금 국내 건설업계는 오랜 경기침체로 인한 경영난, 그리고 과거 발생했던 공공공사 입찰담합에 대한 천문학적 과징금과 영업활동 제한으로 국내외 건설시장에서 하루하루 기업의 존폐를 걱정해야하는 처지에 내몰리고 있다.

실제 국내 건설업계 전체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최근년도 건설사들의 매출은 지속적으로 감소해 올해 상반기에는 1.4% 수준으로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고 영업이익율은 1%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처럼 건설사들의 성장성과 수익성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가운데, 공공사업 입찰담합으로 처벌받은 건설사들에게는 천문학적 규모의 과징금이 부과되고 있다. 국내 100대 건설사 가운데 59개사가 공공공사 입찰담합으로 처벌을 받은 가운데, 올 한해 동안 이들 59개 대형건설사들에게 내려진 과징금은 8,500억원 규모에 이른다. 입찰담합에 대한 처벌과 과징금 부과가 본격화된 지난해부터 처분된 과징금까지 포함하면 무려 1조230억원에 달한다.

건설시장의 극심한 침체로 지난해 결산자료 기준으로 이들 59개 건설사의 영업이익 총액은 561억원에 불과하다. 올해 과징금만으로도 이미 연간 영업이익의 15배 수준에 이르는 과징금 부담을 지게 된 것이다. 특히 이들 59개 건설사들이 4조93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해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처한 만큼 정부의 천문학적 과징금 부과 규모는 이들에게는 사실상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수준이다.

특히 과징금과 함께 부과되는 2년간 국내의 모든 공공공사에서 영업정지 처분은 해당 기업의 영업활동 위축은 물론 하도급업체, 자재·장비업체 및 소속 근로자들의 생존권마저 위협하고 있다. 또한 국책사업 주요 참여주체인 상위 30개사의 90%(26개사)가 공공공사 입찰참가제한 처분을 받은 상황이어서 향후 국책사업 추진에 심각한 차질도 우려되고 있다.

이렇게 국내에서 사실상 영업활동을 하기 어려워진 이들 업체들은 해외건설시장에서도 국제 신인도 하락과 해외 경쟁업체들의 견제와 비방으로 수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금 국내 건설산업의 존립 근간을 흔들고 있는 공공공사 입찰담합은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인 지난 2008년과 2009년 기간 중 발주된 4대강사업, 경인아라뱃길, 인천도시철도, 대구도시철도, 부산지하철, 호남고속철도, 서울지하철 9호선 사업에서 발생한 과거의 사건들이다. 성숙하지 못했던 우리 건설문화와 입찰시스템의 후진성 등으로 초래된 과거의 잘못으로 지금 건설산업은 존립기반까지 송두리째 뽑힐 위기에 처해 있다.

물론 현재 입찰담합 처벌로 인해 건설업계가 겪고 있는 경영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건설업계 스스로 공정경쟁과 준법경영 실천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한계상황에 처해 있는 건설사들에게 미칠 영향, 그리고 건설업이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무조건적인 제재가 능사는 아닐 것이다.

실제 해외의 사례를 살펴봐도 영국 공정거래청은 지난 2009년 자국 내에서 관행적으로 이루어진 수많은 입찰담합건(199개 건설공사)을 일괄 조사하여 119개 사업자에 대해 약 1억2천9백2십만 파운드(약 2,300억원)의 제재금 부과 후 종결하는 소위 ‘그랜드 바겐’을 실시한 경우가 있다. 그 밖에 네덜란드의 경우에도 건설입찰담합에 대한 일괄조사와 처분으로 종결한 사례가 있고,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 국가들에서도 건설담합 처벌로 입찰참가제한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한정적으로 시행하고 있다는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그 동안 건설업계는 건설단체총연합회, 한국건설경영협회, 대한건설협회 등을 통해 자정결의 대회 및 준법경영 실천선언문 등을 선포하면서 과거의 담합관행에 대한 사과와 반성을 지속해왔고, 개별 기업별로도 담합 근절의지 표명과 전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주기적 교육을 실시하는 등 강도 높은 자정노력을 시행하고 있다. 또한 국회 등 정치권에서도 공공공사 입찰담합 처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금 전세계가 사상 유례없는 불황 속에서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에 범국가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 정부도 관용과 결단을 통해 200만 건설인들이 다시 한번 국가경제에 이바지 할 수 있도록 기회를 달라는 것이 벼랑 끝에 내몰린 건설업계의 읍소다.

▲ 과징금처분 59개사 손익현황 및 상위 30개사 경영현황

▮입찰담합제재로 인한 해외수주 영향

#사례1>노르웨이 오슬로 터널사업 발주처가 4대강 입찰담합에 대한 공정위 처분과 검찰기소에 대해 서울고등법원의 심리가 진행중인 사실과 관련, 해명자료들을 요청해 왔으며, 검토 후 한국업체가 참여한 컨소시엄의 입찰참가자격 탈락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통보(2014년 4월)

#사례2>UAE 원전사업 발주처(UAE 원자력공사)는 4대강 입찰담합에 대한 사실여부, 경과, 현재상황 및 조치내용, 원전사업에 미치는 영향 등을 소명 요청해 옴(2014년)

#사례3>브루나이 교량사업 발주처는 입찰에 참가한 한국업체들에게 4대강 입찰담합건으로 PQ를 탈락시키겠다는 구두통보를 해 옴(2013년 11월)

#사례4>프랑스 르몽드紙는 4대강 입찰담합을 대서특필했고(2013년 9월14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紙는 7호선 입찰담합에 대한 공정위 과징금 부과 사실을 보도(2007년 7월9일)

#사례5>12조원 규모의 쿠웨이트 신규 정유시설 건설사업에서 현대, 대림, GS, SK가 4개 패키지에 대해 계약의향서(LOI)를 접수했으나(2008년), 제재처분이 대법원에서 확정될 경우 쿠웨이트 정부의 한국기업에 대한 사업참여 배제가 우려됨(2015년 1월경 최종낙찰자 결정 예정)

#사례6>알제리(278억불), 모로코(90억불), 파라과이(20억불) 등에서 추진하는 대형 물사업 수주도 차질 우려

#사례7>말레이시아-싱가폴 고속철도사업(100억불), 인도 고속철도사업(800억불), 브라질 고속철도사업(200억불) 수주도 차질 우려됨.

#사례8>싱가폴 육상교통청(LTA : Land Transport Authority)이 발주한 지하철 공사에서, 해외금융기관으로부터 보증서(bond) 발급받을 때 한국업체의 담합 과징금 납부로 인한 손실이 재무제표에 반영되는 결과 보증서 발급에 차질이 우려되니 해당 업체의 그룹차원에서 모회사의 보증을 요구하였으나 현실적인 문제로 거부하였고, 이에, 육상교통청에서는 차선책으로 계약금액만큼 보증서(bond)를 제출하라고 요구하여 제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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